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리학 -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신동근 추천 / 반니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복수와 용서 사이를 건너기 [복수의 심리학_ 스티븐 파인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은 성폭행 당한 후 사체로 자신에게 온 딸을 죽인범인들을 죽이는 복수의 얘기다. 소년법으로 10대에게는 큰 형벌이 주어지지 않고, 딸을 죽인 범인들을 처리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싸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부분 복수를 일으키는 것은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P233) 그 분노를 일으키는 감정들은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박탈감, 불평등, 불공평, 불공정, 배신감, 착취당한 느낌과 이용당한 느낌, 좌절감, 수치심, 시기와 질투들은 분노를 일으키고 이 감정은 복수라는 또 다른 감정을 만들어 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주인공은 소년법으로 인해 성폭행과 살인을 해 놓고도 법의 처벌이 너무 낮은 것에 분노를 느꼈으며 그들을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그 복수가 올바른 선택이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분노만은 충분히 공감 할 수밖에 없다. 내 가족을 해한 악당들을 처리하기 위한 복수극은 비단 이 소설뿐만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복수의 심리학>은 역사 속 인물부터 시대에 걸친 복수로 인한 사건들을 들려준다. 글을 쓰는 창작자들은 복수라는 테마를 가지고 많은 글들을 써 왔으며 그 근간은 어디서부터 왔는지 복수의 뿌리를 살핀다. 그 이야기는 공포 정치를 한 스탈린과 후세인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의 공포 정치는 모두 어린 시절과 콤플렉스로 만들어진 복수의 칼날에서 나왔다. 스탈린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부모와 관련된 소문에 강압적으로 주변 관리를 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날아 올 복수의 총구를 피하기 위해 안전 문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안전 문 때문에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아무도 그 문을 열지 못했고 사흘이나 지나서 그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하니 그는 결국 자신을 방어하다 스스로 죽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안전문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가 좀 더 일찍 발견 됐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그가 악인이 되지 않았다면, 그의 어린 시절이 조금 더 따뜻했다면 그가 그렇게 자랐을까?

 

 

 

“작가와 척지지 마라. 인쇄기로 찍어서 복수하는 자들이다.” P72

 

 

 

문학에서도 복수의 심리학을 찾아 볼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헤밍웨이 또한 자신의 전 부인과 이혼을 한 후 그녀에 대한 험담을 소설로 썼다. 작가 글로 그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고, 최대한 잔인하게 그를 묘사 할 수 있었다. 언젠가 <서울의 달>을 쓴 작가 김운경은 자신의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간 친구의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썼다고 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복수였다. 그 주인공은 깡패들에게 맞아 죽었다. 드라마 방영 당시 48.7%의 최고 시청률을 자랑했으니 그 ‘홍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분은 자신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죽음을 보지 않았을까? 사실 이런 복수라면 나도 여러 번 하고 싶다.

 

 

 

“그렇다면 복수는 부정적인 것이기만 할까? 사실 복수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복수는 때로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손상된 자존감과 명예를 세우는 것이며,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되는 복수를 권할 수는 없다. 많은 종교에서 복수 대신 용서를 권한다. 용서는 최고의 미덕이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서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이 느끼는 분함과 억울함은 때론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강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만큼의 고통을 겪지 못한 사람이 섣불리 용서하라고 권하기 힘들다.”P236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 전도연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유괴로 잃고 말았다. 그녀의 아들을 유괴한 사람이 잡히고 그녀는 그를 용서하기 위해 많이 애를 썼다. 괴로운 날을 견디며 용서하기위해 그를 찾았다. 평온한 얼굴을 한 그는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했다. 그녀에게 그렇게 어려웠던 용서가 하나님은 왜 그토록 쉽게 그를 용서 했는지 그녀는 분노했고 자해했다. 복수 대신 용서라는 관용을 베풀며 살아 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 훌륭한 미덕을 갖기가 쉽지 않다. 기독교에서는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한쪽을 대주라고 하지만 어찌 그렇게 쉽게 다른 한쪽을 댈 수 있을까.

 

 

 

책에서 제시한 현실적인 복수의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마음속으로의 복수를 꿈꿔 보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나쁜 기억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넷째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이 현실적인 대안들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똑같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고 싶지는 않다. 정치인들의 회고록에서처럼 그때 나는 언제나 옳았고 다른 이들이 항상 틀렸다고 말하기보다 나도 그때 틀렸었다고 말 할 수 있는 반성이 있다면 분노의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분노도 마음이 다쳐 생기는 것이니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있다면 서로 총을 겨누는 일들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치지 않는 힘 - 꾸준함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치지 않는 힘 - 이민규

 

 

" 현재 그대가 있는 그곳은 과거에 그대가 한 수 많은 선택의 결과. 삶이 달라지길 원한다면 다르게 선택하시라. 방법은 끝없는 질문." P109

 

 

"실행이 답이다" 책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몇 년 후 다시 이민규 교수의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심리학 박사로 살아온 그의 교직 생활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남겨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계절별로 정리를 했다.

 

 

자기 계발서들을 많은 읽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던 얘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 온 신입생들이나 아직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참고 될 에피소드들이 있다.

 

 

 

몇 년 전 우리 회사에 사회 초년생이 입사를 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들어온 신입은 매우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런 긴장과 떨림은 당연한 것이니 동료들은 모두 그를 잘 챙겨 주었다. 하지만 입사 일주일 동안 그는 근무태도가 좋지 못해서 사람들 눈 밖에 나고 있었다. 매일 5분, 10분씩 지각을 했고, 결국에는 담당 팀장이 근무 태도에 대해 질책을 했다. 그는 매우 미안해하며 앞으로는 지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반성하는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겠다고 하기에 우리는 아침에 있었던 일로 그가 상처 받아 그런 줄 알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줬다. 점심을 먹고 돌아 왔더니 팀장 책상 위에 그는 퇴사하겠다는 내용을 편지도 아닌 노란 포스트잇으로 써서 붙여 놓고 갔다. 그날 팀원들은 혹 우리가 그에게 너무 소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얘기를 나눴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번 해 보지 않았다는 그는 우리 직장이 사회에 나와 처음인 직장이니 나름 처음 겪는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고 선배인 우리들이 상담을 해 줘야 했던 것은 아니었나 얘기를 나눴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우리들끼리도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가 회사를 그만 둔 것이 충격이 아니라, 그의 포스트잇으로 쓴 사표가 충격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몰라도 어떻게 포스트잇으로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라는 단 한 문장을 쓰고 회사를 나가고 전화를 꺼 놓을 수가 있을까? 그의 그 태도에 나는 분개했고 화가 났었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질책을 받아 본 그는 겁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고쳐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없었으며 사람들과 헤어지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그의 에피소드가 너무 극단적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 주면 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속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고쳐 나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첫 출근 15분 전 출근으로 그에게 가져 올 이미지와 근무 성과를 알려주고 사소한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낚아 올리는 기쁨을 알려 주고 있다.

 

 

"사람의 크지는 시작이 아니라 끝, 사이가 좋을 때가 아니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는 법이다. 인간관계도 비즈니스도 끝은 또 다른 시작이고, 끝이 좋아야 시작이 빛나는 법입니다." P227

 

 

포스트잇 사표를 쓴 그는 다음 직장에서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했다. 또 한 번의 포스트잇 사표를 쓰고 회사를 떠났을까? 언젠가 반성을 하게 된다면 부디 이런 문장을 읽고 새로운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하길 바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8-03-19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잇 한 장으로 사표를 쓸 생각을 하다니... ㅎㅎㅎ 문자나 카톡 메시지로 일 그만 둔다고 알린 직원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황당한 방법으로 사표를 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오후즈음 2018-03-19 20:43   좋아요 1 | URL
어찌보면 포스트 잇도 표현의 한 방법이겠지만, 저는 그것이 옳은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장소] 2018-03-19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사람들의 경우 ,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불만을 갖게 되고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ㅡ라며 성실할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죠 . ㅎㅎㅎ 먹고는 살아야하니 일을 해야하는데 ,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는 정 반대인 사람들이 있죠 . 또 그런 사람들을 보며 오늘 자신의 위치는 안전함을 이해하는 삶도 있고요 . 그에겐 포스트 잇 사표가 최선이었는지도 ... 알 수 없는 일 . 잘 읽고 갑니다 . (뭘 이해해서 떠드는 건 아니니 오해 마셔요!)

오후즈음 2018-03-19 20:46   좋아요 1 | URL
그날 있었던 그의 근태와 관련된 그의 질책이 그에겐 아마도 세상에서 처음 당해보는 야단이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망치고 싶었을지라도, 다음에는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네요. ^^ 생각해 보니 저는 늘 퇴사 할때 웃었던것 같아요. 그런 저의 얼굴을 보는 상사들은 참 싫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장소] 2018-03-19 20:4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 그 포스트 잇 사표가 첨이자 마지막이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빌게 되네요. ^^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 김치녀에서 맘충까지 일상이 돼버린 여성 차별과 혐오를 고발한다
서민 지음 / 다시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합니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시민]

 

 

" 자들은 생각과는 달리 페미니즘은 외모 차별에 분개해 일어난 개인적인 저항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성차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운동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은 미모 여부와 큰 상관이 없다."P 283

 

 

 

미즈넷만 가도 알 수 있는 수 없는 여성 차별, 결혼으로 겪고 있는 여자들의 괴로움과 갈등들이 넘쳐난다. 책에서도 미즈넷에 올라온 내용도 많이 담겨 있고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들로 짜깁기 해 놓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작년부터 불어 온 페미니즘과 관련된 많은 책들 중에 몇 권 읽지 못했지만, 그 중에 가장 깊이가 없는 책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다 아는 얘기를 책으로 다시 읽고 싶지 않다.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이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작가의 응원은 반갑지만 더 공부해서 책을 써주시길.  뭘 적을 내용이 없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8-03-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 대구에 페미니즘 강연이 있는데, 서민 교수님이 오셔요. 그 분 강연에 맞춰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둥글이의 유랑투쟁기 -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박성수 지음 / 한티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둥글이의 유랑 투쟁기_ 박성수

 

유랑이라는 단어로 책을 선택했다. 나는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여행을 원했던 적이 많아 늘 유랑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소개된 책이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고, 저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선택한 것은 오로지 유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세계 일주를 했던 블로거들의 여행 기록쯤으로 알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다.

 

 

2006년 8월 31일을 시작으로 그는 이 책이 출판된 2014년 동안 계속 전국을 돌며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 운동가이다. 책에서는 종료 시점이 2017년 까지 였는데 그의 이런 저런 법적 투쟁으로 17년까지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오랜 기간 동안 그는 온 나라를 누비며 떠돌아 다녔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더운 여름날에도 그는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고 그를 거부하지 않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밥을 해 먹으며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배낭을 꾸려 전국을 떠 돌때 많은 이들은 왜 꼭 유랑을 통해서 환경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었다. 환경 단체를 꾸려 아이들을 찾아도 되는 일이고 인터넷 발달로 훨씬 많은 매체를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돌아다니는 일은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이 나에게 가하는 미묘한 강제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유랑의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유랑을 하면서 그간 붕어빵 같은 삶에서 나를 경주마로 만들어왔던 우열감과 불안, 상실감과 공허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움츠려 있던 내 존재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P8

 

 

정착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버리고 척박한 현실인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공원에서 혹은 조금 넓은 공터에서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하나로 잠을 자고 240여 개의 지자체를 돌며 초등학생들에게 기후변화방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그에게 잘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환경 관련 프린트는 모두 그의 사비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환경 프린터는 정말 쉽게 그림도 그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지구 기후 변호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구를 보호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을 받아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간혹 그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욕을 먹거나 저지당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터에 쳐진 그의 텐트로 날아든 돌덩이로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위험을 인지하고 그곳을 떠났겠지만 그는 돌덩이를 던진 사람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팸플릿 솜씨로 100퍼센트 검거율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 아이들을 찾아 "돌을 던지겠다면 숨지 말고 정면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너희가 하는 행동들에는 늘 책임이 따르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줬다.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 친 텐트를 보며 학교 수위 아저씨가 찾아와 정중하게 나가 달라는 말에 그는 기분 좋게 예의 바른 모습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 기분 나빠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거절은 그저 감사하며 받아 들인가.

 

 

외롭고 고달픈 유랑 생활을 하며 친구도 못 만나고 가족과도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진짜 진심은 무엇일까?

 

"내가 이리 돌아다니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낮은 자로 살아가며, 기본적인 생리 작용(의식주)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껏 잘못 살아 온 나 자신을 허물어뜨리고, 내 온전한 인간적 원형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속에 어우러져서가 아니라, 한 발 떨어져서 봄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P284

 

 

길을 떠돌며 많은 이들에게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요?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의 유랑이 끝이 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를 맞아줄 집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의 마음이 모두 전달되어 그의 고단한 유랑이 끝이 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끝이 나는 것 같지 않다. 그가 만들어 놓은 카페에 가보니 그는 환경문제에서 이제는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더 많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 이재용 재판 결과에 분괴하여 법원을 찾아가 개사료를 뿌리고 왔다. 물론 그의 개사료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일로 그는 재판도 받아야 했고 교도소에 갔다 온 일도 있었다. 몇 년을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일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단지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 어떤 자신의 사리사욕 없이 오로지 세상을 향한 순수한 그의 전달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치 않게 영화 <B급 며느리>와 인스타그램의 인기 웹툰 <며느라기>를 비슷한 시기에 보았다. 영화 <B급 며느리>를 다 보고 나서는 왜 여성은 이렇게 밖에 살아 갈 수 없는가 답답했고, 웹툰 <며느라기>의 엔딩을 보며 제발 그녀가 그 이름을 버리기를 바랐다.

 

한국에서 결혼을 한 여성이 한 가정을 꾸려 나가며 살아가는 두 이야기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닮아 있다. 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김진영씨는 명절날 시댁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매번 자신이 입혀 보낸 옷을 벗기고 시어머니가 산 옷을 입혀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들과 함께 시댁과의 갈등으로 그녀는 시댁을 가지 않을 것을 선택한다. 아들만 둘이 있는 곳으로 시집간 그녀는 명절이면 어머니와 자신만 음식 장만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늘 남자들은 그저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앉아 만들어진 음식을 받아먹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선택은 결국 며느리를 포기하기로 이른다. 간혹 그녀와 남편은 이 문제로 심한 갈등에 놓이게 되고 그녀의 절규 장면에서는 그녀가 안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는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 자신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웹툰 <며느라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장남에 시집을 간 그녀는 명절에 시어머니와 함께 둘이서만 음식 장만을 한다.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엌일은 오로지 여자의 일로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백화점에서 산 며느리에게 줄 선물이 앞치마였다. 시부모의 결혼기념일에 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 찾아가 저녁을 먹지만 아들에게는 살이 많은 갈치 몸통을 주고 며느리에게는 푹 익어 맛이 들었다는 무 조림이었다. 그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집에서 귀중한 존재인데 왜 시댁으로 오면 하나의 인간이 아는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인가.

 

소설 김지영씨도 어느 날 시댁에서 친정어머니가 빙의 되어 담아 두었던 얘기를 쏟아 낸다. 너희 딸이 친정에 빨리 오는 것을 원한다면 며느리도 빨리 친정으로 보내 줄것을 말했다. 그 얘기는 웹툰 <며느라기>에서도 다룬다. 새로 들인 며느리와 시댁을 들렸다 오는 딸과 함께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일 하는 며느리가 가족의 일원으로 희생을 해야만 그 모습을 완성 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며느리 말고 그 누구도 왜 그것을 며느리만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소설 김지영씨는 아주 평범한 가정을 갖췄다. 너무 늦은 나이게 결혼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직업도 안정적이고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를 전세로 살고 있으며 자식도 낳았다. 남들이 원하는 평범한 조건이지만 그녀는 왜 친정어머니가 혹은 선배로 빙의 되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일까.

영화 <B급 며느리>에서 엔딩에서는 주인공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 김진영씨의 남편, 즉 큰 아들은 시어머니와 새로 들어올 둘째 며느리에 대한 얘기를 한다. 시어머니는 둘째 며느리는 A급 며느리가 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녀가 말하는 A급 며느리란 대체 무엇일까? 시댁 행사에 모두 참여하고 시댁 일에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시부모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 그러니까 영화 속 김진영씨와 다른 행동을 하는 며느리를 말한다. 대체 누가 이런 급을 정해 그녀의 머릿속에 심어 놓았을까? 시어머니 당신도 분명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한 며느리에 불과 할 텐데 말이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대사에 나는 많이 슬펐다. 며느리가 명절에 오지 않는 것을 그저 주변사람들에게 창피하다는 것으로 치부 하며 그녀를 B급 며느리로 만들 것이 아니라 그녀와의 진정한 화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영화 속 며느리와 소설속의 김지영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영화의 김진영은 결혼 문화로 만들어진 또 다른 여성을 부정했고 원하지 않았지만 소설 김지영은 순응했고 받아들였다.

 

고등학교 시절 조금 멀리 있는 학원을 다니며 스토커 같은 남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 남학생으로 인해 그녀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늦은 밤 도착하는 자신을 마중 나올 것을 부탁하며 내리지만 아버지보다 그 남학생이 먼저 같이 내렸다. 이후 남학생은 돌아갔지만 그 일은 결국 늦게 다니는, 짧은 치마를 입은 지영씨의 잘못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그 남학생을 찾아 야단 칠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한 지영씨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여성 자신이 찾아야 할 권리들은 모두 시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어느 가을날 아이와 잠시 산책을 잠시 들렸던 카페에서 지영씨는 열심히 일하다 마시는 직장인들의 커피타임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지영씨를 부러워하며 맘충이라고 했다. 채근하는 아이를 간신히 재워 마음을 식히기 위해 들린 카페의 카피 가격은 1500원이었다. 그 한잔의 여유를 찾은 그녀는 그들에게 그렇게 불렸고 이해되었다. 사실 이 부분으로만 그녀가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의 아주 단편적인 시선들이 모두의 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제주도 올레 코스를 돌면서 만난 어느 여자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재우며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 그녀의 삶을 부러워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녀를 남편의 월급을 탕진하는 맘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며 지내야 하는 시간의 어려움을 모르는 나는 그녀의 잠깐의 그 외출을 일상으로 생각 했을 수 있다. 어쩜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 카페에서 지영씨에게 맘충이라고 했던 사람들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지영씨의 삶은 변함없이 유지 되어 갔다. 그래서 소설이 살짝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그녀가 어떤 투사처럼 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소설이 2016년에 출판 됐는데도 아직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아마도 변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여성은 계속 똑같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B급 며느리>속 김진영씨는 자신을 위한 위인전을 쓰겠다며 며느리의 혁명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그녀의 엔딩 장면은 의외였다.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그 엔딩이었다. 그녀는 왜 그런 엔딩을 선택했을까 궁금하다가도 결국 이해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비록 그녀들이 선택한 삶을 존중하지만 이해 못하더라도 나는 그녀들에게 앞으로 자신의 선택을 존중 받으며 ‘나’를 찾아 갈 수 있는 길을 꼭 가길 원한다. 웹툰 <며느라기>의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찾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들도 그녀들의 자리를 찾길, 그리고 그들을 맞을 사회도 달라지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