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오늘 이 책을 받았다. 예정대로라면 조금 더 일찍 받을 수도 있었는데 보내는 측에서 우리 집 주소를 불명확하게 기입하는 바람에 배달 사고가 났고 오늘에야 받은 것이다. 아마도 신주소와 구주소가 섞여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올해부터 신주소를 써야 한다고 하기에 쓰고 있는데 아직도 택배 아저씨들이 구주소가 익숙한지 겉봉에 구주소가 자꾸 따로 기입되어 오고 있어 아무래도 그럴바엔 아예 구주소로 다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내가 돈 주고 살리는 없고(책 값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운 좋게도 모처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받아보게 됐다. 받고 보니 정말 묵직하다. 그도그럴 것이 800쪽이다. 두껍고 괜찮은 소설 두 권짜리도 읽는데 그 셈치고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빌 클린턴의 자서전 보다는 조금 얇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완독을 할 수 있을까? 조금은 의문스럽다. 한 나라의 대통령의 이야기고 대통령의 주된 업무가 정치, 경제, 외교 기타 등등이고 그 이야기가 전면에 깔릴텐데 내가 뭐 그 방면을 잘 아는 것도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완독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은 갔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이라 이 분이 말이 많다면 왜 많은지, 탈이 많다면 왜 많은지 알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전혀 딴나라에서 역이민왔나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무가 현역으로 있을 때와  퇴임 이후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고 싶다고나 할까? 

 

그건 그냥 하기 좋은 말이고, 난 솔직히 정치엔 그다지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지라 역대로 대통령이 누가 되도 관심이 없다는 쪽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야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욕하는 쪽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저들은 왜 대통령을 욕하는가? 정말 대통령이 비난 받을만 한 것인가? 어떤 논리와 타당성이 있는가? 아니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그들은 대통령이 이명박이기 때문에 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누가 되도 욕을 할 사람인 것인지 뭘 좀 알고 싶었다. 어차피 대통령을 포함 모든 리더의 자리는 욕 먹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런 것처럼 이 책이 출판되자 역시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 서점의 간단 리뷰를 포함 모든 리뷰를 봤을 때 호불호가 거의 명확하게 갈리고 있었다. 중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나는 또 이 책을 읽고 어떤 평을 내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야 자서전에 잘 감동하는 편이니 이 책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전에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고 울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 대통령에게 흘린 눈물은 가산점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불운하게 생을 마감한 분이 아닌가. 하지만 비교적 행복한 퇴임을 맞은 이 대통령에게 흘릴 눈물은 없으니 조금은 냉정할 것도 같다.

 

어치피 누구의 자서전이건 자신의 관점에서 쓰는 것이니 공정성을 논한다는 건 한계는 있어 보인다. 그래서 누구는 이 책과 대척점에 있는 <MB의 비용>을 함께 읽겠다고 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할 것이다.       

 

마침 이 책에 이벤트가 붙었는데 그 시상 내용이 좀 거창하다. 결코 적지 않은 상금이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도 준단다. 이 대통령과 식사 한번 같이하기 위해 리뷰 쓸 때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쓰게 될지도 모르고, 주최측 역시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리뷰를 쓴 사람에게 영예를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부터도 읽기도 전에 냉정하게 리뷰를 써야지 하다가도 밥 한 번 같이 먹게될지도 모르는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자서전을 내는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서전을 내고 안 내고야 순전히 자기소관이지만 그 사람이 좋고 싫고를 떠나 그냥 자신의 글을 썼다는 것에 방점을 뒀으면 한다. 아니할 말로 누구든 공과는 다 있게 마련이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나라 팔아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나라에 먹칠을 했을지언정... 

아무튼 난 이런 다소 낙천적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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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3-2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정치>를 읽었는데
그 책과 상반되는 내용의 책일 듯싶네요.
두 권을 함께 읽으면 균형적인 시각이 잡혀지려나요...

요즘 글도 많이 쓰시고... 당첨도 되시다니 공짜로 얻는 기분이 좋았겠군요.^^

미세먼지만 없다면 좋은 봄날입니다.

stella.K 2015-03-21 17:13   좋아요 0 | URL
책 이벤트는 요즘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좋은 책도 많은데...
그런데 이 책이 그냥 안 넘겨지더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돈 주고 사서 읽은 사람이 저는 궁금합니다.
근데...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사실 뻥`이잖아요.
사람들은 뻥에 재미를 느끼니 이 책도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15-03-21 17:1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꽤 좋아하던데요?
제가 귀가 얇아서 이책 읽고 좋게 쓸 지도 몰라요.
그렇더라도 저 미워하시면 안 됩니다.ㅎㅎ

cyrus 2015-03-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페이스북에 출판사 서평 이벤트 공지를 확인하면 상금에 눈이 멀어서 정말 열심히 쓰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잘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아부성 짙은 글을 쓰기도 싫고, 대통령 각하와 식사하는 기회가 있어도 딱히 하고 싶은 말도 없고요. 그런데 이 책이 노이즈 마케팅 덕분에 잘 팔린 상황에서 서평 이벤트까지 진행하면 판매부수도 더 올라갈 것 같아요. 서평 이벤트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stella.K 2015-03-22 19:42   좋아요 0 | URL
난 필력이 모자라 잘 쓴다해도 뽑아주지도 않겠지만
만약 순위안에 든다면 식사는 하고 싶어.
식사로 뭐가 나오는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
아무튼 먹는 거라면 안 빠지는 편이라서 말이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