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2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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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두 번째 책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은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다. 첫 번째 책에서는 정리를 통한 나름의 철학이 잘 나온 편이라서 그림 한 장 없는 정리 관련 책을 읽고도 머릿속으로 앞으로 어떻게 정리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저자가 각각의 물건마다 있어야 할 장소를 정해 놓아야 한다고 한 대목이 떠올라서 집에 오면 가방 비우는 것부터 했었다. 좋아하는 가방만 가지고 나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옷에 따라 가방을 달리 가지고 나가서 간혹 며칠 전에 빼 놓지 않은 가방 속 물건 때문에 외출 시 차질이 생기는 경험을 여러 번 한지라 가방을 비워, 가방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놓는 방법은 내게 참 좋은 실천과 부지런함을 주었다.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은 첫 번째 책의 실천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옷이나 양말, 스타킹, 속옷을 정리하는 수납법이 그림으로 그려져서 그동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방법이 아닌 좀더 현실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책이었다.

첫 번째 책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버리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정리는 버리기부터 시작이다. 설레지 않은 물건을 버린 후 이상적인 집과 설레는 생활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P8)를 생각하며 여전히 버리는 것부터 시작인 책에 전혀 반감이 들지 않는 것은 이미 첫 번째 책을 통해 나도 많은 것을 버리면서 깨달았던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버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했다. 엄마 방에 들어가면 이런 낡은 물건을 아직도 가지고 있냐며 당장 버리라고 하지만 옛날 분들의 절약 정신, 그리고 긴 추억이 있는 물건은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며 가지고 있는 물건이 참 많다. 아마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이 책을 주면 절약 정신과 쓸 만한 물건을 모두 버리는 사치스런 사람이 된다고 나무라실 것이다. 그런데 나도 좀 물건을 버리며 정리를 하다 보니 물건을 버리면서 그동안 나의 소비패턴을 깨달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물건을 너무 함부로 사들이고 또 어떤 물건은 전혀 생각 없이 구석에 방치하고 있으며 또 어떤 물건은 소중히 다루기 때문에 더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대대적인 정리를 한번 하고 나면 비로소 나를 발견하게 된다고 할까.

 

 

저자 곤도 마리에는 여전히 물건을 버리는 기준은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지의 유무다. 처음에 이 단어가 너무 생소해서 물건에 설렘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아했지만, 역시 어떤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다는 욕구, 내 품에 왔을 때의 희열을 생각해보면 그 설렘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된다. 저자의 첫 번째 “버리기”는 우리가 다르게 생각하면 설렘이 있는 물건만 “남기기”가 되는 것이다.

 

저자의 정리 수납법은 ‘바르게 정리하는 순서’에 따라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류, 책, 서류, 소품류, 추억의 물건 순으로 우선 버리기부터 하고 설렘이 있는 물건만 남겨 놓고 그것에 맞게 수납을 하면 깔끔한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참 쉽긴 한데 우선 움직이는 것부터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우선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것이 가장 큰 실천이 되는 것 같다. 우선 생각하고 억지로 몸을 움직여보면 어느덧 정리가 안돼 어수선한 나의 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김광규씨가 닭 뼈나 사과 껍질 같은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리는 것을 보며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작가도 그런 부분을 서술했다.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이틀에 한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데 주말은 삼일로 늘어나서 여름이면 정말 참지 못할 냄새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과일껍질은 냉동실에 얼렸다가 버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아 실천해 보려고 한다.

 

요즘 정리와 수납에 관련된 책들이 넘치게 나오고 있다. 간혹 수납과 정리 책들을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저자의 집이 그렇게 넓게 살면서 수납공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이 훤히 보이는 수납관련 책은 저자의 넓은 집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물론 그 넓은 집을 주면서 너도 한번 이렇게 해봐라 하면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넓은 집에 살지 못하니 다만 어떤 아이디어라도 좀 얻을까 책을 보면 대체, 뭘 보고 따라하는지 알 수 없는 책도 많다.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책은 실천편이라고 하지만 첫 번째 책에서 서술된 중복되는 부분이 좀 많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른 집, 벽장은 대부분 우리나라는 없으니 활용도 면에서 떨어지는 부분이라서 그 부분이 많이 설명된 부분은 줄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건에 추억이 스며드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내 삶의 물건들이 너무 버려지며 살지 않길 원한다. 애착을 가지며 모든 물건에 마음을 쏟아 마음만은 풍족하게 살아가고 싶다. 첫 번째 챙을 통해 집안을 좀 정리했었는데 요즘 다시 어수선한 책상 때문에 속상했었는데 다시, 게으른 마음과 함께 정리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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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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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이렇게 많이 풀리기 전에는 바쁜 아침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한결 같이 스마트폰으로 기사 검색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 혹은 카톡을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집을 나갈 때면 항상 가방에는 책 한권을 넣어 갔었다. 오며 가며 한권을 다 읽거나 절반 정도 빠른 속독으로 읽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나 또한 스마트폰 삼매경으로 책 한권을 가지고 나가서 몇 페이지 못 읽고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책을 읽으며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있다.

 

 

 

[책인시공]의 책속에는 저자가 프랑스에서 십여 년을 살면서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 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어디에서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책을 흥미롭게 읽고 느끼는지 사소하게 풀어 놓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느껴지는 대목들이 참 많다.

 

 

우리는 어디서 책을 읽을까? 책을 읽을 장소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세삼 그것이 궁금한 내용일까.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벤치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잠들 기전 침대에서, 거실에서, 서재에서, 혹은 잠시 쉬었다 가는 골목길 어귀에서도 느낌이 좋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나열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참, 시시콜콜한 노신사의 참견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보다 5배 많다는 통계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전체 연령을 놓고 보니까 고령화 사회가 되는 시점에서 연세 드신 분들이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난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텔레비전을 켜지 않고 살아가는 집도 많고, 대학교 갈 때까지 절대로 텔레비전을 사지 않겠다며 있던 텔레비전까지 파는 지인도 봤다. 그만큼 영상이 주는 이미지의 시간은 무모한 시간을 많이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 책은 그런 급박한 시간단위를 넘어서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긴 사고의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게 한다.”P34

 

 

"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책을 찾아 읽었다. 많은 사람이 책 속에서 길을 물었고 책 속에서 길을 잃었고 책 속에서 길을 찾았다. 책의 신뢰성은 오늘날에도 책이 다른 매체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P 35

 

 

 

우리가 꼭 책을 통해 어떤 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에세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할 것이고,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며 지금의 삶의 모습을 다독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를 통해 더욱더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장석주의 [마흔의 서재]를 통해 마흔이 주는 나이가 책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이 책 또한 마흔은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여유 있는 중년과 풍요로운 노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40대의 독서를 위해 앞으로 닥칠 그 나이가 많이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50대는 어떤 나이일까. 50대가 되면 사회적 성공, 명예, 재산, 지위 등을 놓고 벌인 인생의 한판 게임에서 자기 자리가 거의 결정되고 자신의 성공 측정 점수가 거의 다 나오게 된다. 501대는 이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내면적 성숙을 이룩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P84)

 

 

 

물론 저자의 생각으로 정리된 부분이지만, 공감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너무 많아서 앞으로 닥칠 나의 미래를 위해 나는 어떤 독서를 통해 나를 발전시켜야 할지 내심 걱정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말았다.

 

장서가와 독서가의 차이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 반성되는 페이지였다. 나는 독서가보다 장서가였을지 모른다. 장서가는 책으로 집과 자기 자신을 장식하고, 독서가는 책을 읽어 내면과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는데, 나는 책을 읽기보다 책을 서재에 진열해 놓고 흐뭇해한 생각에 부지런히 읽을 책 목록을 만들어 놓았다.

 

 

저자의 공동 도서관이 더 많아져 많은 이들이 책을 아무 곳에서나 읽을 수 있고, 더 많은 의식의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는 버릇 때문에 책을 빌려 읽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책을 소장하겠다는 욕심보다 좀더 편하게 읽고 싶어서 책을 많이 샀고, 많이 진열했다. 그렇지만 간혹 책을 빌려 읽고 싶다는 욕구도 생기는데 주변에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가깝지 않아 일부러 찾아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늘 그렇듯 책을 사고, 진열하게 되었다. 이런 나보다 어쩌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 아이들,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책을 쉽게 읽고 빌릴 수 있는 공동 도서관이 더 많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 나는 책 읽는 사람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을 상상해본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옆이나 앞에 앉은 사람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슬쩍 그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해본다. 그 순간 책 읽는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거는 풍경이 되고 풍경화와 초상화 사이의 거리가 없어진다.” P292

 

 

 

우리가 책을 읽는 모습이 모두 풍경화가 되어 담아 지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 본다. 어디서든 스마트폰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처럼 멋진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상상만으로 흐뭇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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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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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는 일은 가끔 기혹하리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순간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리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책도 있지만 당장 책장을 덮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책이 있는 법이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나에게는 전자에 속한 여행 에세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삶의 한 단면을 뚝 잘라 보여주는 것 같은 이 여행기의 가장 큰 매력은 너무나 솔직한, 인간적인 여행기라는 점이다.

 

 

 

여행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기의 에세이는 가장 훌륭한 힐링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를 읽으면서 이렇게 유쾌하고 혹은 센티하고 혹은 매혹적인 여행기가 또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나도 모르게 아니, 이렇게 너무 솔직하게 까발리면 책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웃으며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어쩌면 이런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짙게 깔렸다.

 

 

나도 장이 많이 안 좋은 편이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편치 않은 마음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는 장 때문에 화장실 걱정이 가장 커서 떠날 때부터 큰 고민거리가 됐다. 파키스탄에서 건네받은 그 수상쩍은 음식 때문에 대지에 아무것도 없는 뻥 뚫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다 본 다음 나를 빼고 모든 사람들이 빛의 속도로 버스를 타고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공감이 될까.

 

 

 

“차라리 버스가 이대로 떠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짐이라고 해봐야 세면도구만 가지고 나왔으니, 버스가 이대로 떠나준다면 나는 이곳에서 똥을 싸다가 늙어 죽더라도 좋겠다. 여전히 들리는 응원의 소리와 박수 소리.” P161

 

 

 

낯선 이방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달리는 버스를 세워서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곳에서 똥을 싸는 모습에도 박수를 쳐주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부분. 물론 작가는 참 난감했겠지만.

 

여행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대체 여행이 뭐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행 작가로 남고 있는 것일까. 요즘 여행 작가가 직업이 되어 세계를 떠도는 이들의 책들을 많이 접해서인지 그들에게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상관없는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늘 허전했다.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늘 반복하면서도 절대로 면역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P35

 

 

 

나는 괜찮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은 세상에 나 혼자만 덜렁 남아 아무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고 나만 외톨이라는 생각에 삶이 닭가슴처럼 기름기 한 점 없이 퍽퍽하다고 느낄 때는 늘 여행을 꿈꿔본다. 작가의 말처럼 더 이상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길 위에 서고 싶어진다.

 

 

 

“삶이랑 문득 이렇게 경건한 것이다. 버릇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때로 외롭고 지루하거나 힘든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낸 뜨거운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만난 한 가닥 한 가닥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걷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큰 포만감을 줄 것이다.” P99

 

 

 

세계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하루가 삶의 여행일 수 있는 것이고 그 여행을 통해 나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나 지금의 순간에 큰 포만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세상을 많이도 돌아다니면서도 내 것을 나누는 일이 서툴렀고, 그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에 마음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본다고 마음이 달라지겠는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다 안을 그 마음에 비한다면." P247

 

 

 

볼리비아에서 만남 한국인의 사장님을 만났을 때의 이 얘기가 어쩌면 이 책을 통한 가장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간혹 여행을 통해 넓은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눈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꼭 떠나야만 그런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타국에서 살면서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는 그 한국인에게 감동받은 에피소드였다. 자신의 모국도 아니고 타국으로 이민을 온 그 사람의 생활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해 퍼주는 일을 하는 그 모습은 우리가 꼭 세계의 여행을 통해서만 나눔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언제부턴가 당신에게 자꾸 밥을 덜어주고 싶던 마음. 그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내 그릇은 영원히 반이어도 좋으리.”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이 문장만큼 매력적인 여행을 계속 하고 있는 작가의 나날이 참 부럽기만 한 여행기가 참 달고 맛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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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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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의 지나온 삶이 너무 보잘것없고 하찮아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원하는 그 꼭짓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긴 밤을 보내며 눈물 흘렸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슬퍼서 술을 마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나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던 어떤 이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간혹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요즘 새삼 느끼게 됐다.

 

 

사지가 멀쩡하게 태어난 것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며 나의 모습에 감사하라는 그 말은 그들을 위한 말이 아닌 나를 위한 말일테고, 그들과 나를 비교 한다는 것부터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그렇다면 태어날 때 손가락이 붙어 태어나거나 뇌 손상을 받은 그들은 누굴 보며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그런 이기적인 그런 말로 나는 절대 누군가를 위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며 나를 이겨내야 한다는 그 말은 결국 나보다 못한 그들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위로 한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겸손하고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거나 사고를 당해 팔 다리를 잃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열정적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를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들도 이렇게 나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힘썼는데 지금의 나는 뭐가 부족해서 삶이 고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집이 불이타서 얼굴과 몸 전체에 화상을 입어 수십 번의 수술에도 복구 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하지만 전신 화상도 기적적으로 회복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긍정의 청년으로 살아가는 ‘조엘 소넨버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온 몸이 다 아프기 시작했다. 아였다면 이라는 만약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가 너무나 무섭다. 그들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할때즘 나는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은 부모라는 것에 다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누구는 아이를 버리지만 누구는 이렇게 힘든 아들을 안고 키워 내는 것이다. 역경을 이겨낸 주변에는 꼭 역경보다 더 위대한 부모가 있었다.

 

 

“릭, 아빠 말 잘 들으렴. 이 세상을 살아단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다. 특히 너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그렇지. 그렇다고 숨어서 지내거나 피하는 건 좋지 않아. 두려울수록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처음에 두려웠던 것도 막상 경험하다 보면 별 게 아니게 되거든. 사실 이 아빠도 오늘 물을 처음 접하는 거야. 지금까지 수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 릭, 네 덕분에 이 아빠도 두려운 것 하나라를 이겨냈구나.” P34

 

 

일흔 살의 아버지가 쉰 살의 아들과 함께 아직도 철인 3종경기나 마라톤을 하며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아버지 딕 호이트의 얘기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그들의 도전이 무모하지만 절대로 무모한 결과를 낳지 않고 열심히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딕 호이트의 노력이다. 그의 노고를 살피면 나의 하루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통해 익히 들었던 세계 속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몇 줄만 읽으면 내용이 쉽게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생활을 반성하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중구난방 많이 들었던 얘기의 중복이 이 책의 가장 치명적 단점이다. 무엇보다 책 뒤에 써진 책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얘기는 때로는 얘기의 감동이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감동적인 얘기를 해주고 훈계하려 듯 한 얘기로 울먹이던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일들 그만두기 전에 온 힘을 쏟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아라”라는 멘트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라서 가슴에 박혔다. 누군가 한번쯤 해줬던 충고였던 이 얘기가 이렇게 또 가슴 울적하게 와 닿았다는 것이 요즘 감성이 충분히 적신 하루가 없었기 때문일까.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았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역시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린 아이들에게 해 준 그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줬다고 생각된다.

너무도 어린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암으로 죽어가는 랜디 포시가 마지막 아이들에게 해준 편지의 문장.

 

 

“종종 찾아 올 거야. 너희들 마음속으로 말이야.”

 

 

삶이 죽을만큼 괴롭지만, 살아갈 만큼 아름답다는 저자의 말처럼, 요즘 봄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나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더 마주하게 될 나의 봄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일까. 모든 계절의 변화가 반갑고 아름답고 소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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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성공 스토리 - 다양성과 스피드로 세계를 제패한
코바돈가 오셔 지음, 공민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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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을때 엄청난 세일을 하는 ZARA 매장을 본적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유독 ZARA가 일본 브랜드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ZARA 매장을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ZARA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이후에 ZARA가 일본 브랜드가 아니라 스페인의 브랜드라는 것을 알고 사실 살짝 충격이긴 했다. 왠지 유럽 브랜드라고 하면 뭔가 비싸다는 명품의 이미지가 확실히 더 강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ZARA 매장에 갔을때 가격이 내가 생각했던 그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서 또 살짝 놀랐던 부분도 있다. ZARA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 명품보다 아주 많이 싼 가격이고 우리나라 중저가 브랜드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하지만 품질면에서 볼 때 가격만큼, 브랜드 이미지만큼의 좋은 재질인지 모르겠는 옷들도 많이 보았다. 나에게 ZARA는 그런 이미지였다.

 

 

“당신이 좋아하는 자라 옷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가질 수 없습니다. 출시라인은 보편적이고 같은 취향을 가진 고객이 많다는 점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올바른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P205

 

 

위의 이야기가 ZARA의 이미자와 딱 떨어지는 얘기인 것 같다. 보통 시즌별로 옷이 매장에 걸리고 한 달이 지나도 계속 걸려 있던 매장들과 달리 지난주에 보았던 그 옷을 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어 다음주에 ZARA 매장을 찾으면 정말이지 그 옷은 매장에 없어진지 오래다. 사람의 보는 눈이 다들 비슷한지 가지고 싶은 것은 사이즈가 없거나 혹은 첫날 모두 솔드 아웃 되었다. ZARA 또한 빠른 시스템에 깜짝 놀랐던 경험을 했던지라 맘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야 하는 나름의 경험을 담은 철학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할까.

 

 

[다양성과 스피드로 세계를 제패한 자라 성공 스토리]는 자라의 성공시킨 인디텍스 그룹의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이야기다. 그가 자라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모토와 더블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를 싫어하는 지극히 하나의 개인으로 남을 것을 원하는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개인이 아만시오의 주변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의 사옥을 드나들며 느낀 점을 담아 낸 책치곤 주인공에 대한 찬사가 좀 많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 책인지 ZARA라는 한 브랜드를 통해 경영 철학과 성공을 이룬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 것인지 조금 혼동되는 부분이 많다. 보통 인터뷰를 하고 그것에 따란 나름의 정리로 책이 써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터뷰 인용 글이 담긴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인용 대사들이 한 페이지를 넘어 갈때가 있고 무엇보다 그 인터뷰들은 아만시오의 철학을 대신 얘기해주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누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페이지가 많았다. 인터뷰 부분은 따로 빼서 그 부분만 발췌를 하는 것이 훨씬 깔끔한 구성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아만시오의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디텍스의 관한 분석 저서도 아닌 참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 할까.

 

 

자라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과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 브랜드의 숨은 의도에 관한 얘기로 포문을 열었는데 사실 다 읽고 아, 그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은 약간 아쉬운 맛이 살짝 돈다. 빠른 시대에 맞서 빠르게 움직이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매장만 일주일 갔다 와도 알 수 있다. 지난번에 걸려 있던 날씬해 보이는 체크 셔츠는 다음 주에는 사라져 있기 때문에 그때 못산 나의 우유부단한 소비에 자책을 하게 되었으니.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만시오의 빠른 움직임은 역시 뭔가 하는 사람은 좀 다르구나 느끼게 된다.

 

 

“ 인디텍스는 아만시오 오르테가를 빼고 생각 할 수 없다. 좀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이 없으면 어떤 일도 설명할 수 없는데, 그가 기업의 중요한 시점을 움직인 사상가, 기술자, 분석가이자 특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비저너리가 이룩한 것은 단순히 자신의 천재성을 활용하고 여기에 엄청난 시간을 들여 기술적인 성공을 이룩한 것을 넘어 더 큰 범위를 포괄한다.” P65

 

 

“성장은 생존 메커니즘”이라고 말한 그의 노력과 철학이 살짝 부럽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개인의 존중함이지 그 밑의 사람들이 그를 정말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는 사실 이 책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칭찬 일색이라서 더욱 아만시오에 대한 존중은 읽는 사람은 생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

 

 

“인디텍스는 훌륭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이미 트렌드를 앞서나가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신제품을 생각하여 이런 변화를 통해 여성들이 똑같은 옷을 입도록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집을 ‘입히는’ 제품으로 인테리어스타일링을 또 다른 패션 트렌드로 만들었다.” P141

 

 

앞서가야만 하는 시대에 더 빠르게 움직이는 ZARA의 모습에 많은 반성이 들기도 한다. 정체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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