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맨
김펑 지음 / 마카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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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my 희망? [고시맨 - 김펑]



드라마 작가를 꿈꿨던 친구는 오랫동안 여의도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힘들게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끝이 나고 여의도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날, 그런 얘기를 했었다. 여의도에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들이 득실거린다고. 용이 되길 원했던 이무기들이 가득한 여의도를 떠나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 결심한 것 중에 가장 힘들었지만 현명했었다고 했다. 포기 할 수 있는, 결심이란 마음에 얼마나 많은 구멍을 내는 것일까. 그리고 그 바람난 곳에는 어떤 상실과 희망이 채워 질 것인지.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 에 나왔던 아이돌 한명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던 삶을 더 빨리 떠나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 한다고 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빨리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그동안 시간을 투자 했던 아이돌의 삶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노래와 춤 밖에 없는 삶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남들이 여행을 가기위해 비행기 예약도 할줄 몰랐다는 한 아이돌은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도 받았다고 했다. 꿈을 위해 애썼던 이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참 애잔해 보였다. 그들처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의 공시생들도 어쩌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사법고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한 신림동의 고시촌에도 용이 되지 못한 이들의 낮과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 사법고시를 위해 신림동에 6년째 머물고 있는 박현우가 있다. 그는 해탈의 길 (그것은 고시생들이 아닌 배달원들이 붙여준)의 꼭대기에 있는 성문 고시원에서의 삶도 6년째 접어들었다. 한때는 세계를 여행하는 오지 탐험가가 될 줄 알았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집에서 원하는 법관이 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행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사실 그는 사법고시에 패스하기만 하면 앞으로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 6년이라는 시간을 신림동 고시촌에 쏟아 부은 것이다.

우선은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어쩌다 보니 그 고지가 다 온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 것 같은 그에게 위기를 안기는 인물은 성문 고시원의 총무 안석주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문 고시원을 떠나게 생긴 박현우와 안석주와의 갈등이 <고시맨> 소설의 주된 축으로 보였지만, 사실 이 소설에는 다른 소설이 하나 액자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시촌을 벗어 날 수 없는 박현우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총무 안석주 사이에 다른 갈등 구조를 갖는 것은 고시생들의 안식처이자 힐링맨의 미스터 앤서가 있다. 힘든 고시생들을 위로하며 원하는 답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격려차원으로 기름진 음식으로 포상도 해주는 그는 왜, 고시원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연치 않게 본, 쫄쫄이와 노란 헬맷을 쓴 고시맨이라 불리는 사내는 대체 누구일까? 그는 희괴한 차림을 한 변태인가? 고시맨은 고시촌에서 어떤 히어로로 남을 것인가? 구성이 쫄깃하게 짜여 있고 악당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안석주나 미스터 앤서까지 모두에게 느껴지는 따뜻함이 작가의 심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비록 예전의 아우라를 품지 못해 마음 아픈 김려령의 초기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심성 좋은 작가가 쓴 작품을 읽을 때의 따뜻한 마음은 참 오랜만이었다. 작품과 작가는 다른 사람이고 하지만 나는 늘 좋은 심성을 갖고 있는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고시맨>에 많이 녹아 있다.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에서 인터뷰한 아이돌이었던 이들은 무대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 자신들에게 환호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힘든 아이돌 생활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며 자신들이 무대에 오르고 싶은 유일한 희망일지 모르겠다. 그들처럼 고시촌에서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는 고시생들도 여기서 조금만 넘어가면 그 굴곡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그래서 성문 고시원의 총무 안석주는 얘기 했었다. 고시촌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 희망이라고. 그 부패한 희망이라는 음식을 끊임없이 섭취하며 몸이 상하고 마음이 병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부패함이 어디 고시촌에만 있을까?



여의도를 떠났던 친구는 간혹 자신이 조금 더 버텼다면 어땠을까 반문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의 문 앞에서 의연하게 뒤돌아 갔던 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친구처럼 소설 속 주인공 박현우가 고시촌을 벗아 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혹 그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충분한 배움의 가치가 있었다고 그를 위로 하고 싶었다. 비록 청춘의 시간을 오로지 한 가지를 위해 쏟아 넣은 것이 아깝긴 하겠지만.



비극적인 상황에서 늘 나타났던 고시맨과 앵무새 아미고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속의 구원이 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밤, 치밀어 오르는 실패의 분노와 허탈함의 끝에서 그동안의 노고에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런 기분 때문일까? 책을 읽은 후 때론 하늘을 볼 때가 있다. 혹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하늘에서 아미고가 날고 있지는 않을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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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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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이나 혹은 영화 비평을 담은 책을 읽을 때는 고민스럽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나 영화를 평할 때는 공감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읽거나 보았던 것을 같이 공유하며 논할 때 더 재미있게 다가오니, 낯선 영화나 책이 나오면 흥미가 생기거나 그렇지 않을때가 있다. 씨네 21에서 약 2년 동안 연재되었던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영화 비평은 매우 신선했다. 좋아 했던 영화들의 비평에 집중해서 읽고 즐겼다. 다만, 2014년에 출판된 책이라 이 책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몇 개가 있긴 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영화는 나의 일본 영화중 가장 먹먹했던 영화였다. 청춘을 겪으며 고통의 순간을 지나가는 성장통과 같았던 그들의 한때의 시절이 아름다웠고 가슴 아팠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사랑을 구걸할 것 같지만 그녀의 사랑은 당당했고, 구차하지 않았다. 나 같은 장애인이 어떻게 정상인 너와 사랑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나는 누군가와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그래서 어떤 청춘의 순간에 외곽에 나와 있던 쓰네오와 사랑을 했고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이별이 있었을 뿐이다. 그냥,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헤어졌을 뿐인데도 왜 조제의 사랑에는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일까?



“조제의 집을 떠나며 쓰네오가 한발 늦게 오열하는 장면이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것이 죄지은 자의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통한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죄가 아닌 실패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조제가 쓰네오를 비난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를 비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비난하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더 분명해지는 것이지만,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였기 때문이다. 조제는 성공했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힘이다.” 23쪽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냥,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여 동생을 살인하고도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감정 없는 아들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심정으로만 영화가 눈에 들어 왔고, 사이코패스를 낳은 엄마의 모진 인생이 불쌍했지만 신형철의 평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뒤편에 있는 이름을 보았다.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닥친 임신은 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막상 아이를 낳으면 생길 것 같은 모성애는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들과 그녀 사이에서 팽팽하게 놓인 마음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아들과의 관계를 그저 길가다가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만들어 놓았던 것일까? 하지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모두 다 케빈처럼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빈은 학교와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특별하게 나쁘지도 않았고 평범했다. 그저 평범하게 학교를 가고 아이들과 놀았던 십대였다. 힘들었던 관계는 오로지 엄마, 에바일 뿐이다. 두 사람 관계에서 가장 불행하게 보이는 것은 에바, 엄마이지만 케빈을 향한 엄마는 큰 모성애가 없을 뿐 아니라 애정도 없었다.



“이것은 그저 서로를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덜 사랑했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사랑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둘은 노력했다.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척했고, 아들은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척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이 영화는 둘 모두를 기소하는 데 실패한다.” 55 쪽



그가 영화를 보는 동안도 괴로웠다고 했던 김기덕의 ‘뫼비우스’의 평을 읽는 동안도 괴로웠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이렇게 사실적인 평을 읽고 나면 정신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리지 않아도 머릿속을 떠다니는 영상의 잔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독의 작품에, 그는 걸작이라는 말을 했지만 2018년에 있는 그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가끔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같이 놓고 그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작품으로 본다면 분명 걸작임이겠지만, 인간적인 도덕성이 없는 자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좋아해야 할까.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앞으로 김기덕, 홍상수의 영화들은 불편할 것이고 앞으로 나는 보지 않을 것이다. 우디 앨런이 훌륭한 감독일지 모르겠지만, 입양한 자신의 딸과 열아홉 살 때부터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팩트이고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정확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를 거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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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이다 잠 들지 못했다. 지난밤, 그토록 찾았던 제주도 3세 여아 엄마의 시체를 찾았다는 기사를 읽으며 먹먹한 가슴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다가 흐느꼈다. 33세의 나이에 자신과 같은 성씨를 물려준 딸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을 엄마. 그 캄캄한 바닷가 앞에 담요를 두른 아이를 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서 있었을지... 그녀들의 마지막 식사가 우유와 컵라면이었다는 것도 마음 아프다.








며칠전에 본 <수성못>이라는 영화속 여 주인공은 매월 8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오리배 관리를 한다. 수성못에서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에게 라이프 자켓을 주고, 오리배 사용법을 알려 준다. 그녀는 이곳을 탈출 하는 방법은 오로지 서울의 대학으로 편입을 하는 것이고 매일 운동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써 왔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만 찌고 있는 남동생에게 늘 생산된 일을 하라고 충고하며 때로는 제과점 아르바이트의 시급과 전화번호도 알려 주며 일하길 권했다. 그녀가 엮이게 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못 마땅한 이유가 이런 부분도 있었다. 왜, 생산성 있게 살지 않아요? 놀고 있는 동생에게 일을 할 것을 권하며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라고 충고했다. 이렇게 얘기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에게 딱 하나 있는 목표, 서울에서의 대학생의 삶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꿈을 위해 매일 수성못에 나가 일하며, 공부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했다. 그녀의 하루 삶은 오로지 그 목표로 이뤄졌다.  서울에서 편입 시험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자신의 지갑을 갈취하고 폭행을 당했던 그 이후에도 햄버거를 먹으며 자신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편입 실패로 누군가 자살을 시도 했었던 그 수성못에 목표를 잃어버린 얼굴로 앉아 있다. 더이상 그녀에게 생산선 있는 일이라곤 의미가 없는 것이다. 죽으려고 결심할 시간에 삶에 목표를 세우라고 말했던 그녀였지만, 역시 그녀도 자신의 목표를 잃고 나서는 삶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아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서성였다는 그녀도 그럼 마음이었을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던 그녀가 잠시라도 행복했을지. 그랬다면 다행인건지. 다시 아이 손을 잡고,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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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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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시작된다.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그곳,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항공을 타고 가면 우리나라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유럽이다. 2014년부터 무비자로 갈 수 있으며, 장시간 비행을 하지 않아 시간 활용도 좋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소개하는 여행 책이 트랩브로그에서 나왔다.



보통은 2박 3일이나, 3박 4일정도의 일정을 블라디보스토크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근교에 있는 하바롭스크까지 담고 있다. 하바롭스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지나가는 라인이라서 시베리아 횡당 열차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만약 하바롭스크까지 일정에 포함 한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를 타고 하바롭스크에 머물고, 그곳에서 아시아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일정을 소개하는 편도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보통 여행을 떠나게 되면 해당 나라의 책을 세권정도 보고 가는 편인데, 블라디보스토크는 이 책 한권이면 일정과 교통, 숙식, 식사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많이 찾아보지 않아도 될듯 하다. 공항에 내려 도시 중심까지 가는 방법,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유심카드 사용. 활용 방법, 가장 많이 쓰이는 웹까지 소개되어 있다.




 




짠내투어에도 얼마 전에 소개 되었고, 배틀트립은 2번이나 소개를 했다. 여행 코스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이라는 것은 비슷해 보였다. 더욱이 짠내투어에서 3일 일정으로 짠 소개의 식당과 관광이 모두 담아 놓아서 참고 하여 여행을 하면 될듯하다.


여행책자들은 대부분 도시 소개와 일정, 관광지들을 소개가 많은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러시아인들의 문화를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언젠가 러시아 항공을 경유지로 결정을 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모두 러시아 항공을 만류했다. 제일 먼저 캐리어 분실과 기내 승무원들의 불친절함이었다. 책에 소개 된 <미소의 다름 개념>이라는 페이지를 읽으며 우리가 느낀 그 불친절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조금 알게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진실로 기분이 좋았을 때만 미소로 표현하며 러시아에서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거나 용기를 주는 미소는 없다. 어떤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러시아인은 미소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생각한다. 그래서 공항의 세관검사나 상점의 직원, 음식점의 종업원들도 웃지 않는다. 상냥한 미소로 인사하는 카페의 직원을 기대했다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여행은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경험이라는 것을 이 문장을 보며 느낀다.

보통은 여행책자들이 1박2일이나 2박 3일 혹은 그 이상의 코스를 소개하는데, 아쉬운 것은 여행하는 일행들에 맞게 소개 된 것들을 찾기 어려웠다. 가족, 연인, 친구, 혼자인 사람들에게 맞춰져서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 책 한권으로 벌써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 온 기분이다. 사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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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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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밤을 보내는 시간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애디는 루이스를 찾아 간다. 둘은 모두 배우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살고 있는 70대의 노인들이다. 평생 혼자이고 싶지 않은 애디는 루이스에게 가끔 밤에 자신의 집으로 자러 오길 원한다고 얘기 했다. 당황스러운 루이스는 호기심과 경계심을 갖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애디는 우리가 함께 잠을 청한다는 것은 섹스가 아님을 밝혔다.



그저 밤을 견뎌내는 것,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긴 밤을 보냈으면 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깔끔하게 머리도 이발소에 가서 단장을 하고 그녀와 긴 밤을 보내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 우리의 이런 행동이 주변에 소문이 나면 안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루이스에게 애디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다고 얘기 한다. 애디는 남편을 보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그런 그녀를 봤던 루이스도 애디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애디의 제안을 받은 루이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물론 그 이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잠옷과 세안 도구를 챙겨 애디의 집으로 향했고, 어색한 첫날밤을 보냈지만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외롭고 쓸쓸했던 날들의 밤을 채워 갔지만 그들의 얘기는 동네로 소문이 퍼졌다. 만약 우리 어머니가 애디였다면...이라는 궁금증을 가졌다.



어머니는 50대 전에 혼자가 되셨다. 워킹맘으로 사셨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후에도 오랫동안 워킹맘으로 사셨고 몇 년 전에 퇴직하셨다. 어머니는 그 나이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강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도 어머니가 갖는 그 프라이드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랬다, 그냥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동안 사셨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밤에 우리 영혼은>을 읽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혼자가 되어 가정을 책임지며 사셨던 어머니가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좋은 분이 계신다면 함께 해도 좋다고 말은 했었지만 어머니는 싫다고 하셨다. 이렇게 혼자 됐는데 왜 둘이 되어야 하냐며, 지금의 자유가 좋다고. 뭐든 혼자 결정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혼자 즐길 수 있다는 얘기에 아버지의 부재가 쓸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159쪽



애디와 루이스의 가족들은 그들의 이런 행보를 원하지 않았다. 소문이 부끄럽다며 더 이상 밤에 잠을 자고 오는 일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결합도 싫었다. 그냥 남은 생을 조용하게 마무리하길 바라는, 노인들의 남은 생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희생했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그들의 삶에, 저녁에 루이스와 나란히 누워 오늘 일들을 얘기하는 그 아늑한 시간이 왜 잘못 되었단 말인가. 어두운 밤, 불을 켜지 않으면 더 외로울 것 같은 그 깊은 시간에 두 사람의 얘기는 서로의 시간에 등불이 되었고, 그 밝아짐으로 내일을 기대 하게 되었다.




아들의 이혼으로 손자를 양육하게 된 애디는 루이스와 함께 캠핑을 떠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을 양육하는 어머니에게 루이스의 존재가 불쾌 할 뿐이다. 결국 둘 사이는 다시 원래의 혼자만의 밤으로 돌아갔다. 이기적인 아들에게 화가 났다. 왜, 어머니는 남은 생까지 아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일지 모른다. 너무도 현실적인 결론일수 있다. 그 누구도 그들의 남은 밤들에 말 할 수 없다. 애디와 루이스는 사랑하는 사이라기보다는 우정에 가깝고, 그 우정의 시간들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그들의 시간에 그 누구도 쓸쓸한 시간을 줄 수 없다며 나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나의 어머니,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실지. 많이 외롭지 않은 밤이길, 그래서 더 쓸쓸한 시간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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