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멤버인 박 집사님이 지난 주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어제 모임에 나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목요일이었던 터라 주일 날 있는 모임에 나올 수 있을까 약간은 우려된 상황이었는데 비교적 밝은 얼굴로 나왔다. 어머니가 워낙에 고령이신데다 마침 그 전 주에 아무래도 다음 주쯤 돌아가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는데 그 시기를 거의 정확하게 맞쳤다. 인간의 죽음도 정확하게 맞추는 현대 의학에 새삼 경의를 표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런 건 다 저절로 알아지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호상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박 집사님이 그런 말을 한다. 어머니 장지에 뭍으면서 그동안 냉장고에 보관했던 우리 치치도 같이 뭍어 줬다고. 아마도 가시는 길 치치가 있어 외롭진 않으셨을 거라고.
치치는 박 집사님 집에서 키웠던 반려견으로 지난 여름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그 치치를 해결을 못해 그동안 냉장고에 보관했었단 말씀...? 순간 나를 비롯해 거기 모인 멤버들이 다 같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분한테 이런 엽기적인데가 있었다니.
그러자 우리의 박 집사님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지금 무슨 상상들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치치 화장하고 보관 중인 뼈가루. 그거 엄마 옆에 뭍어줬다구."
그러자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리도 고상하신 분이 아무리 키우던 반려견이 좋다고 그렇게까지...ㅎㅎ 설명인즉,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아드님이 치치가 죽을 무렵 조만간 귀국하면 자기가 직접 묻어 주겠노라고 그때까지 냉장 보관을 부탁했단다. 그런 걸 최근 취직에 성공해 앞으로 당분간 한국 나올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 걸 이번에 그런 식으로 처리하게 된 것을 듣는 사람은 듣는 사람대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었으니. 치치의 뼈가루라봤자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것을. 그동안 우리가 TV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