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몇 달 사이에 우리나라는 두가지의 커다란 선택을 했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두 가지의 선택은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만큼 커다란 선택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도 그렇고 이번 총선도 그렇고 인물이 없고, 정책이없고,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치고 있으며, 지역주의와,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이 살아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느 싸이트 포스터에 올라와있던 영화 옹박을 패러디한 그 문구가 정확할 것이다.

 "박정희는 죽었다. 박근혜는 약하다. 개발의 후예 명박"

  많은 대선후보들이 대권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들 모두는 높은 경제성장율과 실업대책,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많은 정책들이 나왔지만 내가 보기에 정책이 없었던 것은 하나같이 "실현불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요 뭉뚱그려진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포퓰리즘의 특성으로 꼽는 정책들이 지난 대선에 고스란히 나왔던 것이다. 일자리 수십만개 창출, 경제 7%성장 등 내가 보기에 "저건 분명히 공수표구만1"이라는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은 허경영 후보의 정책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허경영 후보가 떠올랐다.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말투, 공허한 공약 등등 파퓰리스트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파퓰리스트라고 말하지만 허경영 후보에 비하면 새발의 피요, 보름달 앞의 반딧불일 것이다.

  결혼 수당 1억원지급, 산삼 뉴딜 정책으로 국민 실업 완전 해결,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왕정 부활, 국회의원의 무급화 및 옥석 가리기, 당선 후 박근혜씨와의 결혼, 현실적인 노인수당 등 바라보기에도 화려한 그리고 황홀한 공약들이다. 자신의 IQ가 430이요, 박정희 대통령의 측근이요, 이병철 회장의 양자라 주장하는 그는 특유의 입담과 카리스마, 신선함으로 2007 대선의 돌풍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누리꾼들은 그를 일컬어 "허본좌"라 칭하고 연예 프로그램들은 그를 출연섭외 우선 대상자로 올려 놓았다. 이상한 인기와 관심은 허경영 후보를 더 우쭐하게 만들었고 천만표가 사라졌다는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정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 책을 읽어간다면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책없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눈 앞의 이익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표를 행사하라 말하는 이들,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리고 친숙한 말로 국민의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 주겠노라 말하는 이들, 한번만 뽑아 준다면 국민을 위해서 이 한몸 다바치겠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 이미 몇개의 정당이라는 체제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요 선거철 마다 새로운 정당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투표하는 것마저 헷갈리는 시대이다. 공약은 넘쳐 나고 모든 사람들은 장미빛 미래를 보여준다. 자신을 선출하면 장밋빛 미래를 주겠노라 말하지만 말그대로 텅 빈 약속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한 온갖 사탕발림들이 가득한 약속들이 넘쳐난다. "국회의원 수를 1/3로 줄이겠다. 고졸 출신에게는 법을 유하게 적용하겠다. 결혼에서 금혼식까지 부부 백년해로 축하금을 지급하겠다. 자기 선거구 아이들을 100% 서울대에 진학시키겠다. 젊은이를 위한 댄스파티를 열겠다. 과외 공부를 금지시키겠다. 강화군을 단독 선거구로 만들어 강화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공약들이 나왔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동네 통장 선거도 아니고 황당무계한 공약들이 나왔다. 도대체 이것을 보고 이들에게 투표를 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대운하라는 사탕을 제공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한가? 대운하 하나로 나라 경제가 살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던지고 이것이 사명인양 밀어붙이는 모습은, 그리고 여기에 대하여 투표라는 형태로 표를 던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누구인가? 민주주의, 자유주의, 인민주권, 엘리트에 의한 민주주의, 대중 민주주의 등등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치체제를 규명하고자 하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나라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직 대중영합주의를 통한 정권창출만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 포퓰리즘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그러나 어려운 이유가 우리 나라에는 대중 영합주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 영합주의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모두 검은 것이데 그 중 어느 것이 덜 검은가를 구별해 낸다고 할까? 이번처럼 열심히 투표한 적이 없지만 이번처럼 또 그렇게 허탈해하고 속상하고, 걱정스러운 선거는 없었던 싶다. 앞으로 5년이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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