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일 읽다가 문득 전우익 선생의 책 제목이 생각이 났다.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나칠 정도로 경쟁에 노출 되어 있다. 어려서는 형제들과의 경쟁에, 조금 커서는 학우들과의 경쟁에, 성인이 되어서는 수없이 많은 타인과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경쟁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차지하지만 경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승자 독식의 체제에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잘 살기 위해서 한없이 경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노래했던가?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무한 경쟁의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결코 멈추려 하지 않는다. 물건에 등급을 메기듯이 아이들에게도 등급을 메긴다. 1등급에서부터 13등급까지! 요즘은 바뀌었는지 몰라도 등급을 메기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남보다 고작 1점이라도 더 얻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 생각하면서 오늘도 아이들은 박터지도록 공부에 매진한다. 그뿐이랴.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에, 진급에 목을 맨다. 남보다 연봉을 더많이 받는 것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요, 잘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쟁 속에서 전우익 선생의 이름답지 못한, 전혀 우익적이지 않은 진지한 물음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그렇게 잘 살려고 노력하는데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얼마전 대기업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죽하면 신자유주의자의 신봉자 MB께서도 경고를 했던가? 대기업의 빵집 진출, 떡볶이와 순대 판매 진출에 대한 경고였다. 대기업이 자동차를 만들어 팔면서 국민들을 호구로 생각할지라도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불평등을 감수했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렇게 혼자만 다 쳐먹다가 탈난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마음에 걸렸던지, 아니면 MB 가카께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슬그머니 골목 상권에서 물러났다. 그렇지만 정말로 물러났는가? 아니다. 여전히 SSM 규제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규제에 대하여 대단하신 홈플러스 임원께서는 안국 경제는 수박경제라는 둥,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간 좌파 경제라는 둥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잘나신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조국은 보노보 찬가를 통하여서 무한 경쟁에 몰입해 있는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경쟁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 과연 답인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진지한 성찰을 해 볼 때이다. 자기 무리들도 공격해서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침팬지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작지만 공존의 의미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알고 있는 보노보의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좌와 우로 갈리어서, 피아를 구별하면서 상대방을 찍어 내리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은 멀리 보지 못하는 단견이라는 그의 주장 앞에서 보수도 진보도 깊은 성찰을 해야할 것이다.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중시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도 웃어넘기며 상대를 끌어안고, 자기 정파의 이익을 먼저 양보하는 포용력과 넉넉함을 보고 싶다는 말랑말랑한 힘을 발휘하는 진보가 보고 싶다는(78p) 조국의 말 앞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친이와 친박으로 패를 갈랐으며,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도 자기 정파의 사람들에게 당선을 안겨 주기 위해서 온갖 치졸한 방법들을 동원했고, 민주통합당은 야당의 맏형이라는 간판 아래 자기 당의 이권을 위해 연합의 대상을 깎아 내리고 협박하더니 친노와 비노로 패싸움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정치권을 보면서 실망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 없어서 뛰어든 저자와 시민단체 인사들의 허탈함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서 더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잘 사는 것 중요하다. 경제적인 번영도 중요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서 인간이기를 원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적자생존의 정글이 아니라 약자를 보듬어 안는 따뜻한 사회가 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2012년 한구 ㄱ사회에 더 이상 서울의 찬가가 아니라 보노보 찬가가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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