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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일반판
데이빗 핀처 감독, 벤 애플렉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일단 기본은 하는 감독이라 그의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작품도 그랬다. 단지 인간의 이상 심리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겉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남자들이여, 결혼해서 바람 피우는 걸 대수롭게 여기지 말아라. 나중에 큰코 닥칠 날 있다. 뭐 대충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능적이기는 남자 보다 여자가 한 수 위 아닌가? 오죽했으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여름에도 서리리 내린다고 했을까. 진짜 여자 주인공 으시시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사랑이 식어지면 이혼해버리고 말지. 그래서 결혼은 이 시대에 낡고, 거추장스러우며, 비인기 종목의 장사인지도 모르겠다.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하지만 또 이런 옳은 생각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왜 결혼은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하나님은 인간의 결혼을 신성한 것으로 규정하셨다. 얼마 전, 누가 그런 말을 했다.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행복하기 위해 하는 거라면 십중팔구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결혼은 둘의 온전한 연합이라고. 그것을 알아야 행복해진다고. 과연 그렇겠다 싶다. 결혼은 이미지가 아닌데 사람들은 자꾸 영화 같을 거란 환상을 갖는 것 같다. 환상이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크다.
이미지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게 앞서 말한 교훈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더 주목해서 봐야하는 건, 우리가 이미지 또는 조작된 언론에 얼마나 속고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 주기도 한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또 대범하게 이용했던 게 주인공 에이미이기도 하다. 또 오늘 날 어떤 식의 싸움도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싸움은 없다. 그러니 누가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누가 실종되면 그렇게 영화에서와 같이 방송에도 나가고, 실시간 상황들을 보도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 선거 모습과 크게 다를바가 없어 보인다. 그 나라의 낙천성을 반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는 그다지 우리 실정엔 맞아 보이지 않는다. 하긴 미국은 부부 중심이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하다. 우리나라는 둘은 그럭저럭 살만한데 늘 그 주변사람이 문제다.
이를테면 시랜드나 처랜드 사람들 말이다. 며칠 전, 알고 지내는 지인 한 분이 평소 수수하고 고상해서 결혼생활을 잘 하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말 끝에 시댁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분이 그렇게까지 시댁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사는 줄은 몰랐다. 그 고상한 입에서 욕이 떠나지 않으며 누가 자신의 시어머니를 경찰에 신고 해 주던가, 손에 칼이라도 쥐어 있다면 찌를 것만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난 엄마의 지난했던 과거의 시집살이가 생각났고, 이건 그 보다 더한 리얼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다. 잠재적 가해자란 말이 있는데 이건 꼭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럴 경우는 피동형 잠재적 가해자라고 해야하는 걸까?
물론 그렇다고 그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볼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얘기할 정도라면 그건 수다로 푸는 것일 게다. 우리네 아낙들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것 아니겠는가.
이럴 때 가장 이상적인 건 부부가 이민을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막내 작은 아버지는 결혼한지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미국으로 일찌감치 이민을 가 부인을 시댁의 고통으로부터 지켜 주었다(이런 남자는 평생 업어주고 살 것 같다). 하긴 나의 막내 작은 엄마는 한국에 있을 때도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고통은 맏며느리였던 울엄마가 거의 다 받았지. 동서들이야 엄마의 고통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정도였지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그분도 그랬다. 하필 맏며느리로 들어가 그런 고통을 당하고 사는 건지. 이런 것들을 오버랩 하면서 감독이 언젠가 우리나라 결혼 실태를 좀 알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이 여성 관객을 의식했을까? 남편 역시 여론을 이용해 반전을 꽤 하지만 실패한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바람 핀 주제에 반전에 성공하면 진상으로 찍힐 것이 아닌가. 앞서도 말하지 않았는가? 바람 피면 큰코 다치는 영화라고. 그런데 여자도 참 그렇긴 하다. 승률을 잡기위해 결혼하는 거 맞는 건가? 난 이 영화가 역으로 결혼은 멍청한 사람과 하는 것이 좋다고 보여질까 봐 그것도 좀 껄끄럽다. 누구도 결혼을 좋은 사람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모르긴 해도 영화속 부부 특히 멍청한 남편 이것을 깨닫지 않으면 평화는 없을 것이며 평생 이 무서운 여자의 노예가 되어 살 것이다. 뭐든 무임승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