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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남미 여행을 다녀온 블로거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침이 뚝뚝 떨어진다. 확실히 유럽과는 다른 풍경에 동공이 확장되고 훨씬 정감이 간다. 수다스러워 보이지 않고 다정해 보이는 그들의 미소에 여행의 일정을 멈추고 마을에 노닥거리며 며칠씩 머무르고 싶을 것 같은 그곳, 특히 페루는 그런 느낌을 훨씬 많이 주었던 곳이었다. <꽃보다 청춘>을 통해 한바탕 불어온 페루 여행은 그간 내가 생각했던 여행의 의미를 훨씬 많이 담아 놓을 것 같아서 늘 그곳에 언제쯤 닿을 수 있을까 계속 꿈꾸게 했다. 언젠가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고산병으로 고생하게 될지 모르는 높은 고도의 쿠스코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언덕위에 올라서 그들의 수수께끼를 풀어 보고 싶은 마추픽추의 돌담들을 걷고 싶었다.

 

 

 

이제 스스로 여행 작가라고 말하는 손미나의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속의 페루 여행기를 읽는 동안 나의 이런 바람들은 얼마나 더 부채질을 할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분명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땅에 내려놓은 발이 다시 공중에 떠 당장이라도 비행기 표를 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간 여행기 책을 남들보다 좀 많이 읽어봤고, 유명 여행 블로거들의 포스트들을 많이 읽어 봤기 때문이었는지 좀처럼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간 너무 많은 페루의 얘기들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십년 째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일본인 친구가 있는 손미나는 이 책에서도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닌 프로 작가의 사진을 실렸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구도, 현장감을 잘 담았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자가 자신이 기록한 여행기라는 의미를 본다면 나에게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뭐, 꼭 내가 사진을 찍고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바라본 그 풍경을 담을 사진이 아니라는 것에 살짝 반감이 든다. 뭔가 이 책이 오로지 스스로 말하는 손미나 여행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녀는 매일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의 추억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지가 페루였다. 그래서 책 표지에 “그리움을 안고 떠난”이란 문구가 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떠난 나라가 페루였는데 그녀에게는 잊지 못할 장소가 되었나 보다. 그래서 일생에 한번은 꼭 페루에 와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페루의 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간 하드코어적인 여행을 한 사람들의 여행기만 읽어서였는지 이 책속의 여행은 편안해 보인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현지 여행사를 통해 투어 여행으로 이뤄진 곳이 많았다. 엄마와 함께 떠난 태원준의 남미 여행기를 이미 블로그를 통해 읽어온 나로서는 그녀의 여행이 무척 럭셔리 해보였다. 10인실의 도미토리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잠을 자거나 슬리핑 버스를 타며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고생을 하고 그들의 근황을 계속 올려 주었던 블로그 속의 사진이 흔들리고 초점이 나가 있어도 그 자신이 찍고 기록하면서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그 여행기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뭔가 여행기란 고생이 좀 들어가 줘야 읽으면서 나도 같이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행 스타일의 문제다. 그런 여행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년에 좀 긴 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정점을 찍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그래서 다음날은 다리가 풀리지 않아 절뚝거리면서 다녔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여행을 한다고 그것이 여행의 정점을 찍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정점이란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생이 마감하는 날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본다면 여행의 정점, 가장 즐겁고 열정적으로 살아갈 그 날들의 끝으로 가기 위해 매일이 여행의 정점의 시작일지 모르겠다.

 

 

 

나도 그녀처럼 쿠스코의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 3미터가 넘는 콘도르를 만나고 싶고 페루만의 색색의 감자 요리를 먹어 보고 싶다. 분명 우주인이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스카 라인을 하늘에서 보고 싶고, 티티카카 호수의 그 평화로운 풍경을 느껴보고 싶다. 비록 그녀처럼 페루에 친구가 없지만 여태 여행하는 동안 현지에서 친구를 한 번도 사겨 본적 없는 나이지만, 꼭 한번은 그곳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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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21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오후즈음님이 정곡을 콕 찔러주신거 같아요. 저는 원체 손미나 작가님 책을 좋아해서 이번에 예쁜 사진들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지만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여행기였어요. 예전에 여행기가 삶 자체 였다면 이번 여행기는 여행가의 모습이 담긴 여행기라고 할까요 ㅎㅎ 그래도 저는 표지 사진에서 부터 사그라도와 마추픽추 절경등 너무 예뻐보이더라고요 ㅎ 요거 엽서로 나오면 냉큼 살텐데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오후즈음 2016-01-22 13:5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손미나의 책을 처음 접했어요. 그동안 여행 에세이는 남들 부럽지 않게 다양하게 읽었는데 유독 그분의 책은 저에게 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 접한 이 여행기가 사실 좀 실망스럽구요. 여행기를 쓰기위한 여행 책을 쓰셨구만...뭐 이렇게 삐딱하게 보이고. ㅋㅋ 근데, 사진은 역시 사진 작가가 찍어서 그런지 참 멋지긴 했어요. 하지만 저는 서툴러도 작가 자신이 찍고 쓰고 그림을 그리는 책을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의 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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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장을 다니다 둘 다 퇴사를 하고 나는 여전히 서울에 남고 그녀는 가족들이 있는 군산으로 떠났다. 그녀의 고향이 군산이 아니지만 어쩌다 군산으로 모두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그녀의 고향은 군산이라고. 그녀가 몹시 보고 싶었다. 나는 무작정 작은 가방에 카메라 하나만 넣고 고속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3시간 만에 우리는 만났다. 사무실에서 매일 본 그녀였는데 새로운 도시에서 만난 그녀는 다른 사람 같았다. 훨씬 밝아져 있었고 활기차 보였다. 그녀와 몇 시간 동안 밀린 수다를 떨며 군산을 돌아 다녔다. 겨울이라 빨리 떨어지는 해 때문에 저녁이 훨씬 빨리 왔다. 그래서 그녀와의 이별도 짧아진 해처럼 느껴졌다. 그녀와 헤어지며 다시 만나자고 얘기 했지만 그 ‘다시’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서로 느끼며 혼자 외로움의 3시간을 맞으며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밀린 빨래와 책 읽기를 시작했고 꾸물대며 하루를 지워갔다. 이런 일상이 또 한 해를 키워 낼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건실한 한해를 채워 내자며 다이어리를 열심히 쓰자고 했다. 그런 일상을 맞아줄 나의 1월의 에세이를 골라 본다.

 

 

 

 

 

 

 

 

 

 

 

 

 

 

 

 

 

1. 우리는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걸어본다 시리즈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동안 읽었던 뉴욕편만 빼고 개인적으로 다 좋았다.

두 저자를 알지만 이 조합은 모르겠다. 하지만 제목에 가슴이 떨렸다. 문득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쓰며 조심하라고 말했던 그때의 내가 언제였는지 떠 올려 본다.

 

 

 

 

 

 

 

 

 

 

 

 

 

 

 

 

 

 

2.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여행작가로 유명한 김남희 작가의 책이다. 사실 여행 작가의 책을 그동안 많이 읽었지만 가슴에 와 닿았던 책은 몇권 안됐다. 산티아고 편으로 처음 만났던 그녀의 책을 읽고 나는 정말로 산티아고에 못가서 안달이 났을 정도로 그녀의 여행기가 좋았다.

 

동남아시아의 얘기를 묶어 놓은 이 책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못해서 또 안달이 나겠지.

 

 

 

 

 

 

 

 

 

 

 

 

 

 

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하, 정말 제목 참...

 

 

 

 

 

 

 

 

 

 

 

 

 

 

 

 

4. 시드니

 

하루키의 시드니 이야기. '승리보다 소중한 것'의 개정판이다.

읽은지 오래된 그의 책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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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6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10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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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여름 휴가때 장기 여행을 다녀 오다가 올해는 5월말에 모든 일정을 몰아서 보름 넘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다녀 왔었다.

5월말에 다녀 온 이유는 극 성수기를 피해서 싸게 다녀 오겠다는 목적이었고 그 목적에 맞게 여행후 경비를 계산하고는 18일정도 다녀온 여행 경비가 여름에 다녀온 10일정도 경비보다 훨씬 적게 나온것을 알고 무척 흥분하며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더웠던 여름에 늘 유럽 구석을 다니며 한국의 습한 공기를 피해 다니다가 올해 맞은 여름의 습기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나는 올해 더 힘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남들 할때 나도 같이 생활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었었던가,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제 늦은 오후 집으로 차를 몰고 오다가 잠시 차를 세워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어제 새벽에 많이 내렸던 그 눈이 산에 안착하여 눈꽃풍경을 보여주었다. 마치 이곳이 북유럽이라는듯,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모습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하루가 고맙고

이제 보내줘야 할 12월에 읽고 싶은 에세이를 골라 본다.

 

 

 

 

 

 

 

 

 

 

 

 

 

 

 

1.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올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다녀온후 함께 한 여행 지인들과 몇달후 다시 만나서 여행 얘기를 나웠다. 두 나라를 비교하기엔 우리가 포르투갈에 머물렀던 시간이 현저하게 낮지만, 우리는 오래 머물렀던 스페인보다 포르투갈에 훨씬 더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노란 트램을 타고 다녔던 그 좁은 골목의 정취에 빠졌고 그리워했다. 다시, 그곳에 머물고 싶게 하는 책이다.

 

 

 

 

 

 

 

 

 

 

 

 

 

 

 

2.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의 소설을 좋아했었는데 요즘 통 그의 유머가 와 닿지 않았다. 예전의 그런 방탕한 웃음을 준 그는 어디로 갔나? 아저씨가 되어서 순정만 찾고 계시나 걱정했는데. 그가 펼칠 새로운 입담을 읽고 싶다.

 

 

 

 

 

 

 

 

 

 

 

 

 

 

 

3. 우물에서 하늘보기

 

사실 저자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표지를 보자마자 다는 아, 이책은 꼭 읽고 싶다보다는 가지고 싶다고 마음이 바뀌었었다.

시인이 말을 걸어오는 에세이들을 읽었을때 소설가들보다 훨씬 좋았던 경험이 많았다. 그런 나의 경험을 살린다면 읽고 나면 분명 행복해 질 것이다.

 

 

 

 

 

 

 

 

 

 

 

 

 

 

 

4. 커피타는 고양이

 

다음 포털을 통해 커피타는 고양이를 알게 되었다. 올라오는 글을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사진도 혼자 쓰다듬으면서 좋아라 했다. 유독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많인 이 나라에 그들을 감싸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어야할 아픔들이 작아졌으면 좋겠다.

 

 

 

 

 

 

 

 

 

 

 

 

 

 

 

 

 

5. 죽는게 뭐라고

 

--> 사는게 뭐라고를 읽었다면 당연히, 읽어볼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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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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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다시 보기로 보는 프로들은 여행 프로들이다. 어딘가 떠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내 발에 날개를 달아 공중에 떠 있게 하는 것은 여행 밖에 없다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 년에 두어 번은 장기로 떠나는 여행은 그 해를 버티는 원동력이다.

 

대부분 여행지들은 화제가 되거나 혹은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 다녔다. 내가 먼저 그곳에 도착하고 싶다는 용기가 없는 소심한 여행가 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를 가서가 아니라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장소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길 위에 펼쳐진 여행의 나날이 필요 했을 뿐이다. 그녀가 운명처럼 떠났던 이 여행이 처음에는 부러움의 시선이었지만 이내 물음표를 가지고 책장을 덮었다.

 

 

 

그녀는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몽골 소설가 갈잔 치낙의 소설 “귀향”을 선물을 받고 그가 그냥 몽골의 소설가가 아닌 몽골 서북부의 소수민족 투바의 추장이라는 사실에 무작정 그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알타이로 떠나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나의 여행지 선택은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거나 장소들이었다는 것을 떠 올려보면 그녀의 이 선택이 역시 소설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어가 아닌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어느 한 부족의 추장이라니, 얼마나 드라마틱하며 환상적인가. 무엇보다 알타이 여행을 그 작가와 아니 작가이며 추장인 갈잔 치낙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멋진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처럼 자신을 불러들인 그와 3주 동안 함께 여행을 한다니. 이런 멋진 여행 상품이 다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선택한 알타이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알타이, 몽골의 서부에 위치한 곳> 몽골의 지도의 서쪽 끝부분에 있는 그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던 것은 처음에는 ‘갈잔 치낙’이었겠지만 이후 그녀는 ‘알타이’ 자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모 포털 사이트에서 여자 작가 세 명이 몽골 여행한 웹툰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녀들의 여행을 보면서도 유목민으로 떠돌며 살아가는 그곳의 여행이 쉽지는 안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고생스러워 보였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 부는 바람에 고생을 하고 씻고 배설하는 아주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쉽지 않는 환경이라는 것, 그런 곳에 왜 가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분명 그곳에서 불었던 바람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밤에 쏟아지는 별을 봤다면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풍경을 맞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그들의 여행에 큰 공감을 더해주지 못한다.

 

 

그녀의 초반 여행은 알타이의 모래바람처럼 차갑고 척박했다. 통장은 비어 있고 소설가로 해야 하는 일도 밀려 있었다. 그런 그녀가 반문했던 “왜?”라는 것에 나도 같이 물어 봤었다. 왜, 그곳에 가야 하는 것일까? 꼭 알타이일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해답을 얻기도 전에 이미 알타이의 추위를 견뎌낼 슬리핑백을 사고 있었다.

 

 

그녀의 이 여행기를 다 읽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가 다녔던 그곳이 환상적이었다는 감상적인 표현이 없었던 것도 좋았지만, 그녀를 이끌게 했던 그 남자, 갈잔 치낙의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책을 다 읽어 가는 동안 갈잔 치낙에 대한 묘한 부정적이 생각이 많아졌다. 그녀가 느낀 그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알타이 산맥을 넘어가며 삼주동안 함께 한 그의 속내를 끝내 모르겠다는 물음표로 마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알타이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지 않고 그녀의 여행기로 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이 책이 사실 고마울 뿐이다. 만약 갈잔 치낙의 멋스러움에 홀렸다면 나는 그녀처럼 나도 모르게 슬리핑백을 사고 있을지 모르니까.

 

 

 

3주 동안 불을 피우기 위해 야크의 배설물을 모아야 하고, 너무 늙거나 어리지도 않은 양을 도살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하며, 마지막 주는 가져간 식양이 없어 마른 침을 삼키듯 딱딱한 빵을 넘겨지지 않는 목으로 넘겨야 하는 일들이 겁나서 알타이로 떠나는 여행을 겁내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것은 오로지 나에겐, 갈잔 치낙의 환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보지만 분명 두 번씩 혹은 그것보다 더 많이 알타이로 다시 짐을 꾸려 떠나는 이들은 분명 그곳에 놓고 온 아름다운 영혼을 다시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곳, 한없이 오래된 살아 있는 것들 한가운데서 나는 외롭게 살아 있었고, 그럼으로써 생의 어느 순간보다 더욱 많이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그날, 처음으로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큰 선물인가,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P198

 

 

그녀가 머물렀던 유르테의 온기는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아직도 알타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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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배수아님은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번역도 하시니 참 부럽습니다.
다른 책에서 요즘 몽골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리뷰를 읽으면서 참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즈음님, 오늘 낮은 날이 참 따뜻했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오후즈음 2015-12-04 16:25   좋아요 1 | URL
배수아 작가의 이 책은 그녀의 편견을 살짝 없애준 그런 책이었습니다.
서이데이님, 주말 시작 잘 보내세요~~
전 감기로 한달간 고생중이라서...답글도 이제야 씁니다.
부지런한 알라디너가 되어야 하는데 ...
 
[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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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시작한 엄마를 대신해서 끼니를 챙겨야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오른쪽 무릎의 흉터로 남아 있다. 나보다 세 살이 어린 동생에게 처음으로 끓여주었던 라면을 먹이기 위해 허겁지겁 나가다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넘어져 생긴 상처는 2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 상처 때문에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게 되었고 지금도 맨다리를 보이지 않는 차림을 하게 되었다. 라면은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긴 바지를 입으면 나는 그날의 상처를 잊고 맛있는 한 끼의 식사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주변엔 라면을 먹지 않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직장 상사 딱 한명 뿐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늦은 시간 퇴근을 하거나 간식으로 동료들과 함께 먹는 라면의 향기는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런 유혹을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 그 상사뿐이라는 것에 감사 할 때도 있다. 나의 일상 속에 그녀는 끼워 놓지 않아도 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이처럼 나에게 라면이라는 것은 때로는 유년 기억속의 상흔으로 남거나 고단함을 함께 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이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라면을 끓이며]를 읽으면서 김훈 작가에 대해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고작 가스 불에 오른 냄비에 팔팔 끓는 물에 넣은 천원이 넘지 않는 라면을 하나 끓이면서도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 작가가 얼마나 있을까. 그의 이 철학적인 라면 이야기가 어찌 그냥 산문으로 그칠 수 있을까.

 

 

 

“라면을 끓을 때, 나는 미군에게 얻어먹던 내 유년의 레이션 맛과 초콜릿의 맛을 생각한다. 라면을 끓일 때 나는 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계장의 닭들과 사지를 결박당한 과수원의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들과 양식장에서 들끓는 물고기들을 생각한다. 라면을 끓을 때 나는 사람들의 목구멍을 찌르며 넘어가는 36억 개 라면의 그 분말수프의 맛을 생각한다. 파와 계란의 힘으로, 조금은 순해진 내 라면 국물의 맛을 36억 개의 라면에게 전하고 싶다. ” P31

 

 

 

그에게 라면을 끓인다는 행위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저 배가 고파서 먹는 라면은 아닐 것 같은 그의 행위는 중요한 의식을 치를 사람과도 비슷해 보인다.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먹는 다는 이 라면은 그의 하루의 성찰에서 오는 하루의 쓸쓸한 맛일까.

 

 

 

‘밥벌이의 지겨움’과 ‘바다의 기별’을 통해 읽었던 그의 글들은 새로운 이름으로 한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이런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고 소중하다. 총 5부로 나눠져 있는 이글을 챕터는 사실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냥 그의 흐름대로 읽으면서 잊고 있는 사소함 것의 소중함을 찾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때로는 평발임에도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된 아들에게, 가슴 확대 수술을 하려는 여자들에게, 첫 월급을 타와 자신에게 핸드폰과 용돈 15만원을 준 딸에게도 그는 라면과 같은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이런 그의 철학과 가르침이 싫지 않다는 것이다. 꼰대 같지 않은 그의 말에 그저 숙연하게, 당신의 말을 따르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을 뿐이다. 첫 월급을 타온 딸을 보며 앞으로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해 펼쳐질 날들에 쓸쓸함을 담아 적었을 것 같은 아버지의 위로가 한참동안 쓸쓸하게 다가온다.

 

 

 

“ 그 아이는 나처럼 힘들게, 오직 노동의 대가로서만 밥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P13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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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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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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