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해요 -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직장탐구생활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 나선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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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유명한 저자 존 그레이의 책 [함께 일해요]는 서로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다. 심리학을 통해서도 남자와 여자의 다른 이면들을 읽어 왔지만 존 그레이의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남녀의 차이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전작을 사실 좀 지루하게 봤던 것도 있었지만 (나만 그럴 수도 있고) 이번 책이 아주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읽고 나면 결국 얻어지는 것은 어쩌면 한가지인지 모르겠다.

 

존 그레이는 이 책을 통해 여자와 남자가 지니고 있는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노출시켜 제거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P11) 사각지대를 노출시키지 않더라도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을 서로 이해하는 부분에서 얼마큼 마음의 오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여자와 남자는 신체도 다르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언젠가 영화[왕의 남자]를 보고 쓴 심리학자의 기사가 떠오르는데, 그는 여자와 남자의 이해와 공감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했다. 여자는 어떤 문제에 이해는 못하지만 공감을 해주며 위로하고, 남자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못해줘 위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 왜 그럴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 못하겠지만,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심리상태는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여자라면 남자는 이해는 하는데 그때 느낀 그 분노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공감과 이해의 면도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사회생활에서는 얼마나 더 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내가 일했던 곳은 남자가 훨씬 많은 집단이 하나 있었고, 여자가 대부분인 집단이 있었다. 첫 번째 직장이었던 남성으로 움직였던 집단은 원래 회사란 것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환경이기 때문에 여자가 끼어들 판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곳이었다. 마치 자동차는 남성의 신체가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조직 사회는 남자들이 움직이기 좋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밤 문화에 끼어들어 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를 내려놓기가 너무 힘들었고, 또한 직장 내 모든 정보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 한잔을 하는 아주 좁은 휴게실에서만 돌고 돌았었다.

 

두 번째로 일했던 여자들이 훨씬 많았던 집단은 이상하게도 맨 꼭짓점에 있는 상사가 남자라는 것이 거슬릴 정도로 위대해보이게끔 만들었다. 여자들은 그 꼭짓점에 있는 남자 상사를 위해 애쓰고, 자신을 내려놓고 칭송하는 모습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우울함을 제일 많이 느낀 곳이었다.

 

 

“남녀 간의 균형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고 문화적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일터에 있는 남녀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똑같지 않고, 꼭 똑같아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P48

 

 

 

남녀 간의 균형을 맞추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직장은 빠르게 일을 습득해야 하며 회사는 이익을 내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균형 있게 일하는 사람들의 조직보다 빨리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직장에서도 나의 상사는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 없이 조화롭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모난 구석이 있지만 일을 열심히 아닌 잘하는 사람을 훨씬 선호하고 그에게 좀 더 중요한 업무를 주며 성과를 내서 더 많은 가중치를 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일하는 직장은 어쩌면 꿈의 직장일지 모르겠다.

 

서로가 응원하는 방법이나 지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업무 환경이 힘들어도 마음만은 괜찮을까.

 

 

“남녀가 서로 더 효과적으로 지지하는 방법을 배우면, 함께 협력하며 작업할 수 있고, 감정적인 충돌과 긴장감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며, 더 큰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P 244

 

 

분명 이 책[ 함께 일해요]는 조직의 리더가 남자가 훨씬 많은 부분을 얘기하며 여자와 남자가 서로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고, 지시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부분인 사각지대를 없앤다면 서로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틀린다는 말보다 다르다는 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처럼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배려와 이해로 알아듣고 행동한다면 다툼이나 분쟁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조직, 직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가족 간의 문제도 그럴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와의 문제도 이념 분쟁도 없어질지 모른다(다소 비약이 심할지라도)

 

 

어제 내게 거품 물고 난리쳤던 직장 상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생각을 지우고, 그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언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좋은 말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의 말을 걸러 낸다면, 나의 직장생활은 장밋빛 인생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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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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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시작해서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에서 다시 스페인으로 끝이 나는 이 여행기 [느린 청춘, 문득 떠남]에 가장 큰 궁금증은 저자였다. 티어라이너라는 저자를 모르기 때문에 누굴까 찾아 봤더니 그토록 내가 오랫동안 들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이선균이 불렀던 [바다여행]의 작곡가였다. 이럴 수가. 그가[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 감독이었다니.

 

 

 

스스로 한량이라고 말하는 이 음악가의 여행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사실 고민스러웠다. 놀고먹는 한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여유 부리며 놀러 갔다 온 얘기를 뭘 책으로까지 내서 읽어야 할까 곱지 않은 눈으로 책을 읽어갔지만, 그의 고단한 발바닥 여행기를 읽다보니 마음이 짠해져 온다. 보통은 이렇게 긴 여행을 간다면 트레킹 혹은 등산화로 발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다녀 올 신발을 구입해서 갔을 텐데 스니커즈를 새로 장만해서 신고 갔다니, 맙소사 정말 한량이구나. 휴가를 받아 스페인으로 여행을 온 직장인이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 온 그와 달리 저자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은 것을(정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볼 수 있었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정말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옥상 평상에 누워 기타를 치며 하루를 노닥거리는 그런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1유로 때문에 추위를 참아가며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밥을 굶어가며 여행을 이어가고 많은 것을 먹지 않고 많은 것을 보는 것으로 대책을 세우고, 12인실의 호스텔에 잠을 자거나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 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호스텔에서 잠을 청하는 그는 뻔뻔한 한량은 아닌 것이다.

 

작년에 체코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제일 많이 얘기를 들었던 내용은 집시를 조심할 것과 소매치기, 도둑을 조심해야 하니 소지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10일 동안 단 한명의 집시도 만나지 못했다.

파리 또한 그랬다. 소매치기가 많기로 악명 높은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절대로 가방 입구와 손은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되는 엄마의 손을 잡는 것처럼 움켜지며 있어야 한다고 여행 지인들과 몇 번씩 얘기를 해두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이 얘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소매치기가 무서워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여행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여행은 끝이고 또 무엇보다 멘탈 극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스페인에서 저자가 당한 몇몇의 사건이 사실 나는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인단 소녀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팔지단 흑형들도 못 만났다.

처음엔 삐딱하게 읽었던 그의 여행기가 그나마 나를 위로했던 것은 그의 문학적 표현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 아, 이런 표현이 이 여행기에 바로 생각났을까 궁금했던 표현도 있고 또 훔쳐가고 싶은 문장들도 있었다.

 

 

“골목은 연애하는 여자 마음 같다. 간드러지게 굽이치다가도 어느 순간 막혀버리고, 미로와 같아 나로서는 알 길이 없어 보이지만, 어디로든 진득하게 가다 보면 곧 대로와 만난다. 폭은 좁지만 정겹고,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아 보여도 어느 골목 하나 같은 곳은 없다. 지나온 골목은 뒤에서 잊히고 눈앞의 골목은 몸을 꼬아 행인을 매혹한다.” P229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줄도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어쩌면 가장 우선시 될것 같다. 작년 여행을 생각하면 끔찍한 몇몇의 날들이 떠오른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야박한 지인과 함께 방을 썼고, 그는 친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다정했지만 그만큼 가혹한 말들을 쏟아냈다. 상처받을 저런 말들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지. 그런 그녀의 동행으로 나는 작년 여행이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 또한 나로 인해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고 힘들었겠지만.

 

그런 이유로 잘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동행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한다는 고통을 동시에 가지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의 말처럼 어쩔 때는 함께 동행 하는 이가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분명 짐이고 쓰지 않는 열쇠꾸러미처럼 매달린 모난 짜증일 테지만.

 

 

 

하지만 역시 여행의 끝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일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떠나고 나서야 내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고 그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알지만 계속 떠나는 이들의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일 년에 한 번씩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본 결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더 떠나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나 또한 오랫동안 있었던 자리를 비워봐야 지금의 자리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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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0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골목에 대한 저 문장이 절묘하네요^^
재미있는 여행기 같아요.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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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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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간혹 작가들의 책들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얘기가 더 재미있기도 하다. 언젠가 음악가들의 사생활을 다룬 책을 읽는데 그들의 음악 생각보다 그들의 사생활의 뒷면 때문에 그가 작곡한 음악을 더 들어보게 되었던 경험도 있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더 깊숙이 알게 된 [쳇베이커]의 전기로 불구덩이 같은 광기와 시궁창 같은 인생이 어쩌면 그의 음악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다. 때론 전기보다 평전이 훨씬 재미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그런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꼭 앞에 말한 것과 같은 책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주 익숙하지 않은 독일 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그가 읽었던 책과 그가 알고 있는 문학의 얘기는 오로지 그가 가지게 된 작가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 한 장으로 시작됐다. 독일의 유명한 비평가인 그가 초상화 한 장으로 시작된 문학에 관련된 이야기의 시작이 이렇게 사소했다니, 참 소박한 시작이다. 셰익스피어부터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학가들의 초상화가 있는 그의 서재가 궁금할 지경이다.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 시리즈는 표지가 작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간혹 표지에 그려진 얼굴이 정말 작가의 얼굴일까 궁금해서 다른 책의 책날개를 살펴 본적도 있다. 요즘은 자신의 얼굴을 알리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속의 시인들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어쩌면 그런 모습 때문에 시인은 더욱 매력 있어 보이거나 신비해 보인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책 [작가의 얼굴]은 문지의 표지에 있는 시인들의 얼굴 그림처럼 사진이 아닌 초상화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그의 서재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작품들 중에 분명 그가 좋아하는 문학가들의 모습을 담아 그들의 문학 세계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가들은 애정 있는 작품 소개가 있거나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얘기들도 느껴진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해 폴란드계 유대인들과 함께 강제 추방까지 당했지만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읽었던 많은 문학 작품들이었다. 강제 추방되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기 직전 아내와 극적으로 탈출하고 한 농가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준 주인 부부에게 세계문학 작품들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며 열 달 넘게 숨어 지냈다는 그의 얘기에 마르셀이 독일에서 그토록 유명한 문학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 할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의 얘기에 빠지지 않고 빗대어 얘기하는 사람은 괴테이다. 마르셀도 괴테의 영향을 받아 문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이 쓴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나는 괴테에게서 배웠다. 셰익스피어의 경우는 달라서 그는 모든 한계를 뛰어 넘었지만, 아마 괴테는 이 말에 해당될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P33

 

 

 

그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희곡중 하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었고, 또 하나는 괴테의 [파우스트]였다. 괴테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를 지향하고 그를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노희경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에 대한 그의 다소 냉소적인 평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그가 세계문학 가운데 중요한 희곡 세 편을 꼽아 보라면, [파우스트],[햄릿] 그리고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발렌슈타인]을 말하겠다고 하니 꼭 그가 냉소적인, 냉정한 비평가가 아닌 것 같다. 비형은 하지만 실력을 인정은 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우리는 남의 글이나 작품에 너무 많은 비평을 하려다 보니 비평이 아닌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평과 비난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비난을 하지 않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기사들도 비난의 글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자의 [작가의 얼굴]은 따스한 애정이 있는 비평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작가의 얼굴을 보면서 그의 작품들을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이 한 문학가의 문학 세계를 비평한 것이 아닌 아직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읽힌다. 그러니까 이런 작가 아직 몰랐다면, 한번 읽어 볼테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소설가들은 잘 알겠지만, 생소한 시인들이 많아서 그 부분이 제일 답답한 소개였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사람을 권하는 것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안톤 체호프의 소설만 보았지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관심 밖에 있었지만 그의 비평을 읽고 그의 소설이 이런 맥락을 가지고 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는 러시아 문학 중 가장 시적인 산문드라마와 단편을 썼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대사들의 핵심은 대개 화자들이 말로 옮기지 않는 표현들 사이의 정지 장면에서 들을 수 있다. 바로 이 침묵이야말로 이 작품들의 근간을 이룬다. 왜냐하면 체호프는 속삭임의 절규, 고요의 통곡을 창시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참혹한 고통으로 말을 잃은 인간을 보여주었다.” P 119

 

 

 

그의 책속에 소개된 작가의 얼굴들은 정형화된 얼굴이 아닌 모습도 많다. 이것은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이들마다 느낌이 다르고 자유롭게 읽고 있는 것처럼 작가들의 초상화들의 모습도 비슷해 보인다. 어떻게 읽느냐보다 어떻게 느끼고 감상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의 책 읽기가 더 즐거워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큰 미덕은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자유롭고 또 자유롭게 읽을 것. 그리고 자유롭게 비평하고 또 생각해 볼 것.

 

 

 

 

 

잉크 드로잉으로 그려진 프란츠 카프카의 초상화이다.

언젠가 보았던 카프카의 평론집의 책속에서 그는 치와와 같은 또랑또랑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의 카프카라니. 책을 읽으면서

한참 웃을 수 있는 이런 컷들의 초상화는 이 책을 읽는 더 즐거운 여유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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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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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개방이 되기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본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비공개 카페로 감춰져 있었지만 가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같은 카페 회원이었던 경우가 허다했다. 그때 보았던 추억의 영화들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들이었다. [추억은 방울방울],[반딧불의 묘],[공각기동대]는 마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를 만나는 순간부터 확장된 애니메이션 추천 목록이었다. 분명 그의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이야기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최근작 [바람이 분다] 때문에 말이 많지만, 그것을 배제하고 생각하면 그 전작들의 이야기의 주제나 세계관은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어린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마음의 향수까지 가져오는 그가 추천하는 동화책 50권의 목록과 그가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대부가 아닌, 이야기꾼의 할아버지로 바뀌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벼랑위의 포뇨],[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근래의 작품만 알아도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의 이전 작들을 모두 본 나는 그가 추천해주는 책 목록에 관심이 안 갈수가 없다. 사실 유명 저자들이 소개해 주는 책 추천 책은 달갑지 않지만, 이런 책 추천은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어려운 사회 과학 서적도 아니고 동화책이라니.

 

 

 

 

 

 

 

 

그의 추천 도서는 [어린왕자]부터 시작한다. 사실 그가 어떤 기준으로 50권의 책을 골랐을까 궁금했는데, [곰돌이 푸우 이야기]의 추천 도서 얘기에서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곰돌이 푸우가 그냥 창작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었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쇼크였지만.

 

 

 

 

“좋은 이야기에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얼마나 많은가, 책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P36

 

 

 

그가 선택한 책들은 감동적이거나 즐거웠거나가 모두 재미있었다는 얘기로 종합되겠지만 그것보다 먼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모든 책을 읽고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도 많다. 그가 칸트나 데카르트의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했던 것처럼 행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그가 선택한 책들은 분명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 질것이라고 생각된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간혹 이야기보다 동화책속에 그려진 그림 때문에 추천하는 책도 있지만 그것은 또 그것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소년문고 50권을 다시 읽고 느낌을 모두 모아 추천을 하기위해 또 그림을 떠 올려보고 장면을 떠 올려보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따뜻한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작업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하지만 그도 문학 앞에서는 나름의 서글픈 마음이 있었던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우리 이웃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그는 이런 고백을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어느 날이었는데, 녹초가 되어 집에 와 이불 속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짧은 작품 안에 세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문학이란 굉장하구나, 이런 게 문학이구나’하는 생각이 솟아났습니다. 우리가 여럿이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책상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일을 해낸 이 책이 애니메이션보다 근사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은 서글퍼졌습니다.”P44

 

 

 

서로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더 부러워지는 타인의 거울속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도 그만의 세계에서 단단한 세계관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역시 타인의 결과물에 이런 자신의 서글픈 마음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의 대부가 더 정겨워 보인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하고 알 뿐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P141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은 생각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P142

 

 

 

간혹 책을 통해 마음이 넓어지거나 사고가 깊어지거나 도를 닦듯 마음의 수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은 책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될 때가 있었다. 책은 그냥, 책으로 끝날 때가 훨씬 많았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책이 나에게 상투적인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었고, 나 스스로도 훌륭해지지 않았다. 어쩜 그가 말하는 것처럼 “역시 이것”이라는 책을 아직 못 만났기 때문에 책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해 더 깊이 들어가야 할것 같다.

어쩜 우리가 오랫동안 책을 읽고 다른 책을 또 사들이는 것은 나만의 책을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책으로 분명 그가 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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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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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라는 책을 통해 오가와 히토시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서 이후 나오는 책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와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책은 인문학 책들을 소개하는 글로 엮어져 있다. 그의 책 목록에는 모두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 봤고 읽어도 본 고전 인문학들이 48권이나 있다.

 

물론 작가들이라 분명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지만, 저자의 책을 읽으면 작가가 어느 정도의 독서력을 갖추고 있는지 감이 잡힐 때가 있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책을 통해서 저자는 분명 깊은 독서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번 책을 통해서 그가 어떤 책을 주로 읽고 깊은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문학 작품에 한쪽 발을 깊게 빠져 놓고 있는지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소개해 주는 책들의 절반은 제목만 알뿐 읽지 못했거나 혹은 저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나의 지적 허영심은 습자지만큼 얇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분명 책을 읽는 행위는 좋은 것이고 책을 통해 좁은 식견을 확장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많이 읽어보자는 식으로 좋아하는 영역에서 조금씩 넓혀 읽어가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나의 책 읽기 영역의 확장 계획을 수정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책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내기도 하는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책들 중에 간혹 이런 책, 아직도 읽지 못했다면 당신은 독서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책을 몇 번 읽은 적이 있어서 책을 소개하는 책은 그다지 달갑게 읽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잘난 척은 전혀 없다. 저자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요약본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는 책이다.

 

고전 인문학의 전집을 낸다면 그 전집에 딸려오는 작품 해설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자의 요약본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었던 몇 권의 책들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읽은 책들에 한해서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니까 훨씬 많은 책을 읽었다면 더 많은 공감을 했을테니 저자만큼의 독서력이 따라주지 않아 아쉽기까지 했다.

 

파스칼의 [팡세]를 설명해주면서 팡세가 프랑스어로 ‘생각한다’는 뜻이며 그것은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딱 들어맞는 고전이라며 추천하는 저자의 코멘트는 저자의 친절함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파스칼의 팡세를 설명해 주며 그의 다른 책들도 추천해줘서 만약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도 한번 읽어 볼 수 있도록 지름길까지 놓아주고 있다.

책의 목차를 보더라도 주제별로 잘 나눠 놓아서 저자가 학창시절에 공부 좀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면 필기라도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부에서 6부까지 나눠져 있는데, 1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으로 소제목을 가져왔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플라톤이나 파스칼의 [팡세], 알랭의 [행복론]의 책들이 소개가 되어 있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하는지 주제에 잘 맞는 책들의 소개에 저자의 독서력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2부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철학, 3부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철학, 4부는 올바른 판단을 위한 철학, 5부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 6부는 인간 사회의 발전을 생각하기 위한 철학으로 꾸며져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내가 무엇을 원하며 살고 있는지 시작해서 함께하는 사회, 그리고 나와 사회의 관계로 끝을 맺는 목차까지 나름 구성이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문학을 좀도 심도 있게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이만한 추천서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초보 인문자들을 도와주는 용으로 좋은데, 그 이상의 인문 고전을 읽고 있다면 다소 이론적인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초보자 입문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요약을 잘해 놓은 책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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