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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김용섭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은 몇 년 전부터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싶다.
그 책은 한 해 동안 트렌드를 분석하고 다가올 트렌드를 전망해 보는 뭐 그런 책인데 그런 분석자가 김난도 교수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이 책도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다. 특히 부제가 ‘적당한 불편’인데 저자는 이걸 키워드로 삼은 것 같다.
이 시대는 이제 단순히 스마트한 시대를 넘어 포스트 휴먼의 시대라고 한다. 인간이 로봇과 바둑도 하고, 가사 일을 돕고 의료 수술에도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그녀>에서처럼 사람의 외로움도 달래주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이제 외로울 틈도 없고, 마냥 편한 생활만 영위할 것도 같다. 그런데 적당한 불편이라니?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리는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모든 물건에 포장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게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편하고 예쁘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걸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또 이 적당한 불편은 요근래에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나친 포장을 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문제를 인식했으니 최근의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걸 이제 단순히 환경 문제로만 보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적극적인 생각의 전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환경의 문제가 우리의 생활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과 관련해 샴푸를 쓰지 않거나 써도 아주 소량만 쓰며, 화학제품 역시 사용하지 않거나 자제해서 쓰는 노케미족이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사례를 보면 우리의 건강의 문제를 그런 화학제품이나 만드는 회사에 의탁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에 아직도 2G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있단다. 아직도 016이니 017이니 하는 번호로 시작하는 전화 말이다. 내 주위만 하더라도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희귀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보안 때문이기도 한데 스마트폰과 겸해서 사용한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하긴 예전에 군용무전기 같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아직도 있다는데 그걸 신기하게 볼 것은 아니다. 분명 새로운 것이 개발된다고 옛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 많은 것들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런 스마트한 시대에도 옛 복고를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옛것을 그리워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난 2G는 아니지만 옛날 핸드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옛날 핸드폰을 사용한다고 은근 조롱하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난 아마도 이 핸드폰이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할 것이며 설령 바꾼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쓰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기 시작할 때 그것에 대한 유혹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실용성을 따져 봤을 때 이건 나에게 그다지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트렌드란 결국 소비를 뜻하기도 하는데 지조 있는 소비 트렌드가 결국 대세인 것이다.
이 책에서 또 괄목한 내용은 자발적 가난이다. 일부러 가난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것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한다던 스몰 웨딩도 그중 하나 일 것이다. 마침 이 책을 읽는 동안 TV에서 자발적 가난을 취재한 방송을 봤는데 그게 얼마나 홀가분하고 아기자기해 보이는지 나도 한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밖에 혼밥, 혼술은 이제 너무 흔한 트렌드라 굳이 말할 것도 없는데, 요즘엔 혼자 식당에 와서 같은 혼밥족과 밥을 어울려 먹는 것이 유행이란다. 아무리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하다고 해도 같이 먹는 밥만 같겠는가? 그렇게 가끔씩 함께 어울려 먹기도 해야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드는 생각은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가 득세한다고 비판해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려면 함께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인간은 이러면서 진화를 해 왔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는 단순히 뭐가 유행이고, 뭐가 인기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인간은 얼마나 이 세상을 잘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욕망이 숨어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당대에선 별로 읽어야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특별히 트렌드 분석에 관심이 없다면 말이다. 그냥 그동안의 데이터를 정리한다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책이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미래학에 관한 책은 아니다. 적어도 5년 전 것을 읽는다면 오히려 새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말이다. 선사시대 땐 벽에 그림을 그리며 역사를 그것도 일상사를 되새겼다지 않은가.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깔끔하게 책으로 나오니 말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꼼꼼한 분석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깔끔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써 놓을 수 있을까? 비록 문학적 수사도 없고 철학적 깊이는 더더욱 없지만(그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오히려 건조하리만치 명료해서 좋았다. 머리가 복잡하면 차라리 이런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