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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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설(直說 straight talk)!

 

  "바른대로 혹은 있는 그대로 말함"

 

  쉽게 말해 대놓고 말한다는 의미다. 이리저리 뱅뱅 돌리고, 이런 저런 비유를 통해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도 간결하게 의견을 표명한다는 뜻일텐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무슨 말이야? 그래서 어쩌라구?"라는 비비꼬인 반응이다.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라는 거창한 부제와는 달리 뭐하나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쏘지도 못했다. 탈춤의 말뚝이를 기대했지만 말뚝이의 가면을 쓴 양반이다. 왠지 한홍구와 서해성에게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이런 젠장이다. 이 시대의 지성인, 사상가, 정치인들 36명을 불러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고 했으나 글쎄다. 직설 후기에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고 쓰고 있으니 그런가보다 넘어가지만 글을 통해서는 뜨거운 논쟁은 고사하고 차가운 이성적인 대립도 느낄 수가 없다. 그냥 술먹고 한둘이 모여서 야부리푸는 정도, 딱 그정도이다. 

 

  직설법의 가장 큰 장점은 있는 사실을 팩트에 근거해서 낱낱이 까발리는 것이다. 까발리다 보면 사람들에게 욕도 먹을 수도 있고, 억울하게 비난을 당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고수익 고위험이라고 이정도의 리스크는 떠 안아야 말에 힘이 실리고, 생명이 깃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나꼼수라고 할 수 있겠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나꼼수 4인방은 빙빙 돌리지 않는다. 발언하기 전에 몇번을 법률적으로 검토해 보겠지만 일단 말을 내뱉기 시작하면 결코 빙빙 돌리지 않는다. 정면승부한다. 나꼼수를 두고 견제가 들어가고, 고소하고, 심지어는 무리수지만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쫄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러한 리스크를 떠안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이 내뱉은 말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청자가 판단할 몫이다.

 

  직설에는 이런 것이 없다. 고경태씨의 말처럼 책을 읽다가 주먹을 불끈 쥘 일도 없다. 사람을 불렀으면 뒷담화를 하든, 격렬한 토론을 하든 확실해야 하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시종일관 서해성과 한홍구가 떠든다. 가끔 양념으로 초대 소님의 말이 들어간다. 몇 시간짜리 대담을 단 몇페이지로 줄이는 것이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방대한 양을 논점을 흐리지 않으면서 간단하게 추려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문어체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려운 말 쓰지 않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혹은 재미있도록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직설이라는 대담한 제목을 달고 나왔으면 쉽지 않은 그 일을 해내야 한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다. 논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말이 구어체도 아니다. 구어체 형식을 빌린 문어체이다. 물론 어려운 말도 사정없이 사용한다. 다시 한번 이런 젠장이다.500페이지가 넘는 이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어낸 내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책의 제목이 잘못되었다. 直說이 아니라 稷雪이 맞다. 싸락눈을 북한에서는 稷雪이라고 부른단다. 싸락눈의 특징이 무엇이냐? 다른 눈에 비해서 개별적인 눈 결정은 단단하고 크다. 눈에 확 띈다. 그렇지만 안뭉친다. 응집력이 없다. 또한 눈도 눈인지라 시간이 지나고 햇볕을 받으면 녹아버린다. 그러니 싸락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각 챕터 초대 손님은 대단하다. 이름 석자만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리영희, 고은, 박지원, 홍준표, 박원순 등등! 하나같이 굵직하다. 그런데 응집력이 없다. 이 사람들을 초대해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 장을 읽으면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까먹는다. 존재감이 대단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진다. 그러니 싸락눈 稷雪일 수밖에!

 

  졀점 두개 중 하나는 순전히 빵가게님의 직설 때문이다.

 

  "신간평가단 탈락을 기념하며...saint님께 보내드립니다."

 

  이게 더 직설적이지 않은가? "놈현 관장사"라는 말을 두고 절독을 선언한 유시민도, 여기에 호응한 노사모도, 그리고 사과문을 낸 한겨레도, 시껍해한 서해성과 한홍구도 쿨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무현의 공과 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야당 노릇 제대로 못하는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에 대한 직설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어디있겠는가? 직설은 4화로 죽어버리고 그저 싸락눈만 날리고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기꺼이 리스크를 떠안지 못했으니 이런 직설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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