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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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의 지나온 삶이 너무 보잘것없고 하찮아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원하는 그 꼭짓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긴 밤을 보내며 눈물 흘렸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슬퍼서 술을 마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나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던 어떤 이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간혹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요즘 새삼 느끼게 됐다.

 

 

사지가 멀쩡하게 태어난 것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며 나의 모습에 감사하라는 그 말은 그들을 위한 말이 아닌 나를 위한 말일테고, 그들과 나를 비교 한다는 것부터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그렇다면 태어날 때 손가락이 붙어 태어나거나 뇌 손상을 받은 그들은 누굴 보며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그런 이기적인 그런 말로 나는 절대 누군가를 위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며 나를 이겨내야 한다는 그 말은 결국 나보다 못한 그들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위로 한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겸손하고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거나 사고를 당해 팔 다리를 잃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열정적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를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들도 이렇게 나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고 힘썼는데 지금의 나는 뭐가 부족해서 삶이 고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집이 불이타서 얼굴과 몸 전체에 화상을 입어 수십 번의 수술에도 복구 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하지만 전신 화상도 기적적으로 회복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긍정의 청년으로 살아가는 ‘조엘 소넨버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온 몸이 다 아프기 시작했다. 아였다면 이라는 만약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가 너무나 무섭다. 그들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할때즘 나는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은 부모라는 것에 다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누구는 아이를 버리지만 누구는 이렇게 힘든 아들을 안고 키워 내는 것이다. 역경을 이겨낸 주변에는 꼭 역경보다 더 위대한 부모가 있었다.

 

 

“릭, 아빠 말 잘 들으렴. 이 세상을 살아단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다. 특히 너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그렇지. 그렇다고 숨어서 지내거나 피하는 건 좋지 않아. 두려울수록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처음에 두려웠던 것도 막상 경험하다 보면 별 게 아니게 되거든. 사실 이 아빠도 오늘 물을 처음 접하는 거야. 지금까지 수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 릭, 네 덕분에 이 아빠도 두려운 것 하나라를 이겨냈구나.” P34

 

 

일흔 살의 아버지가 쉰 살의 아들과 함께 아직도 철인 3종경기나 마라톤을 하며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아버지 딕 호이트의 얘기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그들의 도전이 무모하지만 절대로 무모한 결과를 낳지 않고 열심히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딕 호이트의 노력이다. 그의 노고를 살피면 나의 하루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의 책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프라이즈]를 통해 익히 들었던 세계 속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몇 줄만 읽으면 내용이 쉽게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생활을 반성하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중구난방 많이 들었던 얘기의 중복이 이 책의 가장 치명적 단점이다. 무엇보다 책 뒤에 써진 책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얘기는 때로는 얘기의 감동이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감동적인 얘기를 해주고 훈계하려 듯 한 얘기로 울먹이던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일들 그만두기 전에 온 힘을 쏟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아라”라는 멘트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라서 가슴에 박혔다. 누군가 한번쯤 해줬던 충고였던 이 얘기가 이렇게 또 가슴 울적하게 와 닿았다는 것이 요즘 감성이 충분히 적신 하루가 없었기 때문일까.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았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역시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린 아이들에게 해 준 그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줬다고 생각된다.

너무도 어린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암으로 죽어가는 랜디 포시가 마지막 아이들에게 해준 편지의 문장.

 

 

“종종 찾아 올 거야. 너희들 마음속으로 말이야.”

 

 

삶이 죽을만큼 괴롭지만, 살아갈 만큼 아름답다는 저자의 말처럼, 요즘 봄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나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더 마주하게 될 나의 봄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일까. 모든 계절의 변화가 반갑고 아름답고 소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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