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현대편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을 만나다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김진방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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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경제학 서적을 고전과 현대편으로 나눠진 이 책은 현대편을 다루고 있다. 흔히들 경제학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고 많은 수식에 놀라서 이 정도까지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저서를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 속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지만, 정리가 잘된 이 책 한권으로 많은 서적들을 접해 본 경험은 상당히 상식의 선이 상향가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닌 유력한 방법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접근해 보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편찬된 현대편은 총 5개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고전에서 이어진 현대편을 기초로 다지는 제 1부는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이룬 학자들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특징과 그 책을 읽기위한 이론과 사상 그리고 저자의 소개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첫 도입부가 무난하게 읽힌다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이 그저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실 처음 도입부까지 나는 상당히 힘들게 읽었기에 앞부분을 두 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그리고 제 2부로 넘어 오면서 저자들의 흐름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2부와 3부를 딱히 두 부분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마도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는 비평이 필요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을 소개하며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이 책의 3부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3부가 현대 주류 경제학을 밖에서 비판아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었다면 4부는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계 일반에서 그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P432) 4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자원의 고갈, 즉 희고 자원들의 한정적 고민은 뛰어 넘어야 하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 우리는 다양한 목적 혹은 욕구를 충족하는 데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에 경제학이 관심을 기울이던 시대는 갔고 연구 대상을 그것이 개인이건 사장이건 조직이건 제도이건 정보처리장치로 파악하여 그 장치의 작동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을 경제학의 중심 연구 주제로 삼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P433)"

 

 

 

여러 경제학자들을 통해 그들이 내세운 이론과 사상을 접하면서 그동안 범접하지 못한 학문에 문을 살짝 열어 본 기분이다. 나름의 깊이 있는 학문에 새로운 얘기들로 사실 아직 뒤죽박죽인 상태이지만, 경제학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폭 넓게 이해 할 수 있는 아주 깔끔한 구성으로 편집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통해 현제의 경제를 비교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테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 실력의 깊이가 있지 않아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다만, 어렵다고 생각됐던 부분을 스스로 조금은 이해의 폭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이 책이 주는 큰 미덕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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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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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그 긴박함에 가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서이다. 무엇보다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폭력이 싫다. 종이처럼 버려지고 함부로 죽게 되는 조연들의 상황도 싫고 빗발처럼 쏟아내는 총알들도 싫다. 간혹 그런 장르의 영화를 보게 되면 과하게 죽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아 불편한 며칠을 보내게 되어 더욱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런 영상이 주는 불편한 모습을 피해 갈 수 있으니 읽으면서 나름의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라는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의 소설가가 내 놓은 [악명 높은 연인]은 영화화 되었다면 분명 고개를 돌릴만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도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가 내 놓은 이 소설은 작가가 머릿속에만 그려 놓았던 아주 평범한 소피 브링크만이라는 여자를 통해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욕망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파멸되는지 보여준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책을 받고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걱정했지만 한번 잡으면 서너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다니.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는 책을 또 얼마 만에 만나본것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작가가 어려운 말을 많이 쓰지 않고 상황 묘사도 심플하게 넘어가는 부분도 많아서 정말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어렵지 않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간혹 이런 장르의 소설은 너무 많은 인물들 때문에 누가 누군지 앞을 다시 봐야 알 것 같은데 이 소설이 정말 인물을 잘 살려 놓은 것은 이름이다. 간혹 너무 긴 이름 때문에 이름을 익히느라 소설의 내용이 혼동될 때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저자의 심플한 구성면은 좋다.

 

 

간호사 소피 브링크만이 병원에서 자신의 환자였던 핵토르를 만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가 퇴원후 다시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당연히 평범했던 주인공은 핵토르가 마피아의 보스였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많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미망인인 그녀에게 하나 남은 아들이 그들의 모함으로 사소를 당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소피는 평범한 간호사에서 마약, 살인, 폭력의 비정한 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신념과 싸우게 된다. 권선징악이 그대로 들어나 있는 소설이다. 나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욕망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고 선한 사람은 비록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핵토르가 왜 소피에게 그런 연정을 품었던 것인지 사실 그 부분이 좀 와 닿지가 않는다. 그녀가 매우 예쁘거나 상냥하거나 친절한지에 대한 부분을 모르겠지만, 로맨스에 치우친 소설이 아닌 부분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부분이 좋다. 끈적한 연민의 정 따위는 없고, 냉혹한 현실에서만 있는 살기어린 현재만 존재하는 것 같다.

 

 

간혹 지금의 이 평범한 일상이 뭔가 스릴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환경에 놓이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3부까지 이어 진다고 하는데 첫 번째부터 아들이 불구가 될지 모르는 상황까지 가는 시련을 맞이한 소피가 어떤 세계에서 또 활약할지 궁금하긴 하다. 다만 소피가 행복해지는 모습으로 가기까지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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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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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내가 하는 여행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 생각해본 것은 이번 터키여행을 다녀 온 이후였다.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여행 작가마냥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거운 카메라를 가져가서 찍다가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뭔가 담아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남을 만한 사색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게는 다섯 단계의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은 여행하면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들이다. 그들은 본래의 여행의 대상이며 흡사 장님과 같다. 다음 등급은 실제로 세상을 구경하는 자들이다. 세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관찰한 결과로 무언가를 체험하는 다들이다. 네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체득해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능력을 지닌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온 즉시, 또한 체험하고 체득한 것을 행동이나 일에서 반드시 실천해 나간다." P14

 

 

 

나는 어떤 분류의 여행자인가 생각해 보지만 역시 마지막 최고의 능력을 지닌 여행자는 아직 멀었다.

헤세의 24세부터 50세까지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그는 마지막 최고의 능력자였던 부분이 농후하다. 여행을 하면서 늘 고민했고 방황했고, 쓸쓸했지만 그의 독특한 문학관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어 나갔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인, 그의 어머니는 스위스인이었고, 어머니 국적을 아버지가 취득하면서 헤세가 살았던 지역은 대부분 스위스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자연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도 자연처럼 작위적인 것이 없이 살아가고자 했지만,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독일인이었으며 그의 나라가 행한 전쟁에 대한 반감의 글을 투고해 독일 국민에게 반감을 샀고 그것 때문에 독일 저널리즘에서도 배척당했다. 그 시절의 그의 여행기는 매우 쓸쓸했다.

 

 

 

젊은 시절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짐도 없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세서 만난 사람과의 교류로 가슴 뜨거운 날들을 보냈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의 기록들을 늘 생기가 넘쳤다.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와인 한잔을 나누며 얘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여행이 꼭 그에게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도에서의 여행기나 말레시아등 아시아를 여행했던 부분들은 사실, 그가 여행 내내 말했던 이질감을 버리는 여행을 강조하더니 아시아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토착민으로부터 혹은 인간적으로 진지하게, 정말 마지못해 등을 돌리게 되었다니.

 

 

 

“그렇다고 해서 나는 토착민을 부당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강물에 빠져 나갈 곳이 없어 깨끗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부엌의 쓰레기나 변소의 오물이 집 주위에 늘려 있는 것과 무자비한 태양이 진창을 그토록 빨리 발효시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다.” P220

 

 

 

하지만 긴 여행을 통해 헤세는 토착민들의 삶, 즉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는 독일인이지만 독일에서 그의 책이 출판되지 못했고 한동안 그의 모든 것들이 거부되었었다. 그것을 견디면서 그는 달라졌을 것이다.

 

 

 

“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 하는 데에 있다. ” P36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부분일 것이다. 헤세의 이탈리아 여행과 보덴 호 산책,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테신 지역의 소풍,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느낌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여행에 대한 의견보다는 사실 나는 그가 뮌헨으로 가려다 머뭇거리고, 결국엔 뮌헨에 가서 그가 흘렸던 그 웃음의 기록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다.

 

 

 

“ 나는 종일 눈을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거나 또는 장중한 고목 밑을 거닐며 시든 잎, 우리의 어린 형제들이 바람에 무척 재미있게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로 그것을 바라보며 웃음 짓기도 했다. 나도 그랬듯이 잎이 오늘은 뮌헨으로, 내일은 취리히로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며. 고통을 피하려는 충동에서, 죽음을 잠시 미루려는 충동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말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저항하는 걸까? 나는 울적해졌다. 그것이 삶의 유희니까, 하며 나는 웃었다.” P468

 

 

 

 

그가 오랫동안 귀향을 지연시키며 고민했었던 날들을 떠 올려보면 그는 오랫동안 길 위에서 방황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그가 다녔던 많은 나라들이 결코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이런 그의 고민의 깊이가 너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웠기 때문에 그의 여행이 관찰자만으로 그친 여행이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그의 여행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는 기록만을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인지. 반성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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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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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친한 남자친구들도 그렇고 회사 남자 직원들도 그렇고 회사가 끝나면 자신을 위해서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여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 친구들은 모두 주부가 되어 이제 카톡에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이의 엄마 이름으로 바뀌어 있고, 아이를 돌보는 일로 취미라는 것을 모두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 한때 기타를 치러 일주일에 서너 번씩 레슨을 받으러 다녔던 친구의 기타는 오랫동안 연주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 건강을 위해 시작한 수영이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갈 정도로 실력을 쌓고 남다른 애정을 가졌지만, 수영을 하러 가는 시간에 이제는 아이를 돌봐야하는 엄마가 되어 시간이 녹슬어가든 탄력을 잃은 비싼 수영복은 이제 회복 불가가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 동료들도 대부분 칼퇴근을 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착한(?) 사람밖에 없다. 어느 유명한 미국의 저니맨처럼 직장을 취미처럼 생각하고 옮기는 내가, 직장이 취미 생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어떤 지인의 말에 사실 다소 충격을 받았지만 일부는 인정하고 수긍하고 있다.

 

 

하루가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인지라 뭔가 재미있는 일상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늘 뭔가 허덕이며 살아가느라 주변에 있는 사물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는 동안 그동안 왜 내가 가진 사물에 이토록 애정을 쏟지 않았을까 안쓰러워졌다. 수납 관련 책을 읽으면서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싶어서 언젠가부터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느라 이 물건이 나에게 주었던 감사함과 추억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사라져버렸다.

 

 

물리학 교수라고 해서 책상에 깔끔하게 실험 도구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건 이기진 교수의 책상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글을 쓰고 연구를 하시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정말로 지저분해 보였다. 수납 관련 책을 쓰는 사람들이 보면 정리해 주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방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끊임없는 상상의 세계가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가 가는 즐거운 시간을 주기도 한다.

 

 

외국 여행을 나가면 늘 새것, 좋은 것들을 사가지고 오지만 한 번도 벼룩시장을 가서 낡은 것들을 사올 기회가 없었고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기진 물리학 교수의 책상과 그의 연구실에는 이런 물건들이 가득하다. 손잡이가 깨져서 다시 수선된 포트, 110볼트 전원이라서 이제는 더 이상 깎이지 않는 연필깎이, 도무지 어디에 쓰일지 장식의 의미가 있을지 궁금한 튀니지에서 사온 거대한 사자 조각, 이가 나간 도자기와 접시, 나무 손잡이가 되어 좋다고는 하지만 지저분해 보이는 벼룩시장에서 사온 1유로짜리 티 스트레이너, 칠이 벗겨진 그릇, 심지어 이제는 주인을 잃은 개집까지 있고, 의자 또한 땔감으로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삼발이 나무 의자까지 그의 주변에는 이렇게 낡고 오래된 골동품들이 가득하다.

 

 

 

그가 수집한 것들중에 가장 가지고 싶은 물건이 이 윌로스와 그로밋 라디오다.

 

 

 

뭘 이런 것들을 다 모으며 애착을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 정말 괴짜인가 싶다가도 그가 커피에 대한 얘기를 쏟아 놓는 순간 딱딱한 물리학자이며 골동품 수집가가 아닌 그냥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난 에소프레소에 꼭 각설탕을 넣어 마신다. 잘 녹으라고 스푼으로 젓지도 않는다. 다 마신 후 녹지 않고 남은 설탕을 바라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뭔가 다 소모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충만감을 가져다준다. 다 소진된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커피 잔을 내려놓을 때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조금 남은 커피와 설탕이 남긴 흔적이 좋다.” P103

 

 

 

왜 이런 것들에 애착을 가질까 생각해보면 내전 중인 아르메니아공화국에서 연구를 하고 파리에서 식구들과 공부를 하고, 일본에서 7년이나 외국 생활을 하며 느꼈던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향수 그리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그 때의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것들을 오래토록 놓지 않고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아끼며 사랑하며 애정을 쏟는 것 또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취미 생활을 연애와 같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조금 눈길을 멀리하면 토라져 버리고, 만남이 뜸해지면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투자를 하면 둘 사이는 럭셔리해지고 급격하게 친밀해지기도 한다. 가끔 삼각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처럼, 애지중지하던 취미를 멀리하고 새로운 관심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의 편지와 선물을 처리하듯, 취미 생활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폐기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P87

 

 

 

어쩌면 내 친구들 혹은 주변의 지인들의 취미가 사라진 것은 다른 취미, 즉 삶이라는 버릴 수 없는 취미와 합의를 이루며 살기위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육아라고 늘 카톡에다 울부짖는 친구의 삶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는 연애의 시작으로 삶의 방정식이 달라져 예전의 취미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것이 고된 나날이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가장 소중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아닐까.

 

 

 

저자의 연구실에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겸해 실험 연구에 참여하고 있어 일반인을 위해 쉽게 쓴 물리학 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해 줬지만, 우연히 그 학생이 쓴 리뷰를 읽으며 부정적인 자신의 책의 평가로 당혹스러웠던 저자이지만 그는 그것마저도 그냥 민감한 사랑은 피해가며 서로 쿨하게 바라보자고 말한다. 자신의 책을 읽고 쓸데없이 딱딱하고 골치 아프며 재미없는 방향으로 논리적이기만 한 ‘재수 없다’고 말했던 그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내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런 취미가 없더라도 지금 살아가는 삶의 하나의 취미이고, 서로의 마음을 끼워 맞추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아가자고 얘기한다. 그래야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도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그대로 공존할 것이라고. 그렇게 무모하게 그냥 살아도 어떠한 삶도 하나의 삶이 된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기진 물리학 교수는 가수 2ne1의 씨엘의 아버지라고 한다. 간혹 첫째 딸 채린이의 얘기의 얘기를 하면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속에 있었던 채린이의 오래된 밥그릇이라는 제목의 글을 다시 읽었다. 어쩜, 이런 사랑스러운 아버지가 다 있을까. 문득 이런 아버지를 둔 그녀가 부러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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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김혜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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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종류의 책을 읽노라면 깊은 한숨이 쉬어 진다. 다 알고 있는 건데도 실천이 안 되고 실천을 하다가 포기를 쉽게 했고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사실들을 직면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말로 이처럼 실천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마음속에 빈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고 살아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연습] 또한 비움으로 인해 얻어지는 삶의 아름다움, 내가 꼭 뭔가가 되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지금이 가난하거나 조금 부족한 것 또한 즐기면서 살아 보길 권하는 책이다.

 

 

‘나의 내부와 외부의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명상의 경지를 말한다고 (P56)을 말하면서 이 경지에 독자들이 이르기를 권유하니, 아직 걸음마 시작도 못한 비우기 실천이 안 된 사람들에게는 버거운 책일 수도 있겠다.

 

 

저자가 불교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구절들은 <숫타니파타>에서 인용되었다. 언젠가 공지영의 소설 제목으로 유명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문에 사실 이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저자의 가르침보다 이 책의 단편 구절이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법정 스님이 옮기신 [진리의 말씀]이라는 책을 통해 나는 때론 복잡한 마음을 정리했던 날들이 훨씬 많았다. [있는 그대로의 연습]은 이런 구절들을 좀 쉽게 예시들을 들어 주면서 풀이 해 놓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서술보다 제목에서 감동 받을 때가 있는데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소제목에 요즘 일어나도 있는 회사의 일들을 떠올라서 내가 인정받기 위해 나의 삶을 너무 소진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분명 회사에서는 인정받아야 승급도 될 것이고, 승급이 되면 연봉도 오를 것이고 그것이 나의 최종 목표지가 되는 것 같아 요즘 많이 울적했는데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좋은 엄마,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좋은 ...무엇.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것들 어떤 것을 위해 노력한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겠지만 그 시간에 너무 나를 버리지는 말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한쪽 손에는 지혜를, 다른 한쪽 손에는 자비를 가지고 중도를 걸어갑시다. 가끔 지혜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자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주워서 있는 그래로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P 262

 

 

 

저자의 마지막 얘기가 책속의 내용을 모두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뭔가 되려고 너무 애써서 마음 상하지 말고, 인정받기 위해서 나를 희생하며 나를 버리지 말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마음의 수양을 쌓는 방법들이 있으니 활용하면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보라는 것이 이 책의 정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가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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