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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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때까지 보름에 한 달에 두 번씩 나오는 만화 잡지가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연재하는 작품의 뒷얘기를 기다리는 잡지를 읽고 또 읽느라 보름이 훌쩍 가버리곤 했다. 좋아하는 대사나 그림은 읽고 또 보고 보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덧 초등을 지나 중학생으로 고등학교에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감동을 주는 작가들의 만화를 기다리며 보낸 세월처럼 때론 주간지나 계간지가 아니더라도 매년 혹은 더 늦게라도 기대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은 내 유년시절의 보름이라는 시간의 단비 같을 때가 있다.

 

 

<완득이> 때문에 김려령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다음 작품을 매번 기다리게 되었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동화 이후 그녀의 장편 소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랜 짝사랑에게서 전화가 온 것처럼 덥석 손을 잡지도 못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그런 작가였는데, 이번 <가시 고백>에 대한 느낌은 뭔가 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기분은 뭘까.

 

좋아했던 교회 오빠를 다시 만났는데 내가 나이가 먹은 것처럼 그도 나이를 먹어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중년의 아저씨를 만났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지난날의 설렘이 아련해지는 그런 기분, 이라고 할까.

<가시 고백>에는 여전히 익살스럽고 재미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부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 해일이보다 진오가 훨씬 더 재미있는 조연의 역할을 하게 배치 해 놓았다.

 

가발 공장에서 30년이 넘게 일하며 숙달된 손놀림이 죽지 않은 엄마의 피를 물려받아 손놀림이 빠른 해일, 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혼한 아빠의 연민을 버리지 못하고 이혼한 부모 밑에서 감당해야 하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지란, 태생부터 틀렸는지 초등부터 고등까지 반장 한 번도 놓치지 않고 한 다영, 이들 사이에 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진오는 한반의 친구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을 살고 있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이 있다.

 

 

엄마의 빠른 손을 물려받은 해일은 도둑이다. 호기심으로 슈퍼에서 껌이나 사탕을 훔쳤던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손이 반응하는 그런 도둑이다. 해일은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며 물건을 훔치게 되었다. 그렇게 지란의 전자수첩을 훔치고 자신의 빠른 손에 대한 죄책감과 마음의 짐을 덜어 놓고자 일기를 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이것이 해일의 가슴에 박혀있는 가시 고백이다.

 

지란은 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처음부터 새 아빠와 친해지지 못했지만 천천히 새 아빠와의 거리를 좁혀 가려 했지만 새 아빠의 전자수첩을 학교로 가져간 후 도둑맞은 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으로 지란은 재혼한 엄마부터 가슴의 가시로 박혀있다. 하지만 진짜 가시는 지란의 친부다. 친부는 지란에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며 딸을 찾는다. 지란은 모른 척 하고 싶지만 친부를 떨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원망의 가시를 가슴에 박고 살고 있다. 지란 역시 이런 가시를 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누구에든 이런 가시가 있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다영은 고3 반장을 하면 만랩을 찍는 반장다운 반장이다. 옛날과 같지 않게 요즘 반장들을 하고 싶어서 하기보다는 가산점을 얻기 위해 하기도 하지만 다영은 희생과 배려를 가진 반장이다. 아이들을 위해 항상 먼저가가 아닌 다음에 서 있다. 그래서 담임과의 면담도 일찍 가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가장 나중에 하지 않았던가. 다영은 늘 반장이기 때문에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갑갑하다. 이런 답답함이 가슴에 박혀 있다. 이런 가시들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반장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고 다영 스스로 다독일 뿐이다. 그런 다영을 잘 알고 있는 담임은 다영의 가슴에 박혀 있는 가시들을 빼지며 보듬어 준다.

 

네명의 주인공들 사이에 가장 어정쩡한 입장에 있는 사람은 준오다. 준오의 가시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해일이 지란의 친부의 집에서 넷북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 친구에 대한 우정과 의리, 진실 사이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해일을 발고해야 할 것인가 친구로서 지켜줘야 하는 것인가 많은 고민들이 가시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말을 듣게 되면 웃으며 넘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들 그 말들이 가슴에 박혀 내내 생각 날 때마다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 상처 받음 마음을 가슴에 못이 박힌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가시 돋친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들이 가시로 박혀 아프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시는 상처지만, 이들에게 가시란 고민과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해일이 도둑이 되는 것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갈등,지란의 친부에 대한 연민과 새아빠와의 갈등, 반장으로 지켜야 할 역할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다영 또한 갈등의 가시를 가지고 있다. 소설의 중반으로 가면서 해일이 병아리를 부화시키며 그들은 갈등의 고리를 풀어 나간다. 병아리가 후라이드 반, 양념반으로 자랄 때까지 그들에게도 시간이 필요 했다.

만나게 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완득이의 담임 동주의 캐릭터는 <가시 고백>에서 분산되어서 나온다. 해일이의 형 해철, 해일의 담임 용창느님으로 따뜻함을 가지고 캐릭터가 분산되다 보니 모두에게 애정을 쏟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해일의 담임의 역할을 좀더 힘이 실어 줬거나 혹은 지란도 가슴을 뛰게 하는 독특한 해철에게 좀 더 실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비록 전작에 비해 감동이 사라진 부분은 없지 않지만, 작가의 착한 심성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인공들을 모두 보듬어 주려는 작가의 마음, 어느 누구 하나도 낙오자 없이 작품속에 잘 녹아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면 김려령을 잘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알뜰살뜰하게 남을 잘 챙겨주는 이웃 언니 같은 사람이니까.

그녀에게 완득이를 또 불러와 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냥 완득이가 완득이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다른 곳에서 그들이 오지 않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의 욕심일지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끊임없는 작품 활동에 발을 걸어 넘어뜨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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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6 0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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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6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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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같은 소설.

며칠 동안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 한다고 한들 고작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기사를 읽는 것이 싫다. 현관 밑에 구부려 넣어진 신문은 며칠째 구부려져 있는 채로 방치되어 있다. 아마도 올해가 가고 내년이나 되어 재활용 수거함으로 던져 넣어질 것 같다. 인터넷 기사의 덧글들은 현실을 알려주는 기사를 보는 것보다 더 소름이 돋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누군가를 몰아세워야 하는 것일까. 진실이 있는데 그 진실은 왜 외면을 받으며 우상이 아닌 인물에 우상시 되어 흔들리는 것일까. 답답했다. 누군가와 이런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C국으로 발령을 받은 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렇게 답답하고 스산했을까.

어느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있었던 그는 쥐를 잘 잡는다는 이유로 감기 바이러스 같은 것이 창궐한 그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우연치 않게 C국으로 오던 그는 가방을 잃어버리고 그가 증명할 어떤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모국이 그를 다른 나라로 버린 것처럼 그는 버림받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녀의 아내와 이혼을 했을 때 기분 같은 것이다. 아내와 이혼을 하고 그는 더욱더 아내와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 소통의 부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C국으로 서둘러 왔던 그는 그의 개가 혼자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반전에 놓인다.

 

소설은1,2,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그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출국 전날 밤의 일과 그가 왜 자신의 집에 그의 개와 전처가 난자당해 살해 되어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야기는 끝났다. 그리고 그는 살인사건의 주범이 되었다. 기억나지 않는 일들 떠올려 보았지만 그는 왜 자신의 전처가 자신의 집에 죽어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기억이 날 때까지 그의 누명이 벗겨질 때까지 부랑자가 되어 떠돌게 되었다.

 

자신을 C국으로 부른 담당자는 없고, 자신은 전처를 살해한 용의자로 되어 있고, 본사로 전화를 해보면 자신은 C국으로 발령조차 없는 있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누군가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간절한 소통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말로 자신이 전처와 개를 죽였는지 기억해 내고 싶었을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쓰레기 더미로 떨어지던 그때를 벗어나 안락하지 못하더라도 있었던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소통 할 수 없는 공간에 떨어져 길거리를 방황하며 구석에 숨죽여 사는 쥐들처럼 숨어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쥐들을 잡으며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C국에 남아 기억나지 않는 지난날을 뒤로하고 또 하나의 생명채로 살아 가게 된다.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이름도 없는 도시속의 그곳에서 그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지 마지막 페이지는 인간이 인간에 흡수되어 살아가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편혜영의 단편을 한권 선물 받기 전에 장편이 한권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묵혀 놓은 소설을 꺼내고 한 번에 숨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문득 작가란 무엇인가 생각되었다. 소설가란 무엇인가. 글을 쓰는 일은 어떤 삶의 소통인가.

호숫가의 안개가 아닌 모든 것이 타버리고 새벽을 맞이하는 지구의 종말 다음 날을 연상하게 하는 소설, 마치 어떤 날의 다음날 같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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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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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타냥이 죽고 말았다.

 

길고양이가 가장 많이 당하는 로드킬이 아니다. 쥐 잡겠다고 놓은 약을 먹고 죽은 것도 아니다. 나이가 있으니 더더욱 자연사는 더 아니다. 그렇다면 달타냥이 왜 죽었을까?

시골하면 떠오르는 정겹고 정감 있고 정이 넘쳐날 것 같은 그곳은 길고양이들에게는 정이 없다. 어쩌면 도시 사람들보다 더 정이 없는 곳이다.

 

땅을 파고 용변을 보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간혹 상추씨를 심어 놓은 밭에 고양이들이 땅을 파헤칠 때가 있고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해서 작가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는 쥐약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 쥐약을 쥐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길고양이들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것 때문에 봉달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봉달이와 냇가를 활보하며 뛰놀던 덩달이는 봉달이를 보내고 혼자서 무더운 여름을 감옥 아닌 철창에서 보내게 됐다. 주인은 왜 덩달이를 철장에 가뒀을까 많이 미웠던 부분이었는데 문득 달타냥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사람들은 길 고양이가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농작물의 조금의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쥐약을 놓았다. 그리고 이상한 밥을 먹은 고양이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구름씨(작가의 집)네도 오지 않았다.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회관에 간혹 달타냥의 할머니가 들릴 때마다 고양이를 풀어 놓지 말라고 했다. 달타냥은 할머니가 마을회관을 갈 때마다 할머니를 지켜주는 개처럼 할머니의 산책길을 같이 걸었던 궁극의 고양이었다. 어떻게 저런 고양이가 있을 수 있나 싶은 그런 산책을 할 수 있는 고양이었는데 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결국 할머니는 달타냥이 집에 있을 수 있게 묶어 놓는다는 것이 올무가 되어 달타냥을 질식사로 죽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길고양이도 아닌 집 고양이까지 묶어 놓으라며 할머니를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달타냥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마지막 이야기 <나쁜 고양이는 없다>에서는 정겨웠던 고양이들의 이별소식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 전에도 바람이의 이별 때문에 한참을 울었던 적도 있었는데 작가의 마지막 동네 길고양이의 만남을 다룬 마지막 책에서는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들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내 것 조금만 나눠주고 자연에서 길러진 것들 조금만 줬으면 참 좋겠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일인 것일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세계이다.: P85

 

"고양이가 여러 번 파헤쳐놓았어도 작년에 우리 집은 상추가 남아서 결국엔 밭에서 웃자라 버렸다. 고추도 남아돌았다. 설령 소출이 줄어서 몇 포기 손해 봤다고 치자. 그게 고양이를 죽일 만큼 엄청난 일인가? 어쩌다 시솔의 정과 인심이 이렇게 각박해졌을까?"P237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일은 많은 것을 참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법이란 어쩌면 인간이 배려 심을 통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P364)

 

"누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다. 육남매 아기 고양이를 위해 몇 번이고 꽁치를 물어 나르던 여울이, 임신을 하고도 아랫배 동생들과 주변 고양이들에게 늘 구박받던 여울이. 그래도 꿋꿋하게 새끼를 낳아 건강하게 키워냈던 여울이. 늘 밝은 표정으로 묘생을 살던 여울이. 오래전 봉달이가 살아 있을 때 자주 함께 어울렸던 성격 좋은 고양이.“71P

 

 

이런 여울이도 누군가의 배려를 받지 못하고 고양이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고양이의 목숨은 오이 한 개, 살 한 톨, 고추 한 개보다 못한 목숨이 되었을까.

작가의 긴 노고를 통해 세권의 책이 나왔다. 그 마지막 책은 가장 가슴 아픈 시리즈의 종결이었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캣맘들 많던데 캣맘이 아닌 나도 가슴이 아련하고 아프다.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빛나고 있는 고양이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은 살아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짧은 생을 살아가는 그들을 위해 간혹 눈인사를 못해도 돌멩이는 던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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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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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하고 짐을 꾸리던 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집에 물건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았지. 꺼내도 계속 나오는 화수분 같은 짐들 때문에 예정했던 탑차 말고 작은 트럭 하나를 더 불러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처음 집에 왔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형 마트를 일주일에 세 번씩 가도 부족했고 매일 퇴근하면서 장을 보고 들어갔던 것 같다. 그 결과가 대형 탑차와 작은 트럭까지 포함한 이삿짐을 나르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결심했던 것은 더 이상 짐을 늘리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물건을 하나 사게 되면 그것에 해당하는 필요 없는 것을 처분하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언제나 지름신은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매번 똑같아지는 정리되지 않는 어떤 방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정리에 관한 책들을 구입하거나 빌려 보면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들의 집은 우리 집보다 너무 넓다. 우선 넓어서 집이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납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확실히 넓은 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리 관련한 책들은 모두 응용 되는 수납부분을 빼고는 정리를 할 수 있게 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그간 정리 관련 책과는 너무나 차별화 되는 부분이 우선 사진이 없다. 보통은 이렇게 지저분한 집이 수납공간을 이용하여 이렇게 바뀌었어요, 알려 줘야 하는 예가 없다는 것이 놀라운 수납 관련 책이다. 그간 정리 관련 책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물런 수납 부분이 약한 부분도 있다. 수납을 어떻게 하지? 수납을 좀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예제가 몇 없다. 하지만 넓은 집 꾸며 놓고 이렇게 쓰면 좋아요~ 하며 보여주는 주방 관련 책들은 볼수록 짜증났다. 그들의 싱크대는 넓어도 너무 넓었던 것이다. 하지만 곤도 마리에 여사의 수납은 아주 간단하다. <필요한것만 남기고 모두 버려!>

우선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납관련 정리에 대한 생각에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식들을 얘기한다.

필요하지 않는 것은 무조건 버려라. 비슷한 책들도 버려야 깨끗해진다고 설명한다. 당연한 얘기다. 비워야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 때문에 여유가 있게 느껴진다. 흔히 2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버리고, 너무 많이 겹치는 문구류도 정리하여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신발 또한 계절별로 필요한 것만 정리하여 버리라고 하지만 저자는 나에게 설렘을 주는 것이 아니면 버리라고 한다. 그 떨림이 없는 것은 생명이 없는 것이니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내 살림의 절반을 다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다.

정리도 몸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배움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정리 습관을 조금씩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정리하는 것으로 의식의 변화를 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다” P26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에 15분씩 정리가 아니라 한 번에 전부 다 해서 매일 매일 정리를 하지 말고 “한 번 에 정리 한 것을 유지하며 살라는 것” 특히 필요 없는 것을 버리게 되면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놀라움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리를 할 때 제일 먼저 결정하는 것은 우선 ‘남길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은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인가 아닌가로 판단한다. 그래서 정리는 수납이 아니라 ‘버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P35)

보통은 정리를 시작할 때 안방, 거실, 부엌 등등으로 나눠지며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물건별루 나눠서 하라고 말한다. 옷을 시작했으면 옷부터 신발, 책 등등 물건별로 결정하여 버리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이 정리는 ‘한번에, 짧은 기간에, 완벽하게’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은 말이다.

물건별로 정리 할 때도 순서가 있다.

<의류, 책, 서류, 소품, 그리고 추억의 물건> 순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정리를 한 번에 짧은 기간에, 완벽하게 하기 위한 순서라고 한다. 가끔 정리를 하다가 사진을 나오면 그 사진을 구경하느라 한두 시간을 흘려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건을 정리하는 순서를 정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옷을 정리 할 때 나 또한 밖에서 잘 안 입는 옷은 실내복으로 입을 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한다. 실내복도 예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지 낡은 옷, 외출복으로 맞지 않는 옷을 실내복으로 정할 때 이미 물건을 버리는 것이 중지 되어 더 이상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실내복으로 입을 옷들이 넣어진 서랍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서랍 정리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 실내복으로 언젠가 입겠지 한 옷도 사실 잘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가 정해 놓은 정리 순서 중에 내가 가장 할 수 없는 것이 <책>이다. 나는 그녀처럼 30권의 책만 남겨 놓을 수 없다. 물론 읽지 않는 책들은 나 또한 기증하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때가 많은데 그렇다고 3천권의 책을 30권만 남겨 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기준대로라면 나는 3천권의 책 중 2500권의 책은 설렌다고 생각하니 이 부분의 정리는 포기해야 하고 싶다.

사용 빈도가 낮은 서류는 버리라고 하는데 간혹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 놓은 것들이 참 많은데 특히, 옛날 지인들 대본들은 벌써7년 넘게 가지고 있는데 그 대본들은 먼지만 쌓이고 있다. 다시금 내게도 버릴 것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물건의 위치를 정해 놓으면 여기 저리 돌아다니지 않으니 물건의 위치를 정해 놓고, 외출하여 집에 왔을 때 나도 가방을 가방 모아 놓는 곳에 넣어 둘 때가 있었는데 그러지 말고 가방 속 물건을 다 빼서 화장품, 지갑, 손수건 같은 것들을 제 자리에 놓거나 작음 상자에 넣어 다음날 다른 가방에 담아 가면 훨씬 깨끗한 가방을 사용할 수 있고, 물건을 찾으러 다닐 일이 없으니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래도 그 습관은 정말로 고치지 힘들 것 같다.

우리가 정리를 하는 것은 과거의 하나하나에 결말을 내는 행위(P151)이며, 공간은 과거의 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는(P156)점에서 정리의 가장 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은 물건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을 모르고 살고 있는 지금, 버리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는 어느 스님의 말처럼 버리고 남겨진 부분은 앞으로 찾아올 우리의 미래가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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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0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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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들을 볼 때면 그들의 만화 사랑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장인 정신은 우리도 못지않은데, 한번 그곳에 터를 잡으면 몇 십 년씩 꾸준하게 일하는 것도 부럽기도 하다. <심야식당>은 일본 드라마로 벌써 시즌 2까지 나왔다. 만화는 10권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한지 연재가 끝나지 않는다.

 

<원피스>는 10년 넘게 연재가 이어지고 있고, 한때 다음 권이 나오길 무척 기다렸던 <꽃보다 남자>도 비슷한 기간 연재를 했다. 그래서 일까, 내 유년시절을 즐겁게 해줬던 만화가들의 안부가 참 궁금해진다. 김진, 유시진, 강경옥, 신일숙, 황미나등등...다들 건강하신지.

 

 

매회 이것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는 것들 참 많았는데, 이번 화에서는 제일 먹고 싶은 게 참 어이없게도 <버터감자>다.

태어나서 처음 레스토랑 (그때는 그렇게 불렀어...)에 갔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 처음 먹어본 스테이크 옆에 있었던 ‘버터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비싼 스테이크는 먹지 않고 소개팅 나온 남자애의 버터감자까지 내가 다 먹고 왔던 기억이 있다. 삶은 감자가 아닌 버터에 구워져 나온 감자, 속이 포슬 거려 그 속에 샤워크림이 얹어져 있어서 더 새콤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며칠이고 또 먹고 싶어서 소개팅에 나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심야식당의 <버터감자>편은 나와 전혀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과거 좋아했던 사랑은 그때의 인연으로 남겨두고 현재의 사랑에 충실 하라는 내용이라고 할까? 과거 좋아했던 여자를 우연치 않게 다시 만나고 지금의 멋진 연인도 버리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고자 떠났지만 결국 과거의 그녀도 현재의 남자를 택했다는 것.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야 하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여자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심야식당의 얘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지만, 그 속에서 복잡거릴 에피소드들은 상상하면 안 될 것 같다.

 

 

모두 그곳에서 음식을 먹으며 인생을 치유 받겠지만 우리는 그 음식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꺼낼까.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그 식당. 한 입만 먹어도 오늘이 힐링 될 것 같은 음식을 만드는 마스터를 만나고 싶네. 마스터, 오늘은 우울하니 나는 따끈한 김치죽이 먹고 싶은데,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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