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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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밤을 보내는 시간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애디는 루이스를 찾아 간다. 둘은 모두 배우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살고 있는 70대의 노인들이다. 평생 혼자이고 싶지 않은 애디는 루이스에게 가끔 밤에 자신의 집으로 자러 오길 원한다고 얘기 했다. 당황스러운 루이스는 호기심과 경계심을 갖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애디는 우리가 함께 잠을 청한다는 것은 섹스가 아님을 밝혔다.



그저 밤을 견뎌내는 것,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긴 밤을 보냈으면 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깔끔하게 머리도 이발소에 가서 단장을 하고 그녀와 긴 밤을 보내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 우리의 이런 행동이 주변에 소문이 나면 안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루이스에게 애디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다고 얘기 한다. 애디는 남편을 보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그런 그녀를 봤던 루이스도 애디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애디의 제안을 받은 루이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물론 그 이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잠옷과 세안 도구를 챙겨 애디의 집으로 향했고, 어색한 첫날밤을 보냈지만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외롭고 쓸쓸했던 날들의 밤을 채워 갔지만 그들의 얘기는 동네로 소문이 퍼졌다. 만약 우리 어머니가 애디였다면...이라는 궁금증을 가졌다.



어머니는 50대 전에 혼자가 되셨다. 워킹맘으로 사셨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후에도 오랫동안 워킹맘으로 사셨고 몇 년 전에 퇴직하셨다. 어머니는 그 나이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강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도 어머니가 갖는 그 프라이드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랬다, 그냥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동안 사셨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밤에 우리 영혼은>을 읽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혼자가 되어 가정을 책임지며 사셨던 어머니가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좋은 분이 계신다면 함께 해도 좋다고 말은 했었지만 어머니는 싫다고 하셨다. 이렇게 혼자 됐는데 왜 둘이 되어야 하냐며, 지금의 자유가 좋다고. 뭐든 혼자 결정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혼자 즐길 수 있다는 얘기에 아버지의 부재가 쓸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159쪽



애디와 루이스의 가족들은 그들의 이런 행보를 원하지 않았다. 소문이 부끄럽다며 더 이상 밤에 잠을 자고 오는 일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결합도 싫었다. 그냥 남은 생을 조용하게 마무리하길 바라는, 노인들의 남은 생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희생했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그들의 삶에, 저녁에 루이스와 나란히 누워 오늘 일들을 얘기하는 그 아늑한 시간이 왜 잘못 되었단 말인가. 어두운 밤, 불을 켜지 않으면 더 외로울 것 같은 그 깊은 시간에 두 사람의 얘기는 서로의 시간에 등불이 되었고, 그 밝아짐으로 내일을 기대 하게 되었다.




아들의 이혼으로 손자를 양육하게 된 애디는 루이스와 함께 캠핑을 떠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을 양육하는 어머니에게 루이스의 존재가 불쾌 할 뿐이다. 결국 둘 사이는 다시 원래의 혼자만의 밤으로 돌아갔다. 이기적인 아들에게 화가 났다. 왜, 어머니는 남은 생까지 아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일지 모른다. 너무도 현실적인 결론일수 있다. 그 누구도 그들의 남은 밤들에 말 할 수 없다. 애디와 루이스는 사랑하는 사이라기보다는 우정에 가깝고, 그 우정의 시간들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그들의 시간에 그 누구도 쓸쓸한 시간을 줄 수 없다며 나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나의 어머니,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실지. 많이 외롭지 않은 밤이길, 그래서 더 쓸쓸한 시간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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