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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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받아 들자마자 목차를 제일 먼저 확인했다. 과연 저자와의 공통분모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 아니나다를까, 거의 본 영화가 없다. 클래식무비라고 불러도 무방한 옛날 영화 3편(람보, 프레스트 검프,굿윌헌팅)!  생각해보니 애 낳고 키우면서 문화생활 중에서 가장 멀어진 분야가 영화였다. 영화는 책과 달리 붙박이 시간이 필요했고, 애들과 지지고 볶고 사는 동안, 극장까지 갈 시간도, tv에서 해 주는 영화를 2~3시간 앉아 볼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서서히 멀어졌다. 여하튼 시대의 감각에 뒤떨어진 내가, 겉보기에 너무나 이질적이고 낯선 영화들만 나열된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에 선뜻 이 책을 호의적으로 잡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에서 언급된 영화는 주가 아니고 트라우마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안 봐도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언급된 영화의 예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트라우마가 발생되면 한 인간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트라우마가 어떻게 이해되고 치유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도를 더 높였다. 게다가 나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던 책이라고 해야하나.  

이 책에서 정의하는 트라우마는 우리나라 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란 전쟁, 대참사, 재난같은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p30). 트라우마에는 전쟁이나 자연재해같은 인간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빅트라우마와 강간이나 성폭행,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같은 스물트라우마 두 줄기로 나뉠 수 있는데, 트라우마의 종류가 크든 적든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는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트라우마의 영향이 너무 커 자기 삶을 자포자기해 몰락한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갈 만한 가벼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그럭저럭 극복해가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저자는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의 이해와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불쾌한 끈적이는 경험은 행복한 인생을 영위한다고 해도, 타인이 그 상황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맞장구를 쳐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이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그거 개인적인 치부라 쓸가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그런데 아이가 있는 분들을 위해 꼭 써야 할 거 같아서요) 나는 흔히 말하는 성추행이라는 것을 살면서 두 번 당해봤다. 한번은 버스안에서 신체적 성추행을, 그리고 두번째는 엘리베이터라는 닫힌 공간에서 언어적 성추행을. 첫번째 경험은, 20년 전에는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안의 사람들 사이에 틈이 전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옴짝달짝 못하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여기저기 더듬고 달라붙으며 성추행을 자행하는 그 사람에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할까봐 속수 무책으로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경험 이후 나이 마흔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많은 버스나 지하철 타기를 거부한다. 행여 내 뒤에 누가 서 있기라도 할라치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신경질적인 과민반응을 보인다. 두번째는 나이 지긋한, 잘 차려입은 노인네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언어적 성추행이었다. 말쑥한 차림과 은은한 향수로 무장한 노인네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나. 차마 여기서 쓰지 못할 정도의 언어적 성추행이었다. 그 늙은이한테 언어적 성추행을 당한 이후로, 난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타 본적이 없거니와 놀이터나 지하철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아이 이쁘다고 귀여워하는 꼴을 보지 못 한다. 세월이 흘러도 성추행에 대한 분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바보처럼 당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멱살잡고 한바탕 하지 그랬냐고 반문한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근데 막상 얼떨결에 당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오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나의 분노를 까발렸다면 지금까지 그 분노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성추행 당한 그 자리에서 달라붙은 그 새끼 발을 하이힐로 그 새끼 발등을 꽉 눌러주거나 신발 신은 발로 있는 힘껏 꽝 내리찍거나 당당하게 야이, 개새끼야 또는 쌍놈의 새끼 나이 쳐 먹어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라고 했었으면 시원하기래도 할텐데, 당한 순간에는 머리가 하얘져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당시의 무력한 대응  때문에 분노는 더 휠휠 타 오른다. 나 또한 그 순간, 그 장면을 잊고 싶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지우개로 박박 지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불쾌한 장면은 기억의 어느 한 부분에 깊숙히 저장되어 지하철 성추행이니 하는 기사만 나와도 가슴두근거림과 함께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김준기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감추는 게 능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회 여건상 까발리고 다닐 수도 없는 구조다.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는 타인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하지만 나도 안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걸.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빅트라우마야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거이지만 스물트라우마의 경우 성적인 문제나 학대이므로 어떨 때는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꿈꿀 때가 있다. 치료나 치유같은 결과론적인 방법인 아닌 그런 일이 없는 예방적인 사회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먼저 영화를 통해 트라우마의 예를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나중에 박스에 집어 넣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케이스를 몇 권의 책에서 본 거 같은데, 책 구성은 맘에 든다. 강의도 하고 tv 출연도 하는 분인데,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아주 유능한 교수가 되지 않을까 하고 잠시 공상도 해 보았다. tv에서 말하는 것보다 휠씬 더 감칠 맛 나는 글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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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고깔모자 - 월드 원더북스 7
오리하라 케이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11월
품절


여기는 뉴~욕! 이 사진그림책 작가에 의하면 엠파이어 빌딩에서 내려다 본 광경이라고 하는군요. 빽빽하군요. 저게 빌딩이 아니고 나무였다면 정글이 따로 없겠어요.

뉴욕에서 일하는 친구의 회사를 찾아간 작가는 친구 사무실에서 밖을 내다봅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요. 아마 저라도 제일 먼저 밖을 내다 봤을 거예요. 그때 작가는 정면에 보이는 고깔처럼 보이는 작은 건축물에 흥미를 보입니다. 저게 뭐지?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작가의 방에서도 볼 수 있는 저 고깔의 정체는? 네네! 맞습니다. 바로 바로 물탱크랍니다.

작가는 친구의 고층 사무실에 본 물탱크가 인상적이었는지, 자신의 방에서도 확인하고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 밑을 내려다 봤지요. 그리곤, 순간 물탱크에 흥미가 생겼겠죠. 우리가 늘상 보아온 물탱크가 그에게 신선한 호기심과 사진으로 찍어볼 만한 피사체로 말입니다.

길을 걸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사진기에 물탱크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하고 어느 물탱크가 가장 맘에 드는지 골라보는, 서비스도 잊지 않았네요.

작가는 자신의 흥미를 끄는 물탱크에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왜 물탱크를 금속이 아닌 나무로 만들었는지, 원뿔 모양을 하고 있는지 ? 왜일까요? 이것에 대한 답은 여러분이 확인해주세요. 호호호^^

지난 번에 만화MD오덕후님이 쓰신 휴가 대신 간 전시회라는 글을 읽으면서, 아차 싶었지요. 신선한 충격이었고요. 저도 아이들하고 오덕후님이 가신 일러스트레이션 거장전 보고 왔는데, 사실 거기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 찍으냐고 정신 없었지, 위에서 그 전시회의 장면을 한번 찍어보자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전시회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물을 보는 새로운 접근법이었고 새로운 시도라서 그 포스트 너무나 신선했었답니다. 그리고 주섬주섬 이 작품을 생각해냈지요.

이 작가의 이 사진그림책이 보여주는 것은, 어떤 사물(그게 책이든 전시회든 어째든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에 접근할 때, 구태의연한 방법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더라구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적인 삶은 얼마나 다른지... 왜 그런 기발한 생각을 못 했던 것인지.

전 일본작가들의 역량을 상당히 높게 치는 게 바로 이런 소재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때문입니다. 빌딩의 물탱크를 흉물이라고 생각하지 누가 저걸 건축물의 당당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리하라 케이는 친구 사무실에서 물탱크를 본 순간, 번뜩였을 것입니다. 자신의 흥미를 작품화할 수 있겠구나하고 말입니다. 물탱크를 다른 방식으로 새로게 접근한 작가의 이러한 시도가 이 책을 본 독자에게 분명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해도 이 작가의 자신의 소임을 다 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분명한 것은 작가가 자신의 피사체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이 작품을 보면 느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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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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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애매하다. 이 책은 경제전문가들의 휘향찬란한 용어를 앞세운 경제관련 책보다는 신자유주의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지만 만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임펙트가 상당히 약하다. 구사하는 유머도 유치하고..전반적으로 정보의 양에 비하면 질은 떨어진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만 있을 뿐 신자유주의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나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에 대한 그 어떤 대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이런 류의 책을 내기로 맘 먹었다면 비판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대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꼭 정책자들만 대안을 내 놓으란 법은 없으니깐. 신자유주의 우주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다만, 살아남기 위한 대안은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을 없애자 이런건데..현재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미 고스톱 판이 벌어지고 있는데... 차라리 끊임 없이 보완 제도와 장치를 만들면 모르까.  

신자유주의에 대한 패단에 대한 책 한권을 마무리하면서 왜 이런 반론이 생기는 것일까? 

이 책 읽고 나니,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에 구독해서 본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연신 치켜세웠던  대처수상에 대해 우리 시대에 위대한 지도자라는 글이 떠 올랐다. 그 위대한 대처(픽, 개웃음이 나오네!)가 신자유주의 브랜드를 들고 영국에서 10년이나 수상을 해 먹으면서 방만하고 노후된 국유화를 민영화 시키는데 공헌을 했고 애들 무상으로 먹었던 우유까지 돈내고 먹으라고 하는데 일조를 했으며 기업에 반대하는 강성세력(노조)을 말살시켜, 지금 현재 영국은 민영화되면서 공공비용 오르고 복지비 감소하고 노조가 없어 돈 있는 놈들 주둥이에만 힘들 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20년 전만해도 존경해 마지 않았던 그녀의 정책이 지금은 재앙으로 올 줄 누가 알았겠나. 대처에게 좀 더 풍요롭게 산다는 기준이 뭔지 잘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그녀는 철의 여인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영국사회를 신자유주의 사회로 만드는데 일조를 가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대처 성격으로 신자유주의가 정말 국민을 좀 더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다는 확신하에 그 정책들을 밀어부친 것인지 아니면 그 정책들을 수행하면서 어느 한쪽(기업가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것은 본인 개인의 이익이나 탐욕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녀가 신자유주의 브랜드를 도입했을 때 영국은 국영기업이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진 상태여서 파업이 일상화 되었고 실업자는 실업수당에 기대 하루 하루를 보내는, 자본주의 사회이면서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제도 때문에 사회기능이 급속도로 제 구실을 못 하고 있었던 시절에 그녀가 신자유주의가 방만해진 국영기업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한 것이었다. 문제는 모든 정책이나 시스템이 정책자의 입안대로 맞아 떨어지면 좋은데, 그 정책이 어떻게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이다. 대처가 국영 기업을 민영화 하면서 이익을 내는데 신경을 썼지, 공공의 역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속출한 것이다. 한 예로 철도 민영화 시키면서 저 촌구석의 역에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어떤 민자 기업이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냐말이다. 그렇기에 국영기업을 민영화한 그녀를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기 신자유주의가 나태해진 국영기업을 좀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mb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폐해를 목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완없이 무조건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은 개인적인 탐욕이 얽혀 있을 것이라고 추측). 초기 그녀의 성공처럼 보이는 성공은 모든 국가들의 모범이 되어 그녀의 신자유주의가 급속하게 퍼진 것으로 알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결국은 신자유주의는 비정규직의 문제, 기형적인 자유무역, 투기와 금융자본의 실패로 낙찰되었지만, 그렇다고 폐쇄적인 보호무역같은 정책이 지배한 그 이전 의 70년대 시절로 회귀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신자유주의도 문제도 문제지만 저질의 탐욕스런 국회 의원 뽑아놓고 살기 편한, 풍요로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기대하는 우리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깟 아파트 값 올려준다고, 뉴타운으로 개발되어 집값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에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이 입안하는 법 수준을 보라. 비정규직법! 그게 왜 2년을 더 연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 없이 경제를 위한답시고 4년씩이나젊은 애들을  비정규직으로 묶어 놓으려는 속셈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미디어법 날치기하는 그들을 보라. 그런 탐욕스런 인간들에게 무슨 괜찮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지, 우리가 신자유주의 폐해를 그렇게 외쳐도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웃긴 것은 그들에게 신자유주의 아니더라도 그 보다 더 좋은 명품 브랜드의 정책을 가져다줘도 그 정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 망칠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어떤 시스템이나 정책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는 것. 성숙한 시민과 그들이 뽑은 정치인이 인간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흉물적인 정책도 뚝딱뚝딱 고치고 보완해가며 오리지널보다 나은  발전적인 정책으로 나아가면 갔지, 탐욕스런 정치가나 정책가들에게 아무리 좋은 명품 브랜드 정책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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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리뷰해주세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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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노무현, 그를 잘 알지 못한다. 변호사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이장 노무현 그 어떤 호칭을 앞에 붙여도 노무현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조중동표 노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한다. 지난 10년간 애 키우면서 정치와는 담을 쌓았고 신문은 아예 읽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섬주섬 들려오는 조중동표 노까에 대해 거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들 매체에 대해 그렇게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다 못해 대통령의 말본새에 물고 들어질 때도 난 노무현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투가 좋았다. 한 눈에 이것저것 머리 굴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뱉어 내는 사람보다는 경박해 보일지 몰라도 강직한 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임기말기 툭 터져나온 변양균 스캔들을 지켜 봤을 때, 저 양반이 검찰권력과 야합하지 않았구나, 비굴하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믿음이 갔다(두 명의 대통령 시절, 검찰이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장자연 사건과 변양균 사건을 비교해봐라. 그러고도 검찰 니네들이 권력유착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냐. 이 떡검아!).

지난 10년간 애 키우며 독서라곤 그림책이 主였던 내가 요 3,4년간 동안 다시  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 출판계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기록 문화 또는 자서전이나 평전에 대한 출판물이  인색하다는 것이다. 외국 출판계의 경우 생존시 자기의 자서전은 물론  다른 사람에 의한 인물 탐구 서적(인터뷰 포함해서)이 카테고리에 한 부문을 괘 비중있게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 출판계는 가뭄에 콩 나듯이 인물탐구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끽해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상업적으로 급조해낸 황우석이나 김연아같은......그렇게 우리나라에 집중적으로 조명할 만한 인물들이 없었나 싶을 정도다. 솔직히 말도 안 되지 않는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격변의 시대를 살았고 살고 있는데.....  

그런 인물탐구에 척박한 땅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터뷰집이 나왔다. 그것도 한 사람의 일생을 전부 다 조명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해명하고 싶었던 것을 오마이뉴스 오연호기자(난 언제나 그를 오마이뉴스 대표로 만날 수 있으려나. 그는 작심한 듯 대표 타이틀 떼고 영원한 말단 기자 타이틀로 남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와의 삼일동안의 인터뷰 기록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마지막 생을 비극적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미래의 정치역사가들에 의해 언젠가는 위대한 정치인으로 조명되고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그가 무슨 일을 했다고 우리 정치사에 위대한 인물로 남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묻는다면, 블로그를 기웃거리다 읽은 영남 밀양이 고향인 60대의 노빠 할머니의 말로 대신 하고 싶다.  "가진게 없는 사람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노무현은 지가 할 거 다 한 것" 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의 첫 화두는 시민 각성과 시민 권력이다. 노무현이 실현하고자 했던 권력은 언론이나 경제 권력이 아닌 시민에서 우러나오는 시민 권력이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정치권력이 최고의 정점도 만능도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천하고 있었다. 대통령 시절의 그가 권력 기관을 대하는 것을 보면 이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모든 매체에서의 정치인의 희화화는 정치 권력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권력이 낮은 곳으로 임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 준 예이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그는 희화화 되었고 바보취급 받았다. 연일 조중동이 그의 말꼬리를 잡으며 준비 안된 대통령이라고 떠 벌렸고 사람들도 덩달아 그를 바보 취급하였다. 특히나 그의 재임말기 시절 그의 수행지지도는 15% 안팍이었다. 그리고 그도 인터뷰 도중 노무현대통령 안된 대통령이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는 왜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것일까?  

결정적인 것은 이인제씨 때문이죠. 이인제씨가 2002년 대선 전에 우리 민주당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됙 위해서였죠. 내가 그 때부터 '이거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땐 나는 이회창씨 쪽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내 상대는 이인제씨였어요." ....... "경선 불복 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우리 당으로 와서 여기서 또 후보하겠다고 하는데...그 설명할 수 없는, 이치에 닿지 않는 현상, 그리고 그 현상에 영합나는 많은 사람들의 모임과 세력을 보면서 이게 뭐냐, 이게 정치냐, 이대로 가도 되냐고 분노했지요." 

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야합보다는 불의를 못 참아내는 성격, 기면 기지 휘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꼿꼿한 성격은 그의 정치매력이었지만 퇴임 후 그의 정치 보복을 낳게 된 원인이기고 하였다. 물론 노빠들은 그의 이러한 성격에 매료돼, 그를 한평생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이지만.  

그가 끝까지 모든 것과 타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국정 운영이나 정책에서 그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를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의 일탈을 가져온 이라크 파병과 미국과의 fta가 그 예인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완전히 굴복된 상태에서 이라크 파병이나 미국과의 fta 정책을 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정책 사이에서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거대한 조직 사회에서 대통령의 가치대로 움직여 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먼저 이끌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자는 측면에서 정책들을 입안하고 협상했던 것이다. 현재 이대통령의 국익에 상관없이 끌려가는 정책이 아니란 말이다. 일본 fta의 예를 들면, 일본 fta는 조건이 너무 안 맞아 그만 두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 일본측에서 이명박재임시절에 fta를 다 체결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니, 노대통령의 정책 수행과 이대통령의 정책 수행이 어느 것이 더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누가 더 유능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노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그리고 퇴임후 이장 노무현으로 산, 짦은 기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왜 링컨을 선망하는지, 정치적 좌절은 있을 수 있어도 깨어 있는 시민사회의 희망을 져버리지 않았던 그의 정치적 행로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책이다. 우리 정치사에 이런 인물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모든 권력을 낮은 데로 놓았던, 그의 업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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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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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체적으로 내가 만난 일본영화, 드라마, 애니나 그림책은 우리 일상에 대한 리플레이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사에 지겨울만한데, 영상이 보여주는, 글이 보여주는, 그림이 보여주는 일본 작가들의 현실에 대한 일상적인 재현은 어느 순간 정겨운 느낌과 함께 어떤 커다란 공감으로 다가와 멈침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 교감이라고 해야하나 울림이라고 해야하나 뭐 거창한 장면도 글도 아닌 어찌보면 아주 작은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도 나의 일상속 이미지와 겹치면서 내 맘 속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공명이 울릴 때가 있다. 

이 책도 일본매체에 대한 나의 느낌처럼 멈춤버튼을 막 누르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말이 거창하게 심리학이었지,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한겨레신문의 야매상담자인 것처럼사실 그냥 중년남자의 일상적인 야매 심리 에세이였다.  윤용인, 이 작가도 한때 딴지 사람이었던 사람인듯. 잘 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애가 둘 딸린 상태에서 딴지 일보에 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지금은 노매드라는 여행 회사를 차려 회사 운영과 함께 글도 써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것 같다. 이 작품도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묶어 에세이로 낸 것인데, 책 받자마자 대충 훑어보니 타이포도 큼직하니 부담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첫장은 그렇게 크게 와 닿았지 않았다. 김갑수 삘~도 나는 것 같기도 해서 약간 두려웠다. 쌓여 있는 책도 많은데, 또 시간을 낭비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꾹 참고 읽는데, 점점 그의 글에 빨려 들어갔다. 일단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입장이고 애 키우는 처지다 보니, 일상이라는 공통분모의 글이 있었고 읽다보니 점점 그의 정치적, 사회적, 일상적인 세계관에 천 개의 공감을 가지고 읽게 된 것이다. 자꾸 그의 하소연 같기도 한 속 깊은 글 같은 글에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맞다, 맞아~

그가 지혜롭다거나 제목처럼 분석적인 글을 써서가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야매 심리학 에세이를 썼을 뿐이다. 아침 방송 토크쇼에 나오는 오영실처럼, 일찍 세상 사는 이치와 부부의 자리를 깨달았고 터득했으며 한꺼번에 껴안았다고 할까나. 지 잘났다고 잘난 맛에 이 글을 썼다면, 니 뿡이다! 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방식의 사고나 세계관이 있음에도 절대로 타인에게 강요하기보다 넌지시 다른 사람의 사는 방식에 빗대어 말하고 있고, 타인과 구별할 수 있는 나만의 사는 방식을 살라고 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는 나이듦으로 해서 청춘의 화려함은 잃을지언정 그래도 꿈은 살아있다고, 즐길 수 있는 인생은 당신 앞에 놓여 있다고 청춘예찬이 아닌 사추예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 :  그의 에세이는 끝이 다가올수록 빛이 난다. 마지막 에세이 나이들어도 꿈을 가져라라는 에세이에서 나는 50이 넘어 그림책 작가된 레오 리오니와 뱅샹을, 환갑 넘어 그림책 작가가 된 윌리엄 스타이그를, 70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유명화가된 그랜마 모지스와 엠마 스턴을 떠 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작가는 멋진 연애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 날이 언제일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 76살이 넘어 그림을 그린 그랜마모지스를 떠올리며 그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랜마모지스의 크리스마스 전날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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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7-2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오늘 완전 좌절이었는데 님의 글이 위로가 되네요~.

기억의집 2009-07-22 20:29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쓰셨구나. 전 오늘 개당의 미디어법 처리 보고 완전 좌절이예요.
밥도 지금 하고 있어요. 하도 열 나서 안 먹던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먹었던지..그래도 속 타는 중!
나비님, 서재에 남겼지만 꼭 되실 것이니 걱정마시와요.

scott 2010-04-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지님 멋진 리뷰만큼 이 마지막 그림 넘 감동적이거 있죠. 기억의 집님도 이런 모습으로 아이들 꼬옥 않고 잠드실것 같아요. 추천 버튼으로라도 감동을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