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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ㅣ 응답하라
박이정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작년에 본 드라마 중에 베스트 중에 하나가 [응답하라 1997]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주연배우들에 기대어 드라마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입소문이 좋아서 중간부터 본방 사수하고 그 전편은 다시 보기로 몰아서 봐줬다. 가수 서인국과 정은지의 경상도 사투리가 입에 착착 감기게 대사를 해서 경상도 지역 출신들인가 했더니 그렇다고들 하더라. 어쩐지 억양이 남다르다 했다.
사실 나는 H.O.T의 시대는 아니다. 나의 청춘을 모두 앗아갔던 사람은 서태지뿐이었다. 서태지 이후로 가수에 미처 콘서트에 가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요 근래 그런 마음을 다시 불사르게 했던 건 버스커버스커 뿐이었다고 할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버스커 팬카페에 좀 많더라. “서태지 이후로 가수에게 빠지긴 처음이에요.”라는 게시판 덧글이 어찌나 많던지.
1박2일, 남자의 자격의 작가 이우정은 Tvn으로 활동 범위를 옮기면서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를 썼다는 것이 좀 놀랐다. 하긴 구성 작가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방송작가교육원에서 드라마 공부 하는 사람들 많이 봤다. 잘나가는 구성작가의 첫 드라마가 참 농익고 너무 맛깔나다. 그간 구성 써온 대본 실력 있으니 응칠이의 대사들이 매회 살아 숨 쉬었다. 이우정의 학창 시절 얘기는 아니고 실제 같이 드라마 집필했던 막내 작가가 토니안의 팬이었고, 그 모티브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2년 구성 좋고, 연기 좋고 지난날의 향수 한번 제대로 가져다 놓았다.
그런 드라마를 소설로 읽는 재미로 만든 책이 나왔다. 이우정의 극본을 가지고 소설을 다른 사람이 썼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을 놓고 소설로 쓴 작품이 많다. 보통은 소설 원작이 영화나 드라마가 되는데, 반대의 경우로 소설이 탄생했다. 16부작 드라마를 모두 응집 시킬 수는 없었지만 드라마를 스쳤던 대사들을 다시 한 번 보니 드라마 속 성시원과 윤윤제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윤제보다 준희에게 더 많은 호감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윤제보다 시원이 태웅을 만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짠하게 남았었다. 태웅의 가슴 아픈 사랑을 좀 더 위로해주고 싶은 모성본능이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태웅의 진득함이 참 좋았다.
드라마는 동창회를 시작으로 성시원의 남편이 누구일까 궁금증을 15회까지 잘 가져갔다. 나중에 시원과 윤제가 동침하듯 같이 지내는 것이 16부작 앞에서 나오면서 그간 너무 궁금했던 시원의 남편이 윤제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책 또한 과거와 동창회를 오가며 진행된다. 이미 시원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궁금하지 않지만 끝이 날수록 그들의 청춘이 아름답고 부러운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다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난다면 이미 본 향취를 다시 보는 과정을 조금 벗어난 구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창회와 과거의 교차 편집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