남편이 미국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교환 근무를 나간 지 한 달이 지났다. 남편은 이 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일 년 가까이 준비했다. 아니, 남편 말로는3년 전 처음 회사에 이 제도가 생길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가 보리라.
남편은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상 3개월이라는 기간을 비울 수가 없어서 한 해 한 해 미루다 보니 이러다 못 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 남편은 이런 저런 눈치 안 보고 지원을 했고, 영어가 아주 잘 되는 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미국에 가게 되었다. 남편은 꿈을 꾸니까 이루어졌다며 정말 좋아했다.
미국은 세상에 처음으로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아름다운 자연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관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나라다. 남편은 바로 국립공원의 원조인 미국 국립공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의 3대 캐년(그랜드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중 하나인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그곳 직원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이 돌아와 우리 나라 국립공원이 좀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남편을 미국으로 보내고 딱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셋이 함께 뭉쳐 있으니 비슷한 일상이 금방 간 것 같은데 남편은 가족을 많이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매일같이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젠 아빠의 전화에 시큰둥하다. 자주 전화를 하다 보니 미국이 아닌 국내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제는 남편에게 전화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는...
나는 남편의 메일에 답장을 쓰다 보니 연애할 적 생각이 나기도 한다. 연애를 하는 동안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울- 치악산국립공원) 떨어져 있어서 정말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2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통씩. 지금 그 편지들은 나의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부가 한동안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서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되기에 좋은 것 같다.
남편이 없고 아이들이 방학이다 보니 생활이 많이 불규칙해졌다. 늦게 일어나서 일품 요리(여기서 일품 요리란 한 가지로 해결하는 요리)로 대충 먹는 일상이 한 달째다. 다음 주에 당장 학교 갈 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