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파이어 1
우에수기 카나코 지음 / 대명종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의 인터넷 써핑을 하나 재미있는 이미지가 있어 이곳 알라딘 페이퍼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당신은 왜 이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쏠로냐는 것에, 예. 아니오를 화살표 방향대로 따라가 답을 찾는 것이다.  

궁금하면,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30205 를 보라.

거기에 따른 서재 주인장들의 댓글엔 '두려움'이라고 답한 주인장들이 많았다. 나 같은 경우엔 '미숙'이라고 나왔는데, 막연히 짝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 뭐 그런식으로 따라 가다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난 미숙하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있다고나 할까?  

결혼에 대해 아예 관심없는 것을 제외하면, 결혼을 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들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어느 한순간 상대에게 그야말로 뿅가서 결혼하게 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고, 빠르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기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좀 더 강해지는데, 그럴 수 있는 확률은 현실적으로 가면 갈수록 희박해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 나를 선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건 현실에서 그다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결혼하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것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자존심이 허락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어딘가 운명의 짝이 있지 않을까? 나는 항상 이성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길 바라지 않을까? 그래서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유혹의 기술을 연마하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어한다면 미숙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화 '러브 파이어' 한 여자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재치있고 사실적으로 그려간다. 

주인공 다카라는 스물 여덞에 결혼을 안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게될거란 어느 정쟁이의 말을 듣고, 독신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좀 황당하지 않은가. 고작 점쟁이의 말을 믿다니. 하지만 이러한 설정도 나쁘지마는 않다. 결혼이란 자기 하고 싶을 때 하는 거라고 다들 말하면서도 또 어느 누구는 그래도 몇살이 될 때까지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되지 않을까?

정말 결혼이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당당히 할 수 있는 것일까? 말은 그렇게해도 막상 현실을 살아가노라면 그렇게 녹녹치는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을 만나 보지 않고 좋은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는가? 단순히 이상형만 가지고, 쪽지 하나들고 주소 찾아가듯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많이 만나 보는 과정에서 좌절의 아픔도 격고 그러면서 연애 철학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

이 만화책은 총 두권으로 되어있는데, 왜 결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은 나와있지 않다. 그리고 결혼해서 어떻게 살 것이라는 계획도 없다. 그저 오로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그렸을 뿐이다. 거기서 인상적인 건, 주인공 다카라가 이성과의 만남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자위하듯 하는 대사였다.

"난 지금까지 인간이란 혼자서 사는 게 편하고 제일 좋은 생활이라고 생각해 왔어...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서 처음으로 알았어. 처음으로 알았어.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있는 게 좋은 것보다 기쁜 일이 많다는 걸."

그렇게 돈을 뜯기고 사기를 당하는 순간 이런 깨달음을 얻는 건 또 뭘까? 그러면서 비록 자기에게 사기친 사람을 오히려 두둔하듯,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만 있는 산노지에게 따귀를 맞자 "여자를 위해서 뭔가를 희생할 용기도 없는  남자한테 맞을 이유는 없어!"라고 절규한다.

어쩌면 연애나 결혼이 어렵다고 말하는 건,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용기가 없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를 쟁취하려고 한다는 건 좀 유아적 아닌가. 그래도 다카라를 사기친 상대는 비록 목적은 다른 것에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그 목적을 이루기까지 다카라에게 최선을 다 한다. 나중에 주인공에게 허무한 상처를 줄 망정. 과연 상대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 점은 본받을만 하지 않은가?

끝마무리가 다소 싱거운 것 같아도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확정하는 순간, 현실에서 정말 이 사람이 내 사람 맞아? 하는 의구심은 가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믿기로 하는 순간, 옛 애인의 방해 공작도 있을 법하다.

만화는 정말 보여줄 수 있는 한도내에선 충실하게 잘 짚어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주제 의식은 나름대로 있어 보이긴 하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인 것 같다. 적어도 진지한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겐 그랬다.

* 만화 리뷰는 처음 써 본다. 만화를 접할 기회가 그다지 않지 않은 나에게  아직 비교하고, 생각하고가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도 지난 번 로드무비 이벤트 때 선물 받고 좋은 독서 체험을 하게 돼, 로드무비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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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9-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화를 꽤 좋아하는데 이 리뷰를 읽어보니 마구 읽고 싶어지는데요..^^

설박사 2004-09-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증맞은 표지와는 다른 진지한 서평이네요. ^^

stella.K 2004-09-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예. 읽어 볼만 합니다.^^
설박사님/오랜만에 뵙겠네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설익은 진지과라고나 할까요? 하하.

마립간 2004-09-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생각하신다면 <준비된 결혼이 아름답다> (홍일권 저/생명의 말씀사 출판) 도 읽어보세요. (마립간의 평 - 결혼전에 단점을 많이 보고, 결혼 후 장점을 많이 본다. - 결론 결혼 못한다.) 저는 제 자신이 배우자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하다고 느끼면 결혼 상대자를 찾으러 나설 생각입니다. 좋아하다면(사랑한다면) 희생 못 할까?

로드무비 2004-09-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스스로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날이 과연 올까요?
아무리 양심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도 평생 자신을 회의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지?
아이구참,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건방졌다면 양해해 주세요.
스텔라님, 아유, 세상에 리뷰까지 쓰셨네요.
잘 읽었고요, 스텔라님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stella.K 2004-09-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그 책 저한테 선물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하하. 농담이어요.^^
로드무비님/어제 졸려서 횡설수설하면서 쓴 흔적이 보입니다요. 그래도 이쁘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마립간님은 이상적이어요. 저도 그렇지만. 로드무비님은 결혼을 하셨으니 현실적인 충고겠죠. 전 왠지 로드무비님 말씀에 한표!^^

바람구두 2004-09-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한 눈에 뿅가서 결혼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흐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