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 전문 채널에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봤다. 여진구가 아니면 그다지 끌리는 영화는 아니라 기회되면 보겠다는 거였는데 어제가 그날이었던 셈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웃겼던 건, 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줄 알았다. 이런 말 해 봤자 돌 맞을 소리긴 하겠지만, 난 아직 일명 이 미미 여사의 소설을 재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그 유명하다던 <모방범>도 2권까지만 읽고 작파한 상태. 그런데 어제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미미 여사가 이런데가 있었나? 그렇다면 다시 봐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뭐랄까? 이 이야기는 운명 또는 교육에 대한 어두운 은유는 아닐까 싶어 나름 끌리는 데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수광의 동명 소 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난 이걸 미미 여사의 작품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화차> 때문이었던 것 같다. <화차>와 <화이>는 다른 건데... 

 

사실 내용은 약간 황당해 보이기는 하다. 소년에게 아빠가 다섯이다. 물론 진짜 아빠는 아니고 어렸을 때 유괴 당해 길러졌기 때문에 어찌보면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아빠고 나머지는 삼촌이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이들 다섯 명의 아빠들도 각자 어떻게 만나서 한 팀이 되었는지, 이들은 왜 살인을 하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다. 또한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소년에게 사격 훈련을 시키고 킬러로 키운다는 것도 말이 좀 안 된다. 원래 아빠라면 자신은 나쁜 일을 해도 자식에게만큼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게 아빠의 마음 아닌가? 아니면 방목을 하던가. 그런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하는 일을 독려한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이것은 나중에 소년의 부모를 죽이는 일을 시키는데까지 가는데, 이 정도라면 괴물은 다름 아닌 소년의 가장 나이 많은 아빠(김윤석 분)다. 그런데 그 아빠는 소년속에 잠자고 있는 괴물을 이기기 위해 괴물이 되라고 하고,  그것도 또 자신의 원수이기도 했던 소년의 부모를 죽이는데 이용하려고 한다. 또한  소년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총을 쏘는 소년과 소녀에게 연심을 느끼는 소년을 적당히 교차시켰다. 한마디로 괴물로 키우려다 그 괴물에 잡혀 먹어버리는 영화라고나 할까?        

 

내용은 이렇게 황당하고 잔인하지만 인물과 디테일이 나름 살아있어 보기에는 과히 나쁘지 않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액션 스릴러에 여전히 피의 난장을 그려야 한다는 장르 감독 특유의 콤플렉스를 다소 덜고 갔더라면 더 괜찮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것에 자꾸 집착을 하면 오히려 더 없어보이고, 자신의 영화에 자신이 없는가 의심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윤석이나 장현성, 조진웅의 연기야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영화는 여진구의 영화라는 것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아직 고등학생인데도 남성미가 느껴지고 소녀팬은 물론이고 알아주는 20대 여성 배우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눈여겨 볼 배우들이 두 명 더 있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축에서의 킬러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이다. 다소 유약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냉혈한 킬러 역도 썩 잘 소화해 냈다. 또한 김영민이란 배우는 좀 낮설어 보이는데 깐죽거리면서도 노련한 형사 역을 잘 보여줬다.    

 

별점으로 치면 세 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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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꼭 요맘 때면 한번씩 병을 앓던 엄마가 올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이모네집에서 완전히 기운을 회복해서 오늘 돌아오셨다. 아무래도 이모네에서 오랜만에 사람이 북적거리니 기분이 좋아지셨나 보다. 

그동안 4월이면 딸을 시집 보낼 생각에 울적해 있던 이모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역시 사람의 기운이란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몸마져 건강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가 보다. 어쨌거나 이로써 엄마는 또 건강하게 남은 올해를 살아내실 것이다.

 

2. 오랜만에 지인 둘과 점심을 같이했다. 대화를 하다 문득 한 지인이 '사랑'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했다. 그러자 다른 지인은 '믿음'이라고 했고, 그 질문을 한 당사자는 '신뢰'라고 했다. 신뢰나 믿음이나.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대답할 준비가 안 되있는 나는 그냥 농담 삼아 '섹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모두들 킥킥대며 음탕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긴 하다. 왜 그 순간 그런 대답을 했을까? 

그런데 그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그걸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음탕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은 아닐까?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랑을 섹스로 연결시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섹스는 쾌락이 아니던가? 하긴 뭐 에로스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다시 정정해서 나에게 사랑하면 또 오르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정'이나 '연민'은 아닐까 싶다. 젊었을 땐 그런 섹스나 낭만, 열정, 신뢰 뭐 이런 걸 댔겠지만 나이들고 보니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3.내가 애용하는 IP TV에서 어제 하루 <명량>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에 호불호가 있어 어떤 영환지 궁금했는데 역시 졸음을 무릅쓰고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3분의 1쯤 보다가 잤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 40분쯤 이어 본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 나머지를 보려고 했는데 무료 서비스가 중지가 되어 보려면 돈을 내야했다. 이 영화가 나에겐 이렇게도 운이 없다니...ㅠ

일단 본대까지 느낌을 말하자면, 일단 이순신역을 맡기엔 최민식이 늙은 건지 아니면 이순신 자체를 너무 노쇄하게 그렸는지 아무튼 최민식은 좀 미스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긴 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민식이 똥폼 잡는 게 있는데 어찌보면 그 똥폼이 어떤 사람에겐 매력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걸 매력으로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민식은 힘 있는 배우인 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10년 전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확실히 반감이 되긴 할 것이다. 그때 그 드라마는 104 부작이었나 했던 것 같고, 작년에 영화의 인기에 힘 있어 그 드라마를 33부작으로 재편집 해 TV에서 방영했었다. 나는 뒤늦게 이 특별판을 보았는데 아무리 편집을 했다고 해도 해설과 디테일이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시간의 제약을 피해갈 수 없었으니 비교해 보면 기대했다 실망한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배역도 최민식 보단 김명민이 발군의 캐스팅이었다는 것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고. 10년 전 드라만데도 김명민은 단연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연기를 했다. 

아무튼 그래도 영화는 끝까지 봐줄 마음이 있었는데 돈을 내면서까지 나머지를 이어 볼 생각은 없고 조만간 영화 전문 채널에서 보여 줄 것도 같은데 그때를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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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3-23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식은 전형적인 미스케스팅`이죠.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고 할까요. 역량이 딸린다기보다는 그냥 캐릭터와 최민식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요. 나는 왜최민식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stella.K 2015-03-23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긴 해요. 혹시 로비가 있었을까요?ㅋㅋ
모르긴 해도 감독은 최민식이 뭔가 힘이 느껴지는 배우라고
생각해 그게 이순신의 이미지와 어울린다고 지레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아무튼 좀 신중했어야 하는데...
전 최민식이 이순신 역을 맡았다기 보다
이순신을 너무 늙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ㅎ
 

 우여곡절 끝에 오늘 이 책을 받았다. 예정대로라면 조금 더 일찍 받을 수도 있었는데 보내는 측에서 우리 집 주소를 불명확하게 기입하는 바람에 배달 사고가 났고 오늘에야 받은 것이다. 아마도 신주소와 구주소가 섞여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올해부터 신주소를 써야 한다고 하기에 쓰고 있는데 아직도 택배 아저씨들이 구주소가 익숙한지 겉봉에 구주소가 자꾸 따로 기입되어 오고 있어 아무래도 그럴바엔 아예 구주소로 다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내가 돈 주고 살리는 없고(책 값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운 좋게도 모처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받아보게 됐다. 받고 보니 정말 묵직하다. 그도그럴 것이 800쪽이다. 두껍고 괜찮은 소설 두 권짜리도 읽는데 그 셈치고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빌 클린턴의 자서전 보다는 조금 얇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완독을 할 수 있을까? 조금은 의문스럽다. 한 나라의 대통령의 이야기고 대통령의 주된 업무가 정치, 경제, 외교 기타 등등이고 그 이야기가 전면에 깔릴텐데 내가 뭐 그 방면을 잘 아는 것도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완독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은 갔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이라 이 분이 말이 많다면 왜 많은지, 탈이 많다면 왜 많은지 알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전혀 딴나라에서 역이민왔나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무가 현역으로 있을 때와  퇴임 이후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고 싶다고나 할까? 

 

그건 그냥 하기 좋은 말이고, 난 솔직히 정치엔 그다지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지라 역대로 대통령이 누가 되도 관심이 없다는 쪽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야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욕하는 쪽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저들은 왜 대통령을 욕하는가? 정말 대통령이 비난 받을만 한 것인가? 어떤 논리와 타당성이 있는가? 아니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그들은 대통령이 이명박이기 때문에 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누가 되도 욕을 할 사람인 것인지 뭘 좀 알고 싶었다. 어차피 대통령을 포함 모든 리더의 자리는 욕 먹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런 것처럼 이 책이 출판되자 역시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 서점의 간단 리뷰를 포함 모든 리뷰를 봤을 때 호불호가 거의 명확하게 갈리고 있었다. 중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나는 또 이 책을 읽고 어떤 평을 내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야 자서전에 잘 감동하는 편이니 이 책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전에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고 울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 대통령에게 흘린 눈물은 가산점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불운하게 생을 마감한 분이 아닌가. 하지만 비교적 행복한 퇴임을 맞은 이 대통령에게 흘릴 눈물은 없으니 조금은 냉정할 것도 같다.

 

어치피 누구의 자서전이건 자신의 관점에서 쓰는 것이니 공정성을 논한다는 건 한계는 있어 보인다. 그래서 누구는 이 책과 대척점에 있는 <MB의 비용>을 함께 읽겠다고 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할 것이다.       

 

마침 이 책에 이벤트가 붙었는데 그 시상 내용이 좀 거창하다. 결코 적지 않은 상금이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도 준단다. 이 대통령과 식사 한번 같이하기 위해 리뷰 쓸 때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쓰게 될지도 모르고, 주최측 역시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리뷰를 쓴 사람에게 영예를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부터도 읽기도 전에 냉정하게 리뷰를 써야지 하다가도 밥 한 번 같이 먹게될지도 모르는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자서전을 내는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서전을 내고 안 내고야 순전히 자기소관이지만 그 사람이 좋고 싫고를 떠나 그냥 자신의 글을 썼다는 것에 방점을 뒀으면 한다. 아니할 말로 누구든 공과는 다 있게 마련이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나라 팔아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나라에 먹칠을 했을지언정... 

아무튼 난 이런 다소 낙천적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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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3-2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정치>를 읽었는데
그 책과 상반되는 내용의 책일 듯싶네요.
두 권을 함께 읽으면 균형적인 시각이 잡혀지려나요...

요즘 글도 많이 쓰시고... 당첨도 되시다니 공짜로 얻는 기분이 좋았겠군요.^^

미세먼지만 없다면 좋은 봄날입니다.

stella.K 2015-03-21 17:13   좋아요 0 | URL
책 이벤트는 요즘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좋은 책도 많은데...
그런데 이 책이 그냥 안 넘겨지더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돈 주고 사서 읽은 사람이 저는 궁금합니다.
근데...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사실 뻥`이잖아요.
사람들은 뻥에 재미를 느끼니 이 책도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15-03-21 17:1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꽤 좋아하던데요?
제가 귀가 얇아서 이책 읽고 좋게 쓸 지도 몰라요.
그렇더라도 저 미워하시면 안 됩니다.ㅎㅎ

cyrus 2015-03-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페이스북에 출판사 서평 이벤트 공지를 확인하면 상금에 눈이 멀어서 정말 열심히 쓰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잘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아부성 짙은 글을 쓰기도 싫고, 대통령 각하와 식사하는 기회가 있어도 딱히 하고 싶은 말도 없고요. 그런데 이 책이 노이즈 마케팅 덕분에 잘 팔린 상황에서 서평 이벤트까지 진행하면 판매부수도 더 올라갈 것 같아요. 서평 이벤트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stella.K 2015-03-22 19:42   좋아요 0 | URL
난 필력이 모자라 잘 쓴다해도 뽑아주지도 않겠지만
만약 순위안에 든다면 식사는 하고 싶어.
식사로 뭐가 나오는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
아무튼 먹는 거라면 안 빠지는 편이라서 말이지.ㅋㅋ
 

이 소설을 오래 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영화로 나왔다기에 엊그제 챙겨 보았는데 어쩜. 내용이 정말 생소했다. 이런 내용이었어...? 새롭다.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작가가 한 자 한 자 찍어내듯 글을 쓴 것 같다고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고 별점도 후하게 5점 만점에 5점을 줬더랬다. 그런 내가 영화는 처음 보는 영화인 양 하다니. 나의 기억력도 점점 퇴색해 가는가 보다.

 

알고봤더니 영화는 청소년의 왕따에 의한 자살과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를 상당히 밀도있게 그렸다. 처음엔 내용이 칙칙하고 어두워 그다지 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또 내가 말짱한 정신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다. 맑은 날 맨정신으로 다시 보니 아, 정말 괜찮은 영화구나 싶다.

 

등장인물의 대삿발이 예술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천지가 죽고 만지와 어머니만 식사하는 자리에서 만지가 엄마는 벌써 천지를 잊은 것 같다고 했을 때 엄마 역의 김희애가 받아치는 대사가 참 그럴싸 하다.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 붇고, 원통해서 못 묻어." 하는. 나 같으면 뭐라고 했을까? 니가 나 되 봤어? 엄마 마음이라는 게 뭔지 넌 아직 엄마가 아니어서 모를 거다. 그런 널 데리고 무슨 얘기를 하겠니? 하는 하찮은 말로 딸의 입을 막지 않았을까?

 

그런 대사는 또 있다. 보신각에서 화연 엄마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더구나 상대가 받을 생각이 없는데 하는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했던가? 나는 사과했는데 저 여편네가 안 받아줬다고. 말하면 그만인 사과는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뭐 그런 의미 있는 대사.

 

                              

              

영화를 보면서 친구 사귀기 정말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엔 유유상종이랬다고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 먹기도 좋은 세상이었는데 왜 천지가 사는 세상은 왜 그리도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걸까?

 

내가 천지만할 땐 한 반에 인원이 6,70명이었더랬다. 그 안에선 일진이 있어도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고, 친구 선택의 폭이 나름 넓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 반의 인원이 3, 40명을 넘지 않고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콩 뛰고 팥 뛰듯한 사춘기 시절에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사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모름지기 인간관계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섞이고 물들어야 하는데 말인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사춘기 아이들도 나름 세상을 사느라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그 속도 모르고 네가 뭐가 부족해서 내 속을 썩이내고 혼내키면 정말 섭섭하다.

 

그런데 친구 사귀기가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우린 어렸을 적부터 친구 사귀기를 특별히 교육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가 만나 거사를 치루고 자식을 만드는 건 자연스럽게 살면서 터득하는 거라고 봉건적 사회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친구도 자주 얼굴 맞대고 지내면 다 친구가 되는 줄 안다. 왕따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 사람들은 의식하든 못하든 저 사람은 나의 친구가 되고 안 되고 줄긋기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잉여 또는 사각지대의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 특별히 성격상 자기를 어필할 줄 모르는 내성적인 사람이 왕따에 내몰리는 것 아닌가?

 

하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왕따는 어떻게 해도 생기려면 생긴다. 옛날 사춘기 시절엔 공부 잘하고 얼굴 잘 생긴 사람은 불변의 존재로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왕따 만들고, 얼굴 잘 생기면 그 이유만으로도 왕따가 되기도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인간관계는 참 웃긴다. 왕따 만들었던 사람이 어디가선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지 않는가? 영화는 살아 남은 자는 어떻게 천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는가를 실감있게 그린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자 역시 상처가 많은 존재임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서로를 보듬어 안자라는 다소 계몽적이고 도식적인 면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볼만 하다.  

 

원작이 좋아 그만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원작 보단 영화가 더 잘 만들지 않나 싶기도 하다. 추상박의 유아인은 아무래도 원작엔 없는 인물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유아인이 상대적으로 이 영화에선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나름 감초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엄마 역의 김희애도 예전엔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녀를 보는 게 편안해졌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의 중심축은 역시 김희애와 함께 만지 역의 고아성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난 이 다소 쌀쌀 맞으면서도 도도한 그러면서도 속 깊은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별점은 세 개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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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액션이나 암흑가의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전편을 본 건 순전히 조승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조승우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이번 작품에도 조승우가 나왔더라면 얼씨구나 하고 보는데 별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다. 조승우가 나오지 않는 타짜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어라, 아무리 형만한 아우가 없다지만 이번 타짜는 전편 보다 더 쎄으면 쎗지 결코 약하지 않는다는 게 나 개인적인 총평이긴 하다. 더 악랄하고, 더 악귀스럽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장르적 성공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다보면 감독이 꽤 편집(광까지는 아니어도)스럽겠다는 생각이 들긴하다. 정말 보여줄 것은 끝까지 악랄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거의 막판에 전편에도 나왔던 악귀의 김윤석을 끼고 4명이서 옷을 홀랑벗고 화투를 치는데 거의 기겁하는 줄 알았다. 실제로 고수들은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알 길은 없지만 감독은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다. 

 

뭐 거기까지는 또 좋다고 치자. 허미나역의 신세경의 팬티속으로 손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았다며 의심을 받아 자신의 결백을 보여주려 팬티까지 벗는데, 난 바로 이 지점에서 감독이 꽤 편집스럽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건 어찌보면 감독의 자세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 신세경이 대역을 썼던 직접 연기를 했던 배우로서의 자세를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또한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선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뭐 그런 것까지 굳이 보여줘야 하나 피로를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입장에선 그저 이하늬가 신세경 보다 몸매가 좋다는 것이고, 신세경이 몸매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이쁜 몸매도 아니면서 굳이 팬티까지 벗어야 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결국 감독은 뭘 보여주려 했을까? 나야 타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신의 경지라는 고수의 세계에도 권모와 술수가 존재하며 분명 그들의 세계가 일반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오락이었고.                   

 

맨 끝에 가서 허미나의 오빠 광철이 장렬하게 죽고 어느 산 나무 밑에 돈가방을 묻어났다는 둥 편지질하는 건 좀 오버 같고 웃기긴 한데 그런 것만 빼면 나름 볼만한 영화긴 하다.

별 세 개 내지 세 개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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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1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각본 맡은 분이 예전에 참석했던 독서모임 덕분에 친분을 맺어요. 이 영화 나오기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런데 전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요. ^^;;

stella.K 2015-03-17 12:33   좋아요 0 | URL
ㅎㅎ 한 번 봐봐. 솔직히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딱히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없지만 잘 만든 영화 같기는 해.
거기서 빛났던 배우는 이하늬와 곽도원쯤이라고나 할까?
유해진이 이미지가 좋아져서인지 잠깐 나오는데 좋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