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시유적이면서도 꽉 찬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벼르고 별러서 읽은 책이다(좋아하는데 언제 한 번 중고샵에 떨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떨어지자 나꿔채듯 샀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손이 안 움직이던지.ㅋ)
그는 한 때 출판인의 길을 걸었다. 책이 좋아 출판사의 편집일을 했고 나중에는 출판사를 직접 경영하기도 했는데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정작 좋아하는 책은 못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를 접고 지금은 인문학자로 저술에 힘 쓰고 있다고 한다.
나도 철 모를 때 책이 너무 좋으니 나중에 서점이나 해 볼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철들고부터 접었다.
바로 장석주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서점만 해도 바빠서 책 읽을 새가 없다고 하는데 출판사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눈도 많이 안 좋아졌고 무엇보다 진득하니 앉아서 책 읽을 수가 없다. 차라리 다시 서점 주인의 꿈이라도 꿀 걸 그랬나 싶다. 그런데 요즘 서점은 옛날의 그것과 달라 창의적 운영해야 살아남을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서점을 한다면 금방 도태될 것 같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꿈을 접기로 했다.
장석주야 말로 옛날 선비처럼 글을 읽다. 자신이 읽은 책을 꼼꼼 리뷰하면서 사계절의 이미지를 담았다. 탁월하다. 무엇보다 글 속에 그의 책 읽는 모습이 실루엣처럼 나타나기도 하는데 한 폭의 동양화 그림을 보는 것도 같고 그 모습이 아련했다. 모름지기 책을 읽는다면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책 읽는 자세는 할 것 다하고, 놀 것 다 놀고 나머지 자투리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바쁜 생활인이 그렇게 자투리 시간을 쪼개 읽는 거라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나마 예전엔 누워서 책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정자세로 앉아서 읽는다. 다른 뜻은 없고 누워서는 이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서재에 이미지로 사용했던 사진이다.
인상적여서 좋긴 하지만 저런 자세로 매일 한 시간씩 읽으면
류마치스 신경통에 딱 걸리기 좋은 자세다.
요즘엔 아침 여섯 시면 일어나 두 시간 남짓 녹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남는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부터 읽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지는 두어 달쯤 되오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잠도 11시 정도면 잔다(내가 보는 드라마는 보고 자야겠기에). 그전까지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적어도 난 아침에 책을 읽지 않았다. 앞으로 이게 습관화가 되면 내 머리에 얼마만한 지식이 쌓일런지 모르겠다. 그건 고사하고 그래야 내 방 곳곳에 쌓인 책들을 어느 정도 읽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요즘엔 연말이라 그런지 조금 흐트러졌다. 새해부터 다시 고삐를 트러쥐어야겠다.
아무튼 장석주의 책 읽는 모습을 보면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한문으로 이름을 지은 그의 서재가 따로 있다고 하던데 얼마나 책을 읽으면 그런 서재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사실 읽은지가 꽤 된다. 올해 내가 몇 권이나 책을 읽었나 새어 봤더니 역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책을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저조하다 싶을 정도다. 그래도 이 책들이 있었기에 올 한 해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내 책 읽는 삶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