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잉크냄새 > 엄마 걱정



엄마 걱정

- 기형도 -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아주 먼 옛날
선잠결에 얼핏 들리는 부엌의 달그락거리는 설겆이 소리만으로도 아늑히 행복해지던
그 시절, 내 유년의 아랫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기다림으로 > (빨간머리 앤 1) - 예쁜, 그 이상의 사랑스러움

동화 속 주인공들 중에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애정을 받는 3대 여자아이들을 뽑는다면.. '앨리스' '도로시' 그리고 '앤' 일게다.(라고 저명한 작가가 말했다한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정말 명언이다 싶을만큼 '앤'에 대해서 잘 써내려간 노래가사만큼, 미야자키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빨간머리 앤'은 만들어진지 20년이 넘은 지금봐도 조금도 촌스럽지 않을만큼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특유의 섬세한 색채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의 정경묘사를 먼저 살펴보자.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아름다운 곳곳의 풍경은, 그림엽서로 써도 놓을만큼의 풍부한 감성이 가득하다. 앤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그의 인격적 부분이야 어찌됐든) 탁월한 원화 실력의 미야자키, 몽고메리 여사의 상상력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움이랄까..


어느 하나도 버릴 곳이 없을만큼, 캡쳐를 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질만큼, 이 곳은 정말 아름답다.

자연이란 것은, 말없이 사람을 키워낸다. 계절을 따라 변하는 그네들의 모습속에서 겸허함과 놀라움과 생명력에 대해서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마법을 가진 것이다.


저 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닐거라고, 그런 생각이 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ira95 2004-12-1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 퍼갑니다요~~

icaru 2004-12-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퍼가요!!!

stella.K 2004-12-1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머리 앤은 소녀였다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흐흐.
 
 전출처 : 진/우맘 > 알라딘 에러 잡는 민간요법 ^^;

제가 컴을 잘 알지는 못해서, 이 비방이 제 컴에만 해당되는지 다른 분께도 적용되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하간, 아직도 가끔 에러가 나곤 하잖아요? 오늘, 오랜만에 스텔라님 서재에서 코멘트 에러와 맞닥뜨렸습니다. 코멘트 열심히 쓰고 등록하기를 누르면,


요런 화면이 뜨는 에러요. 그런 경우는 '뒤로가기'를 하면 대개 코멘트가 살아있더라구요. 그럼, 그 코멘트 내용을 드래그하고 복사하셔서는, 에디터 쓰기로 들어가세요. 그래서, 에디터 쓰기 상태에서 붙인 후 등록하기를 누르면, 대부분 에러 없이 등록이 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일 큰 문제인 br의 자가증식 문제....엔터를 치면, 줄간격이 지맘대로 죽죽 늘어나서 불편하죠? 아까 찌리릿님 서재에 가 보니, 그 문제 때문에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자학하고 계시더라구요.TT 
지난 번 비발샘이 html상태에서 br을 삭제하는 방도도 내셨는데, 에디터의 유령은 그 방법에도 굴하지 않더라구요.
우선은, shift + enter 이상의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shift + enter 를 누르면 바로 다음 줄로 넘어가고, 예전의 그냥 enter 효과를 내고 싶으면 shift + enter 를 두 번 누르는 거지요. 이미지를 올리는 경우도 그냥 enter 말고 shift + enter 를 누르면, 대부분 괜찮게 등록되더라구요.

말 그대로 컴맹 진/우맘의 민간요법이라,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겠지만.... 혹여 다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그냥 한 번 올려봅니다.^^
글자크기가 예전엔 스몰-미디엄, 그런 식으로 표기되어 불편하더니, 오늘 보니 8, 10 같이 숫자로 바뀌었구요, 이미지 등록하다보면 맨날 '글 위로'를 클릭하느라 귀찮았는데, 그 부분도 세심하게 고쳐주셨네요. 고생하는 보람이 있게 얼른, 에디터의 유령이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점심 맛나게 드세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4-12-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금방 님의 박완서님의 책에 대한 그림페이퍼에 코멘트를 달려니 에러가 뜨더라구요!..답답해서 퍼오고 추천누르고 했어요..ㅋㅋ....

그럼 요방법으로 다시?..^^

stella.K 2004-12-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반가와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리는 '그림, 소설을 읽다' 전 첫번째
 
▲ 박항률의 '기원' - 박완서의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중에서

문학평론가들이 각 소설가의 대표작에서 명문장 50개를 추리고, 다시 화가가 그 중 20개를 뽑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작업을 거친 작품들을 그 소설 속의 문장과 함께 감상해 보고자 한다.

▲ 박항률의 '길' -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2004 박항률

..급보를 받고 달려갔을 때 오빠는 구파발의 아직 피난을 못 가고 남아 있던 조그만 병원에 방치돼 있었고 부대는 이동한 뒤였다.

진상을 더 자세히 알아도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오빠는 우리가 전해 들은 거 이상을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다량의 출혈로 창백해진 오빠는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초로의 의사는 친절했지만 그 집도 피난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 박항률의 '연인' - 박완서의 소설 '목마른 계절' 중에서
ⓒ2004 박항률

..남자와 여자의 접촉은 일순에 지나가 버리지 않는 무엇을 남겼고, 진이는 그 무엇으로부터 민첩하게 자기를 수습하지 못해 한동안 멍했다. 따끔한 턱과 부드러운 입술이 잠시 닿았을 뿐인, 극히 단순한 접촉에는 황홀한 기쁨이 있었다. 그건 전혀 예기치 않은, 새로운 감각의 각성이었다. 준식의 무심한 동작에는 날카롭게 날이 선 관능이 비장되어 있었고, 그날이 드디어 진이의 감각의 생경(生硬)한 외각(外殼)을 찌른 것이다...

(박완서의 소설 '목마른 계절' 중에서)

▲ 박항률의 '꿈꾸는 달' - 박완서의 소설 '오만과 몽상' 중에서
ⓒ2004 박항률

..산경(山景)은 해질녘보다 오히려 어스름했다. 비수처럼 차갑게 생긴 초승달이 산꼭대기에 머물러 있었다. 어둠은 습기 차서 눅눅하고 무거웠다.

마당가에 코스모스 꽃이 곤충들의 떼죽음처럼 축 처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노부인의 모습은 안에서 볼 때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한 줌밖에 안 될 것 같아 문득 가슴이 찡했다...

(박완서의 소설 '오만과 몽상' 중에서)

▲ 박항률의 '빛과 그늘' - 박완서의 소설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중에서
ⓒ2004 박항률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이면서도 사람 헷갈리게 하는 이런 양반집 규수다운 법도야말로 어머니가 장만할 수 있는 유일한 혼수인 걸 어쩌랴. 자연히 피로연까지도 그의 몫이 되었다. 그는 그 당시 서울에서 제일 큰 중국 요릿집인 아서원에다 양가의 하객 수를 다 먹일 만한 피로연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친정 친척들은 먼 친척 가까운 친척, 외가 진외가 할 것 없이 모두모두 양반님네였으므로 어쩌다 중인한테 시집보내 지체를 떨어뜨린 분풀이로 너무도 당당하게, 털끝만치도 굽 잡히지 않고,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모두 그 피로연에서 마음껏 먹고 마셨다...

(박완서의 소설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중에서)

▲ 박항률의 '미망 1' - 박완서의 소설 '미망' 중에서
ⓒ2004 박항률

..그 목고개의 선이 애처롭도록 고왔다.
내 임이 가만가만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앞산에는 빨간 꽃요
뒷산에는 노란 꽃요
빨간 꽃은 치마 짓고
노란 꽃은 저고리 지어
풀 꺾어 머리 허고
그이 딱지 솥을 걸어
흙가루로 밥을 짓고
솔잎을랑 국수 말아
풀각시를 절 시키세
풀각시가 절을 허면
망근을 쓴 신랑이랑
꼭지꼭지 흔들면서
밤주먹에 물마시네..


(박완서의 소설 '미망' 중에서)

▲ 박항률의 '저물녘의 황홀'- 박완서의 소설 '저물녘의 황홀' 중에서
ⓒ2004 박항률

..그러던 어느 날 엷은 꽃구름을 두른 한 그루 나무가 땅 속에서 솟은 것처럼 그 한가운데 나타났다. 어머, 저기 벚꽃나무가 있었네. 딸도 그것을 처음 본 듯 이렇게 환성을 질렀다.
엷은 꽃구름은 불과 일주일만에 활짝 피어났다.

어찌나 미친 듯이 피어나던지 야적장을 드나드는 중기차 때무에 딱딱한 불모의 땅이 된 공터에 묻혔던 봄의 정령이 돌파구를 만나 아우성 치며 분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박완서의 소설 '저물녘의 황홀' 중에서)

▲ 박항률의 '저녁의 해후' - 박완서의 소설 '저녁의 해후' 중에서
ⓒ2004 박항률

..시접골 그의 집은 바깥채는 초가고 안채는 기와집인 전형적인 송도 가옥이었다. 안뜰은 희고, 마루는 길이 잘 들어 거울처럼 번들댔다. 화강암이 부서져서 된 그 고장 특유의 토질은 도시 전체를 조용하고 정갈하게 보이게 했지만 그날 그집 안뜰은 유난히 희게 보였다. 마치 송악산에서 몇 날 며칠 마련한 당목을 길길이 펴놓은 것 같았다. 부엌 앞 긴 돌엔 치자나무 화분이 놓였었고 동쪽 담장 밑엔 국화꽃이 만발해 있었다...

(박완서의 소설 '저녁의 해후' 중에서)

ⓒ2004 유영수
출처:
나무
blog.chosun.com/alwayshj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12-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좋네요. 박완서님의 글과 박항률 화백의 그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stella.K 2004-12-0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보이는가 보군요. 요즘 알라딘이 나는 보이는데 남은 안 보인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안했다는...^^
 







여자, 정혜(女子, 정혜 / The Charming Girl, 2005)




출처:djuna.nkino.com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혜
느린 호흡의 아트 하우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자, 정혜]의 도입부에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전혀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정혜라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의 삶을 묘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 하니까요. 정혜는 직장에 다니고 길가에서 길잃은 고양이를 주워오고 화초에 물을 주고 서점에서 품절된 책을 주문하고 가끔 직장 동료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이 사람의 일상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조용해서 영화화할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바로 그래서 영화가 투명 스토커의 몰래 카메라처럼 음란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카메라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누군가의 깊이 있는 삶이 아니라 예쁜 30대 초반 여성의 피상적인 외양일 수도 있다는 거죠.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 관객들은 이 정혜라는 여성이 우체국에서 흔히 접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평범함의 범주 안에 들기엔 지나칠 정도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고 그 고립 속에서 어떤 불만족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죠. 정혜는 직장 동료들과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지만 거기에서 벗어나면 어린아이처럼 서툴고 거의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영화가 조금 더 진행되어 신혼여행 첫날 밤에 남편을 버리고 집으로 달아난 '전과'에 대해 들을 무렵이면 관객들도 이 사람에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의심하게 됩니다. 구두가게에서 무신경한 직원의 행동에 대해 조심스럽게 불평하는 장면에 이르면 이 무표정하고 얌전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고요.

어느 순간부터 정혜를 둘러싼 세계는 마들렌 과자가 둥둥 떠다니는 홍차 호수로 변해갑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자잘한 사건들이 정혜의 과거를 회상하는 과거가 되는 거죠. 1년 전에 죽은 어머니, 재앙으로 끝난 짧은 결혼, 그리고 과거의 끔찍한 경험. 이 순간부터 흐릿했던 드라마는 구체적인 실체를 갖추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가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걷어내려는 서툰 몸짓을 시도하지요.

[여자, 정혜]는 논리적인 드라마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정혜라는 캐릭터의 미스터리를 해명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은 직관적이고 무논리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죠. 예를 들어 정혜가 모텔방에서 술취한 남자를 위로하는 장면과 그 뒤에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재회의 장면은 메스라는 공통된 소재에 의해 연결되지만 논리적인 연결성은 없습니다. 정혜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심적 갈등을 거치는데 영화는 이들은 인과에 따라 한 줄로 나란히 배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이런 무논리성은 어떤 때는 매력적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호흡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 정혜]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번째 재감상 때가 훨씬 나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분명한 스토리를 정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정보 없는 관객들은 쉽게 지루한 일상의 미로 속으로 빠져버릴 겁니다.

[여자, 정혜]에는 무심한 냉정함과 따뜻한 동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 정혜와 조금 닮았어요. 퉁명스러운 태도로 짝사랑의 감정을 감추는 수줍은 사람처럼 영화는 일부러 무표정한 건조함을 위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주인공 옆을 맴도는 집요한 접근법에서 무표정함 속에 숨겨진 관심과 애정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아요. 결국 폭발적인 클라이막스를 거친 뒤엔 그 얄팍한 위장은 거의 완전히 벗겨지고 맙니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김지수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게 좀 까다롭습니다. 우선 여러분이 김지수의 '연기변신'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김지수는 지난 십 여년 동안 텔레비전에서 보여주었던 바로 그런 연기를 보여줍니다. 청순가련 분위기를 풍기는 깔끔한 내숭연기 말이죠 (제가 한국 텔레비전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끊은 몇 년 동안 이 배우가 갑작스러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해도 논점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정혜의 일상생활을 묘사하는 몇몇 장면은 김지수의 기존 이미지 때문에 위험할 정도로 평면적이 됩니다. 그건 이 배우의 텔레비전 배우식 미모 때문일 수도 있겠죠.

단지 여기엔 세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가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인물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나 있습니다. 둘째, 배우가 캐릭터에 자신을 보다 깊이 투영할 여유가 존재합니다. 세째, 영화가 배우를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전의 평범한 내숭 연기에 사용되었던 테크닉이 억압된 기억과 감정이 꿈틀거리는 위험하고 흥미로운 인물을 구축하는 데 투입되는 것입니다. 결과는 종종 놀랍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전 김지수의 얼굴 클로즈업이 이처럼 강렬할 수 있었는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요.

[여자, 정혜]는 모범적인 아시아 아트 하우스 영화입니다. 이 느릿느릿한 영화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공유하는 장르적 관습과 테크닉, 고정관념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아요. 종종 이 엄격한 태도가 영화를 목조르는 것도 사실이고요. 단 하나만의 설명만으로 캐릭터 전체를 설명하려는 것 같은 과거의 폭로가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법이 정혜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아주 적절한 방식으로 쓰였고 그 결과 역시 강렬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상이 도식적이라고 했지만 그 고통의 강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뒤에 이어지는 클라이막스가 설득력을 잃는 것도 아니죠.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영화를 다 보고 작품 자체를 조망할 수 있을 때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요. (04/11/22)

DJUNA


 


**2005년,가장 먼저 보고싶은 영화중의 하나.포스터 사진속의 김지수..느낌이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