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박이정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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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드라마 중에 베스트 중에 하나가 [응답하라 1997]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주연배우들에 기대어 드라마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입소문이 좋아서 중간부터 본방 사수하고 그 전편은 다시 보기로 몰아서 봐줬다. 가수 서인국과 정은지의 경상도 사투리가 입에 착착 감기게 대사를 해서 경상도 지역 출신들인가 했더니 그렇다고들 하더라. 어쩐지 억양이 남다르다 했다.

 

사실 나는 H.O.T의 시대는 아니다. 나의 청춘을 모두 앗아갔던 사람은 서태지뿐이었다. 서태지 이후로 가수에 미처 콘서트에 가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요 근래 그런 마음을 다시 불사르게 했던 건 버스커버스커 뿐이었다고 할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버스커 팬카페에 좀 많더라. “서태지 이후로 가수에게 빠지긴 처음이에요.”라는 게시판 덧글이 어찌나 많던지.

 

1박2일, 남자의 자격의 작가 이우정은 Tvn으로 활동 범위를 옮기면서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를 썼다는 것이 좀 놀랐다. 하긴 구성 작가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방송작가교육원에서 드라마 공부 하는 사람들 많이 봤다. 잘나가는 구성작가의 첫 드라마가 참 농익고 너무 맛깔나다. 그간 구성 써온 대본 실력 있으니 응칠이의 대사들이 매회 살아 숨 쉬었다. 이우정의 학창 시절 얘기는 아니고 실제 같이 드라마 집필했던 막내 작가가 토니안의 팬이었고, 그 모티브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2년 구성 좋고, 연기 좋고 지난날의 향수 한번 제대로 가져다 놓았다.

 

그런 드라마를 소설로 읽는 재미로 만든 책이 나왔다. 이우정의 극본을 가지고 소설을 다른 사람이 썼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을 놓고 소설로 쓴 작품이 많다. 보통은 소설 원작이 영화나 드라마가 되는데, 반대의 경우로 소설이 탄생했다. 16부작 드라마를 모두 응집 시킬 수는 없었지만 드라마를 스쳤던 대사들을 다시 한 번 보니 드라마 속 성시원과 윤윤제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윤제보다 준희에게 더 많은 호감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윤제보다 시원이 태웅을 만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짠하게 남았었다. 태웅의 가슴 아픈 사랑을 좀 더 위로해주고 싶은 모성본능이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태웅의 진득함이 참 좋았다.

 

 

드라마는 동창회를 시작으로 성시원의 남편이 누구일까 궁금증을 15회까지 잘 가져갔다. 나중에 시원과 윤제가 동침하듯 같이 지내는 것이 16부작 앞에서 나오면서 그간 너무 궁금했던 시원의 남편이 윤제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책 또한 과거와 동창회를 오가며 진행된다. 이미 시원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궁금하지 않지만 끝이 날수록 그들의 청춘이 아름답고 부러운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다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난다면 이미 본 향취를 다시 보는 과정을 조금 벗어난 구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창회와 과거의 교차 편집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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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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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 길을 다섯 시간쯤 걸을 때였다. 바다를 원 없이 마주하며 걸었던 날이었다. 그날 도중에 다리가 아픈 것도 있었지만 노을 지는 바다와 나, 그리고 간혹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서 있었던 어느 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서울 밖을 나가서 살아본 적 없는 서울 시민이었다. 그런데 제주도 올레 길에 빠져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딱 한번 있었던 서울 생활의 고단함에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이후 제주도 바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곳에 살고 싶다는 말을 잊고 말았다. 나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욕망과 욕심이 있었고 무엇인가 잃어 버렸다는 생각을 안고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때로는 갑갑해 미친 여자처럼 가방 하나 들고 훌쩍 강원도, 전라도, 가까운 아시아를 떠났지만 이내 서울 생활을 그리워하였다. 아마도 어딘가에 정착하기위해서는 나 스스로 뭔가를 이뤄내고 싶은 욕망이 더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장석주 시인의 시골 생활이 부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열심히 자식 뒷바라지에 허덕이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호숫가가 있는 곳에 집을 짓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다시 책을 읽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십대에 이미 원하는 시인이 되었고 베스트셀러도 생겼고, 젊은 나이에 출판사 사장도 되어 보았고, 2만권을 소장 할 수 있는 재력과 (책값을 무시 못 하기 때문에 2만권의 책 중 선물 받은 것도 있다고 한들 그 많은 책을 사는데 드는 돈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그 방대한 책이 머물 수 있는 집도 있었지만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와 ‘수졸재’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산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월든]을 쓴 작가 소로우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2만권의 책을 가지고 이제 3만권의 책과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는 책속에 열 번은 넘게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이 어떤 감흥과 조금 멀어지는 부분은 이런 그의 성공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이 마흔은 인생의 오후라고 얘기하는 부분에 동의 할 수 없는 부분과 마흔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뤄내야 한다는 그의 얘기에 비록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주하게 될 마흔에 그처럼 성공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보여 줄 수 없는 현실에 당혹스러운 마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성공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나름의 뜻과 의미는 있지만, 개인마다 느끼는 성공의 척도는 다를 것이다. 백세 시대라고 하면 마흔은 정오를 향하고 있는 아직은 오전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의 오후 발언은 거슬렸다. 물론 이런 거슬림 또한 나에게 급하게 닥칠 시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나의 발악 같은 마음을 위로하고자 그도 꿈이 있다면, 마흔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P16)라고 하기도 한다. 인생이 하나의 여정이기 때문에 그 여정을 중요시 하고 열심히 살아가며 인생은 그 어떤 확신과 답도 없으니 마흔은 분명 아직 불완전한 성인 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직 마흔이 되지 못한 나의 시간에 조바심 내지 말고 마음의 공간을 비워둬야 할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서재에 있는 책 3만권을 계속 자랑한다. 그리고 나이 마흔과 관계없이 책 읽기의 중요성을 얘기해 줬다. 책이 사람을 바꿔 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망감도 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자의식을 버리고 전혀 다른 세계로 가는 행위다. 책을 읽는 행위는 혁신적인 사유를 촉발시키고 존대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우리를 새로운 어떤 세계로 데려가는 일이다.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간다.” (P118)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들중 때로는 우리는 길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길을 일은 뒤 자신이 처한 불확실성을 참아내는 법, 의심에서 만족을 만들어내는 법, 역경을 견디고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혹시 잃어버린 길 위에서 얘기치 않게 새로운 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길 잃기가 주는 선물이고 보상이다.” (P157~158)

 

 

 

자연과 함께 모든 것을 비우며 살기위해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간 저자가 느낌 10여년의 세월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그는 많은 책들을 얘기하며 비움과 자연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을 얘기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소장한 3만권의 책 때문에 절대로 그가 어떤 비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자의식이 이상하게도 비움과 다른 어떤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이뤘던 성공에 가깝게 가기위해 살고 있는 나는 책을 읽고 그처럼 비움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방대한 독서를 한 저자와 달리 너무 부족한 독서와 책을 소장한 독자와의 간극 때문에 책이 거리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을 다 읽고 이와 비슷한 책들이 말하는 무소유의 삶이 주는 가벼움을 느끼지만 아직은 양손에 들고 있는 가지고 싶은 삶의 환의의 기분을 놓을 수 없는 것이 3만권의 책이 없는 부족한 독자기 때문에 비움의 미학을 모르고 있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온 그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그의 인생을 참 알차게 마흔을 맞았고, 그동안의 시간에 보상을 주듯 남은 시간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마흔과 마주 할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즐기며 도시 생활을 느리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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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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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그런 생각을 해 왔다. 나에게 일정 기간의 자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로 여행을 할 것인가. 그럴 때 생각하지도 않고 말 할 수 있는 여행지는 번호 3번까지는 나올 수 있다. 첫째는 산티아고의 800키로가 넘는 길을 걷는 것이고, 둘째는 더운 인도의 길을 돌아다니는 것이고, 셋째는 스위스의 융프라우에 가는 것이다. 스위스를 빼면 나머지 여행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이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주며 선택하라고 하면 너무 많은 나라들이 줄지어 있어 쉽게 떠올려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고민을 안고 한 달에 한명씩 바통을 이어 태마가 있는 여행을 가게 해준 프로젝트로 책이 한권 나왔다. 한명이 떠났다 돌아오면 다른 한명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일주일 정도의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자신만의 여행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기획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설레는 사람들이 있는지. 은희경의 호주, 이명세의 태국, 이병률의 핀란드, 백영옥의 홍콩, 김훈의 미크로네시아, 박칼린의 뉴칼리도니아, 박찬일 셰프의 규슈, 장기하의 런던 그리고 리버풀, 신경숙의 뉴욕, 이적의 캐나다. 책을 읽는 것은 그들과 동그란 지구를 돌고 오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먼저 여행을 시작한 은희경의 여행의 의미는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곳은 호주였다. 사실 조금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의 도시를 탐색해 줬으면 했던 작가 중에 한명이었는데 그녀의 선택의 나라가 조금 시시한 것 같았는데, 그녀의 와이너리에 대한 얘기에 시시함이 사라졌다. 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추운 겨울날 마시는 뜨거운 뱅쇼는 좋아한다. 싸구려 와인을 넣었을 때와 조금 돈을 들인 와인을 넣었을 때의 뱅쇼의 맛을 아직 구분하지 못하지만, 뱅쇼 때문에 와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은희경의 호주 얘기에는 흥미로운 와이너리에 대한 얘기보다 역시 그녀의 삶을 통한 글이 더 좋았다. 풍경을 더 보기 위해 헬기를 타고 웅장한 자연의 규모에 자신의 속의 어떤 공간을 더 넓혀 오는 느낌을 받아 오는 그녀는 이런 얘기를 했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P42

 

 

 

거대한 자연 앞에서 너무도 작은 나를 발견하는 것, 낯선 나를 만나는 것일까. 그리고 작은 나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나로 돌아가 다시 갈아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여행의 이유였을까.

 

 

모든 이들이 여행지를 고른 이유 중에 사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테마가 이명세였다. 그는 영화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배경을 태국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이런 여행기속에 꼭 자기 성찰의 부분만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영화를 위한 답사로 선택된 태국에 이건 아니지 싶다. 마치 꿩 먹고 알 먹고 같은 느낌이랄까. 사전 답사는 자신의 돈이 아닌 남의 여력을 빌려 갔다 온 것 같아 그의 여행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행 블로그들이 워낙 많으니 조금만 찾아보아도 갔다 온 것 같은 여행기들이 많아 어쩌면 여행기속 사진들이나 나라들은 식상 할 수 있을 같다. 그런 부분에서 김훈과 박칼린이 선택한 나라는 최고였다. 이름도 어려웠던 김훈이 찾아간 미크로네시아. 그의 여행 태마는 또 얼마나 거대한지.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라고 한다. 미크로네시아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심연의 바다는 심장이 단단해졌다. 심연 공포증이 있는 나는 이런 깊은 물 사진을 잘 못 본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래서였을까, 인간이 참 무력 하다는 것 그 심연을 보는 순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미크로네시아_ 깊은 우물같은 이 아름다움

 

 

그녀의 눈처럼 신비로운 해안의 색을 가진 뉴칼리도니아의 무인도. 박칼린의 자유분방한 모습과 많이 닮아 보였다. 그녀가 감독한 뮤지컬을 한편도 본적이 없지만, 그녀의 에세이 한권을 읽었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은 갈 수 있었는데, 그녀의 여행 준비가 나와 많이 닮았다. 여행을 가지전에 사전 작업을 많이 한다. 여행 갈 나라의 서적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다녀왔던 블로거들의 여행기를 한 달 정도 찾아다니며 읽는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 한다고 한들, 여행은 여행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준비 되어 떠나는 것이 여행이 아니라 준비 되지 못함을 느끼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그저 필요한 것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여행이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라고 한다. 그 어떤 것도 땔 수 없고 때로는 어디든 있는 것이 물이고, 도착 후 간절하게 바라는 시원한 생수고, 감정이 닿으면 툭하고 쏟아져 내리는 눈물 같은 수도꼭지라고 나만의 그녀의 여행을 정리해 봤다.

 

뉴칼리도니아_ 그녀의 눈처럼 아름다웠던 그곳.

 

 

그녀의 여행지 선택도 그녀처럼 감각적이다. 바다로 가라고 바람이 말했다고 하지 않던가. 재치와 감각이 고스란히 자리 잡은 푸른 바다가 가득한 여행, 아름다웠다.

 

 

 

박찬일의 여행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화룡점점을 찍지 못했을 것이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맛있는 음식도 함께여야 하니까. 그의 여행의 의미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하는데, 딱 맞는 여행지의 선택이다. 일본의 큐슈 에키벤 여행. 신칸센에서 먹는 도시락이라니. 얇은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 통에 매실 장아찌, 연근, 은어 한 마리까지 들어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가는 기차여행은 낭만적이다. 이것이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어 기차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의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내가 그들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먼저 기차를 타고 도시락을 먹으며 한번 여행을 떠나 온 것처럼.

 

신칸센의 도시락.

 

 

 

이 여행기속 가장 빛나는 글을 역시 모든 여행을 함께한 이병률의 핀란드 여행이다. 여행에 동행했던 작가들이 쓴 글들보다 일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한 그의 내면의 마음이 가장 빛나 보였다. 물론 내가 가장 가고 싶은 나라중에 하나인 핀란드여서 더 눈이 반짝였는지 였을 수도 있다. 그에게 여행이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라는 말에도 나에게 여행이라는 의미와 가장 비슷하다. 지금을 살고 있지만 마치 여행을 하고 있는 순간은 지금이 아니고 언젠가, 혹은 아주 오래전 때로는 미래의 어디쯤이라고 생각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여행은 더 아련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을 맞는 것이 아닐까.

 

 

 

그곳은 언제나 크리스마스 _ 핀란드

 

 

 

 

 

문득 나에게 여행의 의미를 물어 본다.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몇 년 전 해남을 갔다 오면서 나는 친구에게 이런 문자를 한통 보냈었다.

 

 

 

“새해, 여행을 했어. 나에게 여행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었어. 지금 서울을 올라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있어 행복해.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봐”

 

 

 

내게는 여행이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떠났던 자리에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곳이 있는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여행을 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추억을 간직하며 지금의 자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 얼마 안 된다.

이런 나의 생각과 많이 맞닿아 있던 박칼린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흘렀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내가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라면 그런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보다. 난 어느 날 멋진 뉴칼레도이나 남자를 만났고, 그의 멋진 등을 보며 상상의 세계를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왔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게.“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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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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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은 밑으로 동생이 두 명이 더 있다. 온 집안 식구들은 맏형이 잘 되길 바라며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스스로 희생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부모는 맏아들이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도록 뒷바라지를 멈추지 않았고, 동생들은 고등학교 이상의 학업을 포기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위해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맏형은 의사가 되었고, 병원 개업을 위한 비용을 동생들이 모아 놓은 돈으로 차렸다.

 

형은 예쁜 신부를 맞아 행복하게 살 때쯤, 둘째가 찾아와 가게 개업을 위한 금액을 요구했다. 형은 동생을 도와주어야 할까? 그리고 큰오빠를 위해 공장을 다니다 다친 막내 여동생은 집에서 부업으로만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 또한 큰오빠는 셋째를 도와주어야 할까?

 

마치 80년대에 많이 있었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모든 가족의 희생으로 성공을 하였던 맏아들은 가족에 대한 의무에 대한 얘기를 우리나라의 기업, 정부가 지원한 구역의 역할까지 얘기하며 참 재미있게 책을 풀어냈다. 가난한 집 맏아들이 가족의 도움으로 성공을 이뤄 낸 부분에 대해 맏아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고 말한다. 동생들이 희생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의대를 지망, 다녔다면 막대한 등록금과 서울에서의 생활비까지 모두 맏아들이 감당해야 했다. 만약 동생들이 희생하지 않고 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면 동생들이 20년 후 취할 수 있는 금액과 기회비용까지 계산해 놓은 표를 보면, 맏아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얘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같은 세월에 어디 맏아들만 바라보며 나는 희생하며 큰오빠를 위해 열심히 일 해야해...할 그런 시대는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희생은 분명 존재하지만 나를 포기한 희생이 좀처럼 걸려들지 않을뿐더러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미 호랑이 담배 피던 얘기로 생각해야 할 만큼 투자 없는 성공은 없어 보인다.

 

드라마속의 가난한 맏아들은 지금의 시대로 본다면 강남이라고 봐야겠다.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정부는 강남의 개발을 추진했다. 물론 도시 내 특정 지역 개발은 강남 지역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P142)

 

어쨌거나 중요한 점을 반복하자면, 강남 개발처럼 특정 지역의 개발과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생겼고, 이들이 벌은 돈은 다른 지역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P142) 맏아들이 동생들과 부모의 희생을 통해 성공한것처럼 다른 지역 개발보다 더 많은 투자를 받은 강남은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강남의 땅이 무수한 자본이 들여 지금의 부의 땅으로 자라기까지 그곳에서 이득을 취득한 부자들은 정부의 지원속에 많은 지역의 희생으로 부자가 된 것이다.

 

맏아들이 밑에 동생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가지는 것처럼 특정 지역의 투자로 인해 개발되어 부를 축적하게 된 지역, 부자들은 희생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져야 할까?(P149) 꼭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랃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한국 부자들의 도덕적 의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맏아들이 동생의 희생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하는 부분은 크게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존재한다. 공정무역으로 우리가 받은 도움을 개도국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실행에 옮겨 작은 실천으로 물건을 사줘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개도국을 돕기 위한 얘기로 꺼내졌지만 공정무역을 통한 물건이 조금 비싸지만 그런 물건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저임금에도 들지 않는 금액을 받으며 사는 그들을 위한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가난한 집 맏아들이 누렸던 혜택에 좀 더 폭 넓은 예를 든 부분이 친일파에 대한 얘기가 있다. 친일파들은 일제의 수탈에 앞장서며 국민을 괴롭혔고 그때 일궈낸 재산은 많은 국민의 희생과 고통에 얻은 것이다. 일본을 통해 막대한 자금과 토지를 받아 재산을 불렸다. 그간 친일파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며 그들의 재산을 압수하는 일을 했지만 그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재산 몰수는 당연하고 그들의 후손들이 누리고 있는 재산 몰수도 당연한데, 그런 기사를 많이 보지 못했다.

친일파였던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지만 친일파였던 부모 밑에서 많은 재산을 쌓아 부를 누렸던 그 후손들은 그 부를 누려도 마땅한 것일까? 그 후손들은 아직도 부와 권력을 누리며 잘살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주며 받아낸 특혜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갈 것이다.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도덕적 의무를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스스로 열심히 일하며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삶의 한 편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실제적인 피해를 입힌 적이 없는가?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묻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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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럭 : 행운은 왜 나만 비켜 가냐고 묻는 당신에게
존 크럼볼츠 & 앨 레빈 지음, 이수경 옮김 / 새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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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청담동 엘리스]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보통의 드라마들은 신데렐라, 캔디형의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드라마 구성을 해 놓은 것이 인기도 있고 시청률도 잘 나온다. 진부한 내용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그 진부함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 드라마는 신분상승을 위한 신데렐라와 울지 않는 캔디도 있고 인생을 개척하려는 자아가 살아있는 여자 캐릭터가 드라마를 움직인다.

이야기는 이렇다. 여자 주인공은 융자를 얻어 산 아파트의 이자를 갚지 못하고 대기업의 빵가게 때문에 망하고 만 부모 밑에 있다. 또한 몇몇 대회에서 입상은 좀 했지만 유학을 갔다 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사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자신보다 그림도 잘 못 그리고 공부도 못한 동기생이 어렵게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간 회사의 사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도 청담동 입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며 돈 많은 남자를 얻기 위한 고분부투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골격은 이렇게 잡아 놓고 아직 얘기가 진행 중이다. 아마도 그녀는 청담동에 입성을 할 것이고, 돈보다 사랑이 훨씬 중요하다는 진부한 개념을 내 놓고 끝날 수도 있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내용은 그녀가 청담동 입성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간 드라마에서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이 어쩌다 우연으로 만난 가난한 여자를 운명의 사랑이라는 거북한 내용을 내세워 그녀가 신데렐라가 됐다면, 이 드라마속의 주인공은 그동안 드라마 내용을 답습하지 않는다.

 

 

드라마 얘기가 길었다. <굿 럭>이라는 책이 그렇다. 어떤 이가 생각지도 않게 잘나가는 일을 잡았거나 우연히 만난 동료였던 사람이 혹은 동창이 나보다 훨씬 좋은 직장, 직업에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보다 훨씬 못 났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충격을 받거나 혹은 그들이 원래 잘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도 내가 생각하는 운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운 좋은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얘기를 다시 꺼내자면, 드라마 속의 여 주인공 한세경은 프랑스 유학을 가고 싶어 프랑스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랑스를 가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몇 년간 계획을 세우고 그림으로 지도까지 그려가며 꿈을 꾸었다. 비록 프랑스를 가지 못했지만 이런 그녀의 노력이 남자 주인공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한 남자가 속한 회사에 프랑스 기업이니 상사를 만나 그녀의 노력한 프랑스어를 발휘하며 뽐낼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굿 럭>은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절반 정도 책을 읽고 나면 책의 내용의 끝이 어떻게 끝이 날지 알 것이다. 책의 소제목은 <행운은 애 나면 비켜 가냐고 묻는 당신에게>라는 말 때문에 사실 이 책을 선택했었는데, 그동안 읽은 자기 계발서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내용속의 에피소드들은 우리나라의 실정과 많이 달라 참고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드라마<청담동 엘리스>를 통한 교훈이 훨씬 쉽게 다가온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이 책의 전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 잘 알고 있지만 실패로 인해 생기는 상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책 초반에 꿈에 대한 얘기가 참 많다. 어렸을 때 어떤 꿈을 꾸며 그것을 위해 노력했었나? 그 꿈을 위해 너무 큰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었나, 그런 부분에 대한 세세한 항목은 조금 식상한 면이 있지만 지나친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 보기위해 한 부분 발췌했다.

 

 

[@꿈을 이루었음에도 절망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라.

@ 한 번에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가라.

@ 잘못된 선택에 매달리지 말라.

@ 조언은 경청하되 결정은 스스로 내려라.

@ 상황이 변하면 우선순위를 재검토하라.

@ 열정은 행동에서 생겨난다.

@ 목표 직업에 스스로를 묶어두지 말라.

@ 다른 대안들도 고려하라. ] P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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