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대체적으로 내가 만난 일본영화, 드라마, 애니나 그림책은 우리 일상에 대한 리플레이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사에 지겨울만한데, 영상이 보여주는, 글이 보여주는, 그림이 보여주는 일본 작가들의 현실에 대한 일상적인 재현은 어느 순간 정겨운 느낌과 함께 어떤 커다란 공감으로 다가와 멈침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 교감이라고 해야하나 울림이라고 해야하나 뭐 거창한 장면도 글도 아닌 어찌보면 아주 작은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도 나의 일상속 이미지와 겹치면서 내 맘 속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공명이 울릴 때가 있다. 

이 책도 일본매체에 대한 나의 느낌처럼 멈춤버튼을 막 누르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말이 거창하게 심리학이었지,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한겨레신문의 야매상담자인 것처럼사실 그냥 중년남자의 일상적인 야매 심리 에세이였다.  윤용인, 이 작가도 한때 딴지 사람이었던 사람인듯. 잘 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애가 둘 딸린 상태에서 딴지 일보에 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지금은 노매드라는 여행 회사를 차려 회사 운영과 함께 글도 써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것 같다. 이 작품도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묶어 에세이로 낸 것인데, 책 받자마자 대충 훑어보니 타이포도 큼직하니 부담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첫장은 그렇게 크게 와 닿았지 않았다. 김갑수 삘~도 나는 것 같기도 해서 약간 두려웠다. 쌓여 있는 책도 많은데, 또 시간을 낭비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꾹 참고 읽는데, 점점 그의 글에 빨려 들어갔다. 일단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입장이고 애 키우는 처지다 보니, 일상이라는 공통분모의 글이 있었고 읽다보니 점점 그의 정치적, 사회적, 일상적인 세계관에 천 개의 공감을 가지고 읽게 된 것이다. 자꾸 그의 하소연 같기도 한 속 깊은 글 같은 글에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맞다, 맞아~

그가 지혜롭다거나 제목처럼 분석적인 글을 써서가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야매 심리학 에세이를 썼을 뿐이다. 아침 방송 토크쇼에 나오는 오영실처럼, 일찍 세상 사는 이치와 부부의 자리를 깨달았고 터득했으며 한꺼번에 껴안았다고 할까나. 지 잘났다고 잘난 맛에 이 글을 썼다면, 니 뿡이다! 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방식의 사고나 세계관이 있음에도 절대로 타인에게 강요하기보다 넌지시 다른 사람의 사는 방식에 빗대어 말하고 있고, 타인과 구별할 수 있는 나만의 사는 방식을 살라고 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는 나이듦으로 해서 청춘의 화려함은 잃을지언정 그래도 꿈은 살아있다고, 즐길 수 있는 인생은 당신 앞에 놓여 있다고 청춘예찬이 아닌 사추예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 :  그의 에세이는 끝이 다가올수록 빛이 난다. 마지막 에세이 나이들어도 꿈을 가져라라는 에세이에서 나는 50이 넘어 그림책 작가된 레오 리오니와 뱅샹을, 환갑 넘어 그림책 작가가 된 윌리엄 스타이그를, 70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유명화가된 그랜마 모지스와 엠마 스턴을 떠 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작가는 멋진 연애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 날이 언제일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 76살이 넘어 그림을 그린 그랜마모지스를 떠올리며 그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랜마모지스의 크리스마스 전날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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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7-2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오늘 완전 좌절이었는데 님의 글이 위로가 되네요~.

기억의집 2009-07-22 20:29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쓰셨구나. 전 오늘 개당의 미디어법 처리 보고 완전 좌절이예요.
밥도 지금 하고 있어요. 하도 열 나서 안 먹던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먹었던지..그래도 속 타는 중!
나비님, 서재에 남겼지만 꼭 되실 것이니 걱정마시와요.

scott 2010-04-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지님 멋진 리뷰만큼 이 마지막 그림 넘 감동적이거 있죠. 기억의 집님도 이런 모습으로 아이들 꼬옥 않고 잠드실것 같아요. 추천 버튼으로라도 감동을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