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신비의 손, 손의 신비

예전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보면서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다분히 소설틱한 대사들이 무척이나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 한 대사 때문에 거슬림은 극에 달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형사가 된 설경구와 문소리가 해후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문소리가 그런다.

"너무 많이 변해서 영호 씨 아닌 줄 알았는데, 손을 보니까 영호 씨 맞네요."

너무나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손을 보니. 손을 보니. 도대체 손을 보니 라니.
그런데, 그 날.. 친구들을 만난 날.. 나는 어색한 친구들의 얼굴 대신 고개를 숙여 그이들의 손만 바라봤다.

"너무 많이 변해서 니가 아닌 줄 알았는데, 손을 보니까 니가 맞네?^^"

"나는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의 몸에 부딪혀 불쾌해하는 상대편의 표정을 만나게 되면 며칠 동안 마음이 무겁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두운 기억을 주고 싶지 않다. 상처는 더욱 그렇다. 나 때문에 낯선 사람이 잠시 동안 불행했던 것에 대해서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 배수아 <붉은손 클럽> 중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자 뉴턴은 어째서 인간의 손에 대해서 그토록 감탄해 마지않았을까요. 우리도 함께 감탄하기 전에 정답이 뻔한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이것은 우리 몸 속의 뼈 가운데 4분의 1 이상(27개 x 2)이, 인체의 피부 중 가장 많은 땀샘(1cm당 150개에서 340개 가량)이, 또한 1cm당 천여 개에 이르는 신경종말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것의 쥐는 힘은 평균 40kg에 달하며 평생동안 2천 5백만 번 움직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흔히들 "진화의 첫 걸음"이니 하는 표현과 같이 인류를 영장류와 구분하는 것으로 '직립 보행'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한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직립보행은 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기 위해 일어난 일입니다. 자, 잠시 손을 들어 자기 눈  앞에 갖다 대봅시다. 손을 한 번 좌악 펴보시죠. 그리고 약간만 오므려 보세요.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볼록하게 살이 솟아오른 게 보이나요. 얼핏 생각해보면 별 쓸모 없는 살 덩어리같지만 이것은 우리가 과거에 네 발로 걸어다니던 흔적입니다. 그럼, 계속 손을 살펴보죠. 엄지손가락이 보이죠. 뉴튼은 어째서 엄지손가락 하나만 가지고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을까요. 엄지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되묻고 싶은 분들은 당장 펜을 쥐고 엄지 없이 글을 써보시도록, 그리고 엄지 없이 물건을 잡아보도록 노력해보세요. 엄지 없는 손은 한쪽 집게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습니다. 엄지는 다른 손가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벌리고 모으고, 굽히고 펴고,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모든 일들을 자유자재로 해냅니다. 실제로 인간의 손이 하는 모든 일 중에서 45%의 일을 엄지가 해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넘버 원"이라며 감탄할 때 엄지손가락을 자랑스럽게 일으켜 세우는 이유를 아시겠죠. 인류를 제외한 다른 영장류들에게도 엄지는 있습니다.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도 엄지를 갖고 있죠. 그러나 이들의 엄지는 검지에 비해서 매우 짧고 실제로는 그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장식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엄지는 다른 손가락들로부터 독립해 나머지 손가락들과 마주보는 형태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영장류는 물론이요, 인간의 손가락 중에서도 다른 손가락들과 자유자재로 만날 수 있는 손가락은 엄지밖에 없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세요. 엄지만이 인지(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과 자유자재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바로 옆에 붙어 있더라도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1백 75만년 전 인류는 단순하게나마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류의 두뇌는 커졌고, 발달한 두뇌는 손의 쓰임새를 좀더 향상시키게 되었습니다(만약 스필버그의 영화 처럼 머리만 비대하고 손의 쓰임새가 자유롭지 못한 외계인을 발견하거든 약간 의심할 필요가 있겠죠). 우리가 흔히 수상학이나 운명의 신비를 살피기 위해 보는 손금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손바닥 피부가 속에 있는 근막과 단단히 붙은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손금은 손의 진화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화석이기도 하죠. 손바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요 손금은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인데 생명선은 엄지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패는 피부 돌쩌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감정선은 새끼손가락 밑에서 시작해 집게와 가운데 손가락 사이로 이어지죠. 감정선과 두뇌선은 약간 간격을 두고 벌어져 있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는 이 감정선과 두뇌선이 갈라져 있지 않고 일직선으로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집게손가락(인지)이 독립성을 가진 반면 영장류의 집게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시죠. 감정선과 두뇌선이 붙어 있다면 당신의 손금은 인간이 아닌 '원숭이형 손금'인 셈입니다.(이런 손금형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 인구의 0.4% 정도라니까, 당신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죠.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경우 이런 손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범죄 수사 연구에서 지문은 범인을 밝혀내는데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그 이유는 잘 아시듯 지문은 평생 변치 않는데다가 같은 지문을 가진 인간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당신을 복제한다 하더라도 그 복제 인간의 지문조차 같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군요.

당신은 왼손잡이인가요, 오른손잡이인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손에 대한 터부가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약 20만년 전 구석기 시대 인류가 만들어 쓴 손도끼들을 분석해 본 결과 당시의 원시인들 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2:1정도로 오늘날처럼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이진 않았다고 합니다(오늘날엔 전세계를 통틀어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5% 정도인 것으로 추정). 이렇게 왼손잡이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된 까닭은 인류가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정착하게 되면서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농경생활에 사용되는 농사도구는 공동 소유였을 텐데 이런 도구를 여럿이 돌려가면서 쓰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표준이란 것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표준이 된 것이 바로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이죠.

오늘날에도 오른손잡이들은 잘 모르지만 왼손잡이들은 확실히 불편하게 문명이 발달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닫는 방식이나 기타 여러 도구들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말이죠.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같은 왼손잡이들의 경우, 글러브나 일렉트릭 기타가 왼손잡이용이 없어서 생기게 된 일화들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베이브 루스가 야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왼손잡이용 글러브가 없어서 수비할 때 글러브로 공을 잡은 뒤 글러브를 빼고 다시 공을 던졌고, 지미 헨드릭스는 왼손잡이용 기타가 없어서 기타를 반대로 들고 연주했다.)

인터넷상에도 왼손잡이 협회(http://lefthand.or.kr/)와 왼손잡이들만을 위한 용품 매장(http://www.leftland.com/)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어려서부터 은연중에 교육받고 훈련되었던 것은 이처럼 원시시대이래 계속 되었던 "오른손잡이가 되어라. 그렇지 않으면 굶어죽으리라"는 자기 암시 같은 것이었겠죠.

침팬지들도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므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류의 진보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결과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죠. 침팬지는 고작해야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아먹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인류는 완전히 새롭게 고안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더 이상 직접 도구를 만들어서 사용하지 않고, 다만 시장에서 도구를 구입해 이용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의 쓰임새는 좀더 다양해졌겠죠. 『손의 신비』를 지은 네이피어는 "인류는 도구 사용자에서 도구제작자로 진화했다가 지금은 다시 도구 사용자로 돌아갔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인류는 진보가 아니라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손을 사용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죠. 자, 우리의 손을 좀더 창조적인 용도로 사용해봅시다.

<200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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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파이어 1
우에수기 카나코 지음 / 대명종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의 인터넷 써핑을 하나 재미있는 이미지가 있어 이곳 알라딘 페이퍼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당신은 왜 이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쏠로냐는 것에, 예. 아니오를 화살표 방향대로 따라가 답을 찾는 것이다.  

궁금하면,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30205 를 보라.

거기에 따른 서재 주인장들의 댓글엔 '두려움'이라고 답한 주인장들이 많았다. 나 같은 경우엔 '미숙'이라고 나왔는데, 막연히 짝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 뭐 그런식으로 따라 가다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난 미숙하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있다고나 할까?  

결혼에 대해 아예 관심없는 것을 제외하면, 결혼을 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들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어느 한순간 상대에게 그야말로 뿅가서 결혼하게 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고, 빠르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기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좀 더 강해지는데, 그럴 수 있는 확률은 현실적으로 가면 갈수록 희박해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 나를 선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건 현실에서 그다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결혼하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것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자존심이 허락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어딘가 운명의 짝이 있지 않을까? 나는 항상 이성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길 바라지 않을까? 그래서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유혹의 기술을 연마하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어한다면 미숙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화 '러브 파이어' 한 여자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재치있고 사실적으로 그려간다. 

주인공 다카라는 스물 여덞에 결혼을 안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게될거란 어느 정쟁이의 말을 듣고, 독신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좀 황당하지 않은가. 고작 점쟁이의 말을 믿다니. 하지만 이러한 설정도 나쁘지마는 않다. 결혼이란 자기 하고 싶을 때 하는 거라고 다들 말하면서도 또 어느 누구는 그래도 몇살이 될 때까지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되지 않을까?

정말 결혼이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당당히 할 수 있는 것일까? 말은 그렇게해도 막상 현실을 살아가노라면 그렇게 녹녹치는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을 만나 보지 않고 좋은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는가? 단순히 이상형만 가지고, 쪽지 하나들고 주소 찾아가듯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많이 만나 보는 과정에서 좌절의 아픔도 격고 그러면서 연애 철학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

이 만화책은 총 두권으로 되어있는데, 왜 결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은 나와있지 않다. 그리고 결혼해서 어떻게 살 것이라는 계획도 없다. 그저 오로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그렸을 뿐이다. 거기서 인상적인 건, 주인공 다카라가 이성과의 만남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자위하듯 하는 대사였다.

"난 지금까지 인간이란 혼자서 사는 게 편하고 제일 좋은 생활이라고 생각해 왔어...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서 처음으로 알았어. 처음으로 알았어.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있는 게 좋은 것보다 기쁜 일이 많다는 걸."

그렇게 돈을 뜯기고 사기를 당하는 순간 이런 깨달음을 얻는 건 또 뭘까? 그러면서 비록 자기에게 사기친 사람을 오히려 두둔하듯,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만 있는 산노지에게 따귀를 맞자 "여자를 위해서 뭔가를 희생할 용기도 없는  남자한테 맞을 이유는 없어!"라고 절규한다.

어쩌면 연애나 결혼이 어렵다고 말하는 건,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용기가 없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를 쟁취하려고 한다는 건 좀 유아적 아닌가. 그래도 다카라를 사기친 상대는 비록 목적은 다른 것에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그 목적을 이루기까지 다카라에게 최선을 다 한다. 나중에 주인공에게 허무한 상처를 줄 망정. 과연 상대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 점은 본받을만 하지 않은가?

끝마무리가 다소 싱거운 것 같아도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확정하는 순간, 현실에서 정말 이 사람이 내 사람 맞아? 하는 의구심은 가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믿기로 하는 순간, 옛 애인의 방해 공작도 있을 법하다.

만화는 정말 보여줄 수 있는 한도내에선 충실하게 잘 짚어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주제 의식은 나름대로 있어 보이긴 하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인 것 같다. 적어도 진지한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겐 그랬다.

* 만화 리뷰는 처음 써 본다. 만화를 접할 기회가 그다지 않지 않은 나에게  아직 비교하고, 생각하고가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도 지난 번 로드무비 이벤트 때 선물 받고 좋은 독서 체험을 하게 돼, 로드무비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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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9-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화를 꽤 좋아하는데 이 리뷰를 읽어보니 마구 읽고 싶어지는데요..^^

설박사 2004-09-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증맞은 표지와는 다른 진지한 서평이네요. ^^

stella.K 2004-09-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예. 읽어 볼만 합니다.^^
설박사님/오랜만에 뵙겠네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설익은 진지과라고나 할까요? 하하.

마립간 2004-09-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생각하신다면 <준비된 결혼이 아름답다> (홍일권 저/생명의 말씀사 출판) 도 읽어보세요. (마립간의 평 - 결혼전에 단점을 많이 보고, 결혼 후 장점을 많이 본다. - 결론 결혼 못한다.) 저는 제 자신이 배우자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하다고 느끼면 결혼 상대자를 찾으러 나설 생각입니다. 좋아하다면(사랑한다면) 희생 못 할까?

로드무비 2004-09-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스스로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날이 과연 올까요?
아무리 양심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도 평생 자신을 회의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지?
아이구참,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건방졌다면 양해해 주세요.
스텔라님, 아유, 세상에 리뷰까지 쓰셨네요.
잘 읽었고요, 스텔라님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stella.K 2004-09-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그 책 저한테 선물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하하. 농담이어요.^^
로드무비님/어제 졸려서 횡설수설하면서 쓴 흔적이 보입니다요. 그래도 이쁘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마립간님은 이상적이어요. 저도 그렇지만. 로드무비님은 결혼을 하셨으니 현실적인 충고겠죠. 전 왠지 로드무비님 말씀에 한표!^^

바람구두 2004-09-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한 눈에 뿅가서 결혼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흐흐.
추천...
 
 전출처 : 플레져 > 가을에 당신에게


 


 

 

 

 

 

 

 

 

 

 

 

가을에 당신에게  


                      
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


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


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


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


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 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


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


홀로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詩 : 박두진

美 : Bryan Evans - Wet Walk in Kelvingrov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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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평]배고픔은 ‘나’를 규정짓는 최고의 정체성

조용희·재불 번역문학가

 

▲ 배고픔의 자서전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을은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 먹는 계절, 그래서 배 부른 계절이다. 이렇게 여유 있고 넉넉한 계절에 프랑스 서점가의 맨 앞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멜리 노통의 소설 ‘배고픔의 자서전(Biographie de la faim)’이다. 이 작가는 1992년부터 매해 가을 학기 시작과 더불어 1년에 한 권씩 신작을 발표하고 있고, 이번에 벌써 13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음식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육체적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배고픔의 자서전’은 기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벨기에 귀족 가문 출신의 외교관인 아버지를 둔 작가 아멜리 노통은 자전적인 이 소설에서 뜻밖에 20세까지 겪은 배고픔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은 단순히 위장을 채우지 못하는 육체적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고픔은 그녀의 삶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 단것에 대한 허기증, 술에 대한 갈증, 지리와 책, 영화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허기증, 배고픔에 대한 배고픔, 결국 세상 모든 것에 대해 그녀는 강렬한 식욕을 억누를 수가 없다. 그녀는 모든 것에 허기져 있다. 단어에 굶주린 나머지 백과 사전을 A부터 Z까지 송두리째 머릿속에 삼켜 버린다. 그리고 그중 소화되지 못하고 그녀에게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세 단어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배고픈 사람은 무언가를 찾게 된다. 수동적이지 않다. 배고픔 속에는 자신의 상태를 수용하지 않는 역동성이 있다. 인간은 바로 이 결핍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양식을 만들어간다. “배고픔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노통은 단언한다. 배고픔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따라서 배고픔 자체인 작가가 바로 작품의 주제이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이주했던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는 새로운 나라 또는 새로운 문화의 발견 너머 때로는 강렬한 예시의 가능성으로, 때로는 운명적 통찰로, 때로는 공포나 고통, 아니면 사랑이나 명철함으로 그녀에게 발현된다. 새로운 장소들은 주인공의 허기증에 대한 지리적 표현일 뿐이다.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자전적 소설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이로니컬하고, 빈정대는 듯한 그녀 특유의 문체를 발견할 수 있다. 슬프면서도 매우 기이한, 그래서 비현실적이다. 비정상적인 것, 과장된 것, 기형의 것에 대한 그녀의 편애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배고픔에 대한 예리하고 세련된 분석은 인류사회학적 통찰력을 보여준다. 소설 전반부에 소개되는 대서양 연안의 1년 내내 배고프지 않은 바누아투 주민들의 평화적이고 나른한 눈길, 반대로 배가 고팠던 중국인들이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먹기 위하여 고안하고 시도해본 결과 최고의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사실 등을 통해 배고픔은 존재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요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배고픔이야말로 한 민족을 규정지을 수 있는 최고의 정체성인 것이다.

글쓰기에도 허기진 그녀는 1년이면 평균 3~7권 정도의 책을 구상해서 ‘잉태’해 내는 다산모(多産母)이다. 조국인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살기 시작했던 17세부터 시작한 글쓰기는 공기처럼 그녀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고, 그때부터 새벽 서너 시쯤 시작하여 매일 네 시간씩을 글 쓰는 작업에 할애한다. 공책에 볼펜으로 쓴 소설이 지금까지 44권에 이르며, 이미 출간된 13권을 뺀 나머지는 고스란히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다. 그것들이 언제 빛을 보게 될지는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단다. 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그녀는 상복도 많아 첫 소설부터 르네 발레와 알렝 프르니에 상(‘살인자의 건강법’·1992), 파리 푸르미에 상(‘카틸리나 공격 연설’·1995), 프랑스 한림원 대상(‘두려움과 떨림’·1999) 등을 수상했다. 방년 37세의 작가 아멜리 노통은 이번 소설 ‘배고픔의 자서전’을 통해서 매우 개인적인 소설이 또한 매우 보편적인 소설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번 가을에 몸매 관리 걱정 없이 삼켜버릴 만한 책이다.

* 이 책 빨리 번역되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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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9-1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멜리 노통의 신작이 또 나왔군요.. 그녀의 책을 언제나 다 읽을 수 있을까요?

stella.K 2004-09-1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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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짠순이 짠돌이의 불황 극복기…
19만원 주말데이트 비용, 4만원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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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혜택 쿠폰·카드 모아 지갑 만들어 따로 휴대
노래방·음식·호프집… 언제나 할인에 공짜까지

글=김미리기자 miri@chosun.com
사진=조선영상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일인 지난달 29일 아침 9시 ‘명동 CGV’ 앞에서 만난 정윤교(25·한신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김인경(25·회사원)씨 커플. 일요일 아침인데도 졸린 기색이 전혀 없는 말똥말똥한 눈망울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 시간이 퍽이나 익숙한 눈치다.

“영화는 주로 이 시간에 봐요. 조조할인하고 할인카드 쓰면 둘이 합쳐 2000원이면 되거든요. 비디오 값으로 영화관에서 빵빵한 사운드로 최신작을 볼 수 있으니 좋잖아요.” 남자친구 정윤교씨의 첫마디. ‘알뜰 내공’이 심상치 않다.

정씨와 김씨는 50여개의 쿠폰과 할인카드로 ‘완전 무장’한 신세대 짠돌이·짠순이 커플이다. 김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알뜰녀’. 매달 초면 쿠폰집을 뒤져 필요한 쿠폰들을 오려두고, 각종 포인트 카드는 별도의 카드지갑에 넣어 항상 핸드백 구석에 대기시켜 둔다. 이런 그녀를 보니 한 쇼핑퀸이 3년 만에 1억원을 모은 얘기를 담아 장안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책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가 떠올라 “혹시 남자친구보다 쿠폰이 더 좋은 건 아니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 책 주인공은 펑펑 쓰다가 어느 날 이게 아니다 싶어 맘 먹고 돈을 모으기 시작한 거잖아요. 저는 원래부터 아껴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죠. 전 남자친구도, 쿠폰도 모두 좋아요. 호호.”

짠순이 ‘여친’과 2년 정도 사귀다 보니 정씨도 이젠 여자친구 못지않은 알뜰족이 됐다. 서랍 안에 잠자고 있는 가족들의 이동통신카드를 챙겨쓰고, 부모님이 쓰지 않고 그냥 버리는 캐시백을 싹싹 긁어모아 쓸 정도.

그 어느 때보다 악성인 ‘불황 바이러스’가 일상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요즘 이들 커플처럼 ‘똑똑하게 쓰고 똑똑하게 즐기는 법’을 제대로 알면 불황이 그리 힘겹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알뜰 커플의 주말 데이트를 따라가 봤다.



 

일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영화로 정윤교·김인경 커플이 선택한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터미널’. 빈틈없는 알뜰족답게 정씨가 며칠 전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서 예매해둔 표다. 1인당 7000원씩 1만4000원인 표가 조조할인(6000원)을 거치고 신한카드(4000원 할인)와 LG텔레콤 멤버십 카드(2000원 할인)를 거치니 단돈 2000원이 됐다. 1인당 1000원. 정씨 말대로 정말 비디오 대여값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엔 정씨만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사실 전 SK텔레콤 써요. 여자친구는 KTF 쓰고요. LG텔레콤은 어머니 휴대폰인데요, 멤버십카드 제가 쓰려고 제 명의로 가입했어요. 이동통신 3사 카드가 다 있으니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영화관에서 웬만한 혜택은 다 받죠.” 강적임이 틀림없었다.

두 시간여의 영화 감상을 마치고 이들이 향한 곳은 명동에 있는 커피숍 ‘커피빈’. 문을 들어서자마자 여자친구 김인경씨는 핸드백 속에서 각종 할인카드와 적립카드 20여장이 차곡차곡 끼워져 있는 카드 지갑과 잘라놓은 쿠폰 뭉치를 소복이 넣은 쿠폰 지갑을 꺼낸다.

그녀가 꺼낸 커피빈 적립 카드에는 12개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음료수 한 잔이 공짜다. 이 무료 쿠폰으로는 그중 비싼 홍자몽주스(4800원)를 시켰다. 여기에 4300원짜리 아이스커피 레귤러 사이즈 한 잔과 2500원짜리 베이글을 더해 간단히 점심 때우기.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이들은 정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 전시회와 정동 도깨비스톰 전용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퍼포먼스 ‘도깨비스톰’을 보기 위해서였다. 두 인기 공연과 전시회를 관람하는 데 커플이 쓴 돈은 고작 1만원. 1인당 1만원인 샤갈 전시회 관람권은 쿠폰을 3회 사용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티켓을 주는 쿠폰 전문업체 코코펀의 이벤트에 참가해 공짜로 얻었다. 1인당 4만원인 도깨비스톰은 남자친구가 공연 기획사 PMC의 블로그를 방문해 이웃으로 추가하고 덧글을 남기는 이벤트에 참여, 무료 관람권 2장을 얻어냈다. 최근 들어 김씨와 정씨의 데이트 일등공신은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펼쳐지는 각종 문화 이벤트. 수시로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면 인기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황금 기회도 낚을 수 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커플은 명동에 있는 중식당 ‘제이드 가든’에 갔다. 굳이 명동까지 다시 간 이유는 부지런한 김씨가 쿠폰을 사용한 다음 후기를 작성하는 쿠폰 이벤트에 참여해 낚은 무료 시식권 때문. 자장면에 탕수육, 칠리새우 등 3만원 상당의 음식을 배불리 먹었지만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열 필요가 없다. 이런 숨은 이벤트를 귀신같이 찾아 써먹는 ‘이벤트의 귀재’ 김씨는 “후기 한 줄 남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의외로 그런 기회들을 그냥 넘겨버리는 사람들이 많아 당첨 확률이 높다”고 조언한다.



 

오후 7시 신촌의 한 맥줏집. 생맥주와 오징어, 치킨너겟 안주를 먹었는데, 휴대폰 모바일 쿠폰 덕에 9500원짜리 치킨너겟 안주와 1800원짜리 생맥주 500cc는 무료. 모바일 쿠폰을 자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얼마 전에는 모바일 쿠폰 쓰려고 하루 동안 친구랑 아예 휴대폰을 바꾼 적도 있는걸요. 지난달 18일 KTF에서 캐리비안 베이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주는 거예요. 저는 SK텔레콤 쓰고 있어서 아까운 기회를 그냥 놓쳐야 하나 발을 동동 굴렀는데, 생각해 보니 친구 휴대폰 빌리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결국 KTF 쓰는 친한 친구한테서 휴대폰을 빌렸죠. 대신 제 휴대폰은 그 친구가 쓰고요.”

호프집에서 나온 커플은 시계를 보더니 신촌 독수리다방 앞으로 갔다. 그들이 들른 곳은 쿠폰을 사용한 영수증을 가져오면 다양한 공연 관람권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방인 ‘코코방’. 코코펀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신촌·대학로·강남 등에 설치된다. 이날 김씨 커플은 그동안 사용한 쿠폰 영수증 5개를 가지고 가서 무료 영화 예매권을 받았다. “야 신나! 우리 다음주에는 무슨 영화 볼까?” 무료 관람 찬스에 벌써부터 들뜬 여자친구의 얼굴엔 어느새 함박웃음이 번졌다.

긴 하루의 마무리는 노래방에서 하기로 했다. 홍대 앞 노래방 ‘질러존’. 가수 뺨치는 노래와 댄스 실력을 자랑하는 정씨 커플. 노래 몇 곡을 부르니 목이 막힌다. 때마침 등장한 음료수. 미리 챙겨온 할인쿠폰에 포함된 것이란다. 1시간에 1만5000원인 노래방비도 쿠폰으로 2000원 할인받았다.

이날 하루 정씨 커플이 쓴 돈은 총 4만4200원. 할인카드와 쿠폰 등이 없었다면 원래 19만4300원이었던 것을 15만원 가량 절약한 것이다. ‘돈 몇 푼 아끼자고 쿠폰 잘라대는 일을 어떻게 하겠냐’는 ‘귀차니스트’들도 이만하면 귀가 솔깃할 만하다.

12시간에 걸친 정윤교·김인경 알뜰 커플과의 긴긴 데이트를 끝마치고 헤어지는 길, 두 사람은 웃으며 말한다. “저희 절대 ‘자린고비’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싸게 즐길 수 있는 기회들을 남들보다 더 찾아 쓰는 실속파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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