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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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은 밑으로 동생이 두 명이 더 있다. 온 집안 식구들은 맏형이 잘 되길 바라며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스스로 희생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부모는 맏아들이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도록 뒷바라지를 멈추지 않았고, 동생들은 고등학교 이상의 학업을 포기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위해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맏형은 의사가 되었고, 병원 개업을 위한 비용을 동생들이 모아 놓은 돈으로 차렸다.

 

형은 예쁜 신부를 맞아 행복하게 살 때쯤, 둘째가 찾아와 가게 개업을 위한 금액을 요구했다. 형은 동생을 도와주어야 할까? 그리고 큰오빠를 위해 공장을 다니다 다친 막내 여동생은 집에서 부업으로만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 또한 큰오빠는 셋째를 도와주어야 할까?

 

마치 80년대에 많이 있었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모든 가족의 희생으로 성공을 하였던 맏아들은 가족에 대한 의무에 대한 얘기를 우리나라의 기업, 정부가 지원한 구역의 역할까지 얘기하며 참 재미있게 책을 풀어냈다. 가난한 집 맏아들이 가족의 도움으로 성공을 이뤄 낸 부분에 대해 맏아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고 말한다. 동생들이 희생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의대를 지망, 다녔다면 막대한 등록금과 서울에서의 생활비까지 모두 맏아들이 감당해야 했다. 만약 동생들이 희생하지 않고 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면 동생들이 20년 후 취할 수 있는 금액과 기회비용까지 계산해 놓은 표를 보면, 맏아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얘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같은 세월에 어디 맏아들만 바라보며 나는 희생하며 큰오빠를 위해 열심히 일 해야해...할 그런 시대는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희생은 분명 존재하지만 나를 포기한 희생이 좀처럼 걸려들지 않을뿐더러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미 호랑이 담배 피던 얘기로 생각해야 할 만큼 투자 없는 성공은 없어 보인다.

 

드라마속의 가난한 맏아들은 지금의 시대로 본다면 강남이라고 봐야겠다.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정부는 강남의 개발을 추진했다. 물론 도시 내 특정 지역 개발은 강남 지역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P142)

 

어쨌거나 중요한 점을 반복하자면, 강남 개발처럼 특정 지역의 개발과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생겼고, 이들이 벌은 돈은 다른 지역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P142) 맏아들이 동생들과 부모의 희생을 통해 성공한것처럼 다른 지역 개발보다 더 많은 투자를 받은 강남은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강남의 땅이 무수한 자본이 들여 지금의 부의 땅으로 자라기까지 그곳에서 이득을 취득한 부자들은 정부의 지원속에 많은 지역의 희생으로 부자가 된 것이다.

 

맏아들이 밑에 동생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가지는 것처럼 특정 지역의 투자로 인해 개발되어 부를 축적하게 된 지역, 부자들은 희생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져야 할까?(P149) 꼭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랃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한국 부자들의 도덕적 의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맏아들이 동생의 희생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하는 부분은 크게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존재한다. 공정무역으로 우리가 받은 도움을 개도국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실행에 옮겨 작은 실천으로 물건을 사줘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개도국을 돕기 위한 얘기로 꺼내졌지만 공정무역을 통한 물건이 조금 비싸지만 그런 물건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저임금에도 들지 않는 금액을 받으며 사는 그들을 위한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가난한 집 맏아들이 누렸던 혜택에 좀 더 폭 넓은 예를 든 부분이 친일파에 대한 얘기가 있다. 친일파들은 일제의 수탈에 앞장서며 국민을 괴롭혔고 그때 일궈낸 재산은 많은 국민의 희생과 고통에 얻은 것이다. 일본을 통해 막대한 자금과 토지를 받아 재산을 불렸다. 그간 친일파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며 그들의 재산을 압수하는 일을 했지만 그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재산 몰수는 당연하고 그들의 후손들이 누리고 있는 재산 몰수도 당연한데, 그런 기사를 많이 보지 못했다.

친일파였던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지만 친일파였던 부모 밑에서 많은 재산을 쌓아 부를 누렸던 그 후손들은 그 부를 누려도 마땅한 것일까? 그 후손들은 아직도 부와 권력을 누리며 잘살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주며 받아낸 특혜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갈 것이다.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도덕적 의무를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스스로 열심히 일하며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삶의 한 편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실제적인 피해를 입힌 적이 없는가?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묻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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