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이다 잠 들지 못했다. 지난밤, 그토록 찾았던 제주도 3세 여아 엄마의 시체를 찾았다는 기사를 읽으며 먹먹한 가슴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다가 흐느꼈다. 33세의 나이에 자신과 같은 성씨를 물려준 딸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을 엄마. 그 캄캄한 바닷가 앞에 담요를 두른 아이를 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서 있었을지... 그녀들의 마지막 식사가 우유와 컵라면이었다는 것도 마음 아프다.
며칠전에 본 <수성못>이라는 영화속 여 주인공은 매월 8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오리배 관리를 한다. 수성못에서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에게 라이프 자켓을 주고, 오리배 사용법을 알려 준다. 그녀는 이곳을 탈출 하는 방법은 오로지 서울의 대학으로 편입을 하는 것이고 매일 운동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써 왔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만 찌고 있는 남동생에게 늘 생산된 일을 하라고 충고하며 때로는 제과점 아르바이트의 시급과 전화번호도 알려 주며 일하길 권했다. 그녀가 엮이게 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못 마땅한 이유가 이런 부분도 있었다. 왜, 생산성 있게 살지 않아요? 놀고 있는 동생에게 일을 할 것을 권하며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라고 충고했다. 이렇게 얘기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에게 딱 하나 있는 목표, 서울에서의 대학생의 삶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꿈을 위해 매일 수성못에 나가 일하며, 공부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했다. 그녀의 하루 삶은 오로지 그 목표로 이뤄졌다. 서울에서 편입 시험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자신의 지갑을 갈취하고 폭행을 당했던 그 이후에도 햄버거를 먹으며 자신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편입 실패로 누군가 자살을 시도 했었던 그 수성못에 목표를 잃어버린 얼굴로 앉아 있다. 더이상 그녀에게 생산선 있는 일이라곤 의미가 없는 것이다. 죽으려고 결심할 시간에 삶에 목표를 세우라고 말했던 그녀였지만, 역시 그녀도 자신의 목표를 잃고 나서는 삶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아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서성였다는 그녀도 그럼 마음이었을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던 그녀가 잠시라도 행복했을지. 그랬다면 다행인건지. 다시 아이 손을 잡고,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