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행복을 결정짓는 작은 차이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박효은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우리가 생각하는 희망과 행복은 같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인가 고민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원하는 것을 꼭 얻으며 지금의 어느 순간을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희망의 순간이 왔을 때 행복 할까.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는 그간 많은 실험을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유형, 원인, 이유들을 살펴봤지만, 책 끝마무리에서 밝히듯이 행복의 척도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통계를 내기 힘들다고 보여 진다. 부유하지 못한 멕시코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 순위로 2위에 들고 선진국인 일본이 40위에 해당하는걸 보면 나라의 부유함보다 처한 위치에서의 만족감을 얼마나 충분히 느끼며 향유하며 살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OECD 국가 중 행복 지수는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국가인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다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하니, 가슴 한편 참 씁쓸해 진다. 요즘 매번 나오는 기사 중에 생활고에 허덕여 죽은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로 죽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행복의 개념은 분명 다층적이지만 오늘날 학계에서는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 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P26

 

 

사전적이고 실험을 위한 행복의 개념이어서인지 사실 와 닿지 않는 문장이긴하다. 행복한 사람들은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책속에서 깨알 같은 내용들은 많이 예와 실험 사례들을 알려주지만 막상 나와 맞는 부분이 아닌 이상에야 크게 어필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가난한 나라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들은 긍정적인 사고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더 나쁜 쪽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이만큼의 불행만 왔다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생각하게 되고, 큰 것들만 채우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작고 소소한 것들을 즐긴다. 오늘 아침 무심코 틀어 놓은 라디오나 티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나 음악이 나올 때 즐거움, 꼭 하고 싶었던 것을 이뤄 냈을 때, 그것도 아주 작은 시도, 아침 일찍 일어나기, 오늘 하루는 조금 더 걷기 등등 뭐 이런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 그것이 행복이라는 만족감으로 남는 그들의 사소함이 그냥, 삶의 행복의 가치가 될 수 있다.

문득 나는 어떤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어제보다 오늘 업무량이 훨씬 적어 오늘은 회사에서 사적으로 책을 몇 장 더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어제와 그제 얘기 못했던 직장 동료와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며 그녀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나의 위로가 그녀에게 힘이 되었다는 짧은 메신저의 답문. 도시락 반찬으로 싸간 반찬들이 모두 맛있었다는 동료들의 칭찬, 그로 하여 나는 요리 잘하는 여자가 되었다는 뿌듯함 등등 그런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놓치며 과한 업무로 어깨가 계속 뭉쳐 몸을 뒤척일 때마다 힘들었던 어제의 짜증, 16개나 있는 연차 하나 쓰러 갔다가 반차 쓰라고 말하며 나를 돌려보낸 팀장님의 원망, 열 받음, 왕 짜증, 팀장님은 팀장 수당을 나의 월급만큼 받으면서 일하지만 나는 그런 것도 하나 없는 직원인데 연차 하나 쓰는 것이 뭐 대수냐고 소리치려다가 조용히 차월 진급 성적에 빨간 표 갈까봐 수그리고 나온 나의 비굴함으로 소소한 행복을 놓치면 안 되겠다. 행복한 사람은 이런 것을 놓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행복은 나이에서도 온다고 하지 않던가. 책속에서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든 사람들이 그간 살아온 세월을 느끼며 지금을 만족스러워하며 불행스러운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행복은 결국 나에게서 시작해서 나에게로 끝나는 것이다. 어떤 행복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행복이 되지 못할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틈틈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하려는 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없다고 해도 나는 그 일을 할 것인가?’”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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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다가, 문득
이혜경 지음 / 강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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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 한 장 없는 멋진 여행기라니. [그냥 걷다가 문득]

가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생김새와 닮은 글을 쓴다고 생각되는 작가들이 있다. 이혜경의 산문을 읽으면서 그녀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르면서 읽는 동안 정말로 그녀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느리고 고운 선을 가진 사람일 것만 같다. 꽃바구니도 아닌 단 두어 송이의 작은 풀꽃을 들고 수줍게 웃고 있는 이혜경을 보는데, 이 책도 그녀처럼 수줍고 소박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역시 그녀의 사진속의 느낌처럼 닮아 있는 책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이름이 알려진 것에 비해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의 단편집도 한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소설이 궁금해진다. 산문처럼 그녀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을 것 같다.

 

 

 

총 4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었지만 구성의 의미는 없다. 단, 처음 구성에는 그녀가 그동안 여행을 다녔던 동안에 느낀 얘기들이었는데 읽는 동안 놀라웠다. 아니, 사진 한 장 없는 여행기인데도 가보지도 않은 지역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요즘 여행 블로거들을 통해 많은 지역의 사진과 여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하며 떠나고 싶어 난리가 아닌 적도 있었다. 그리고 막상 여행을 떠나면 나도 그들처럼 사진을 담고 싶어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얼마 전 파리에서는 너무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목에 디스크가 걸릴 정도로 힘들고 피곤했다. 무더운 날씨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지금 이 여행이 사진을 찍기 위해 온 것인지 새로운 나라를 향한 즐거움을 만끽하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사진을 찍고 오니 체력이 방전도 되었지만 느긋하게 즐기는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남는 것이 사진이라며 각 지역마다 2천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오긴 하지만 자주 보지도 않고 블로그에 올릴 만큼 좋은 퀼리티의 사진은 몇 장 없다는 것이 더 속상했던 여행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나의 여행을 생각해 보면 그녀의 첫 번째 구성에 있는 여행기들은 반성과 나의 지난 일들을 성찰하게 만든다. 사진 한 장 없어도 그녀의 그 지독한 고독의 여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치유의 한 방편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의 간결한 문장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의 골목을 떠올리게 만들고 상상하게 만든다. 그녀의 손을 잡아준 나이든 할머니의 주름살이 보이고,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 낯선 땅에서 만난 다른 국적의 아가씨의 웃음이 보인다. 부다페스트에서 자신의 나라에 머물고 갈 외국인이 좋은 잠자리에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운 그 남자의 친절한 인상과 손길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려진다. 떠 올려 진다. 그녀가 다녔던 좁은길, 높은 언덕, 바람부는 바닷가의 모습이 사진 한 장 없이 이렇게 그려지다니. 이런 여행기를 쓸 수 있다니, 부러운 마음에 나는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걷다가 문득, 그녀의 이 문장에 내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이런 치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자기의 한계를 끌어안고 그냥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내게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거둬간 사람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했을지 모를 나 또한 그렇다고.” P25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친구와 서로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었던 일이 있었다. 그로인해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동안 마음이 아팠다.

 

 

 

“잘못 가꾼 인연 하나가 나와 내 주위의 다른 인연들 사이에 끼여서 내 진심을 왜곡시켰다. 내 눈앞에서 진심이 왜곡되는 걸 보면서도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P121

그녀의 문장을 읽다가 눈물이 났다. 몇 년동안 절친이었다가 헤어진 그 친구 생각이 났다. 분명 우리는 서로에게 잘못 가꾼 인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로 하여 서로와 연결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차단하고 있으며 그동안 즐거웠던 몇 번의 기억은 잘못 가꾼 인연으로 가장 필요 없었던 추억의 한 장이 되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녀와 지냈던 추억이 찢어진 종이처럼 더 이상 불필요한 것으로 남아버렸다. 처음에는 그녀의 잘못만을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의 잘못들을 자책했다. 그녀가 나에게 준 상처처럼 나 또한 그런 상처를 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뭐든 다 용서가 될 것 같은 일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다는 것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크든 작든, 믿었던 것이 무너지는 경험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약속 시각을 지키지 않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의 배신, 치밀하게 계획을 짠 사기에 이르기까지.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너나없이 세상을 보는 눈에 아주 조금씩 불신이 어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불신은 남에게 마음을 여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P214

그녀의 일로 나는 누군가와 사귀는 일, 인연을 만드는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어린시절의 친구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와 인연을 이어가는 일이 참, 쉽지 않음을 느끼며 조직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딱 그만큼의 일정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남에게 마음을 여는 일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상처 받은 일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조직 속에 있는 사람들과 훨씬 재미나게 살고 있다. 나와 동갑인 친구와 나보다 두어 살 많은 직장 동료와, 나이가 어린 사람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지내고 있다. 친구와 다르게 그들이 내게 주는 위안은 행복하고 즐겁다.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작가 노희경이 말하지 않던가. 상처 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된다고 하듯 잘못 키운 인연의 상처로 앞으로 이어질 인연을 모른 척 하지 않기로 했다. 더 좋은 인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전에 잘못 키운 인연으로 나는 분명 만남에서 중요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의 말들로 지나간 일들을 곱씹는 시간을 만들었던 몇 시간이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여 수더분해졌다고 생각되지만 그녀의 나름의 고집이 에세이 속에 녹아 있다. 작은 인연에 감사하고 작은 선물에 고마워하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강아지의 낮은 자세로 사랑의 다른 이면을 배우는 그녀의 삶의 태도와 성찰에 눈물이 난다. 내가 누렸던 즐거운 시간을 잊고 단 몇 시간의 고통스러움이 인생의 전부였던 것처럼 그동안의 삶을 후회했던 바보 같은 일은 이제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그녀처럼 삶을 유연하게 보낼 자신은 없다. 아직도 더 많은 상처로 다독여져야 할 것이고 뾰족하게 모난 부분을 둥글게 다듬어야 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앞으로 내가 만날 크고 작은 전환점들, 그중 가장 큰 전환점은 금생에서 입었던 육신을 벗는 바로 그때일 것이다. 감히 바라옵건대, 그 큰 모퉁이에서 내 딛는 내 걸음이 의연하기를.” P97

 

 

 

그녀의 말처럼, 언젠가 다가올 다음 세상의 안녕을 위해 의연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나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이제는 그녀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이런 다정다감한 에세이를 쓰는 사람의 소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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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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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_ 겨울은 또 다른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간혹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작가의 방대한 정보력에 놀라기도 하고 정보력과 자료 수집력은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으로 펼치는 시사적 구조에 놀라기도 하는 작품을 만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한없이 부러워질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윈터스 테일]은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갱단부터 시작해 신문사, 기계 장비, 대 저택의 구조나 상위 사람들의 모습까지 매우 사실적인 묘사에 깜짝 놀랄만한 문장도 있었다. 간혹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아주 세세한 묘사에 숨이 턱 막혔는데 이 소설은 그런 묘사들이 많았다. 간혹 외국 작품들을 묘사보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읽다보니, 소설이 주는 묘미를 잃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놓칠 수 없는 묘사로 한 문장을 허투루 읽으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피터 레이크를 통해,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 한참을 읽다보면 이건 또 피터 레이크라는 인물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서 간혹 인물 구도를 종이에 적어 가면서 읽었던 부분도 있다.

 

 

윈터스 테일이라는 책이 1, 2권으로 나눠졌지만 합치면 약 천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보니 한정된 주인공들을 가지고 쓰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소설이라 얽혀 있는 주인공들의 인물의 묘사와 구성의 부분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 문학에서는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도 참 힘들었는데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반갑기도 했다.

[윈터스 테일]이 분명 199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전의 시대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피터 레이크의 모습 때문일 수 있다. 습지에 길러져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여자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물론 기억 상실증에 걸렸지만) 참 무지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현대적이라는 생각보다 고전에 가까운 60년대 이전의 배경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다.

 

 

방대한 소설에 로맨스가 빠지면 섭섭한 부분인데 역시나 처음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묘사로 시작한다 했더니만, 로맨스도 작가의 표현력이 좋다. 무엇보다 시처럼 쓰인 부분들의 내용에는 한참동안 이 부분에서 둘이 뭘 했다는 거야? 라는 생각에 이런 것은 좀 사실적으로 써주길 원했지만, 사랑은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참, 판타지적으로 끝을 맺는 부분이 많다. [별에서 온 그대]만큼 피터 레이크의 마지막 엔딩은 허무했지만 아름다웠다. 호수에서 건져진 그래서 성이 레이크인 그의 처음도 슬프고 아름다웠지만, 마지막 엔딩 또한 그를 구한 백마와 함께 슬프고 아름답고 기막힌 묘사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가적 마인드로 묘사된 부분은 이 부분이 대체 뭘 얘기하는지,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인문 사회를 읽는 건지 혼동되는 부분도 있더라. 이런 부분을 보면 작가가 친절한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방대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친절하면 뭐하겠는가.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산>과 <고스트>의 두 신문사의 이야기속보다 역시 나는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에 훨씬 많은 심박수를 뛰며 좋아했고 버지니아의 당돌한 모습이 좋았고 막대한 재산을 받았지만 휴지 조각이 된 수표를 버리지 않고 은행에 넣어두는 하디스티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도시는 엔진과도 같아.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엔진.” P152

 

 

 

제목이 [윈터스 테일]이니까 겨울을 그리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도시에 눈이 내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걸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에 그것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되는 책 표지는 쓸쓸한 도시의 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도시 속에서 쓸쓸한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도 보이고, 죽음을 맞이한 피터 레이크도 보이기도 한다. 언제까지 내릴 지 알 수 없는 눈은 모든 것을 감춰 버리지만 봄이 오면 분명 선명한 도시의 모습을 대시 내 놓을 것이다. 봄이 오기전까지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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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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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성석제의 에세이가 생각이 났다. 기형도의 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그는 가끔 기형도의 집에 찾아가 놀기도 하고 당연히 문학 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의 많은 책들을 보면서 가끔 한권씩 슬쩍 하고 싶지만, 귀신같이 그의 책 흔적을 찾아내는 기형도 때문에 한 번도 책을 가져 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어느 삼류 영화관에서 잠을 자듯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의 텅 빈 방에 놓인 수많은 책들이 있는 책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그 페이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려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먹먹함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를 보낸 사람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을 잘 알 수 있다.

 

 

중학교 때 참 조숙했던 친구 녀석이 좋아한 사람이라며 두 개의 공 테이프에 녹음해온 노래를 처음 듣고 나는 김광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통해 나는 복잡하게 마음이 요동치는 사춘기를 앓게 되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나는 김광석 하면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되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그와 그녀를 떠올린다. 어쩌면 친구가 김광석의 노래를 녹음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어딘가에 있을 다른 집으로 빨리 돌아간 노래 잘하는 김광석이라는 사람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좋아했던 친구 때문에 나는 그가, 참 특별하게 생각된다.  

 

 

단 한 번도 그의 공연을 본적이 없고 실물로 만나 본적도 없는 그이지만, 그의 노래에 한동안 빠졌던 사람이라면 옆집 오빠처럼 너무도 익숙한 그의 목소리에 그의 부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불치병도 아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느 가수처럼 교통사고도 아닌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팠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불렀던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삶을 정리했을까.

그의 장례식장에 들어선 노영심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다시는 그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너무 슬프다는 그 얘기에 한 번도 만나 본적이 없는 사람의 죽음 때문에 텔레비전 속 그의 환한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어느 계절의 끝을 기억하고 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책속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김광석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그가 짧게 써내려간 일기, 아직 멜로디가 붙여지지 않는 노랫말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참 오랫동안 읽고 또 읽어봤다. 소설처럼 페이지를 다 채웠다면 한권의 분량이 되지 않을 책이지만, 내용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처럼 아주 긴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기형도를 떠올리면, 문득 김광석이 생각이 났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도 기형도를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떠 올렸다.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굼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01.10” P40 

 

 

 

기형도의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둘로 삶이 끝이 난 김광석은 영원히 젊은 오빠들로 남아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김광석이었는데 어느덧 나는 그가 삶을 멈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영원히 젊은 나이로 있을 그는 어느 콘서트에서 환갑 때 뭘 하고 쉽냐고 동료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환갑 때 연애를 하고 싶다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하자. 이렇게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썼던 노트들이 많은데 왜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등졌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자.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는 서른을 지나 마흔이 되기도 전에, 환갑도 맞이하지 못한 그가 분명 어디쯤에서 그가 원하는 연애를 실컷 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혼자 읽으면서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나 혼자 알고 싶다. 마치 그의 비밀을 혼자만 알고 숨겨줘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잊히지 않는 누군가를 내내 기억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책이다. 오랜만에 먼지 쌓인 그의 CD들을 꺼내본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참, 한결같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그리워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내 속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그가 그리워

미치도록 보고팠던 겁니다.

구부러진 환기통 사이로, 내 피워 문 담배 연기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그도 사라졌습니다.

흔적 없이

내 잘못이 아니라 우기고 싶겠지만

내 잘못입니다.

그를 보고 싶습니다. _03. 19 ” P53 

 

 

 

마치 미래로 갔다가 왔는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일기장의 글에 마음을 훌쩍여 본다. 오랜만에 틀어 놓은 그의 앨범 속 노래는 다 끝나 가는데 새로운 노래를 불러줄 그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그를 이렇게 그리워하다니.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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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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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보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요즘 들어 유독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가끔 나도 모르는 눈물이 떨어지곤 한다. 정말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울어봤다. 책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이 아쉬운 것들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스스로 한숨이 절로 나와서도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나 있는 이 마지막을 너무 빨리 마주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최인호라는 분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었던 것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언젠가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이별과 함께 집에 있는 책을 모아 다시 읽어 보고 싶었던 책들을 정리했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책은 작가의 유고집이라기보다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작은 기록, 혹은 그가 마지막을 찾았던 종교의 어떤 분을 위한 고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가가 침샘에 있던 암이 폐로 전이 되면서 7번의 항암 주사와 3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했던 작가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은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있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종교가 없는 나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 한 적이 없다. 어떤 종교를 통해 나를 구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이 책이 많이 불편하다. 작가의 종교가 불교였다가 어느 날 세례를 받으며 천주교인으로 변하고 그가 마지막까지 종교를 통해 마음을 위안 받는 것은 알겠지만, 원치 낳는 신앙서적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종교에 자유롭지만,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 더욱 이 책이 감동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훨씬 많았다. 아마 작가와 같은 종교인이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가 밤마다 쓰는 일기의 구절들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그냥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쓰는 종교 일기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작가로서의 하루들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그는 어느 일기에 이런 구절을 써 넣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 가. 로. 죽. 고. 싶. 습. 니. 다.” P33 

 

 

 

침샘암이라는 흔하지 않는 병을 통해, 그는 더욱더 말라갔고,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당시에도 그는 암 환자가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며 천재 작가로 시작을 하고 수많은 소설을 쓰고, 또한 그의 소설이 영화가 되며,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몇 달씩 여관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나오는 작가. 암을 극복하며 마지막 소설도 멋지게 써내는 그런 작가로 남고 싶은 그의 간절한 저 문장에 나는 그의 종교 얘기보다 그의 나약한 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다 알면서 가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암이라는 질병을 통해 서서히 쇠약해 가는 자신을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나약한 인간이 원하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통해 찾은 무언가가 이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 불편하게 읽은 이 책이 나중에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날 작가가 일기를 쓰다가 눈물을 흘려 놓은 그 페이지에 스스로도 마음이 먹먹해 졌다는 그 페이지를 나도 본다면,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때로는 거지같은 하루라고 욕했던 그날마저도 없어지는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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