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책쓰기가 답이다
김태광 지음 / 위닝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그런 것처럼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선 좋은 것 같긴하다. 특히 이런 책의 저자들은 자기 확신을 갖고 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빠지지 않는 자기 확신가다. 확신이란 어떤 경험이 밑바침이 되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기 책을 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책 쓰기 하나로 이룩해 놓은 것이 많으니 반박하기도 어렵다. 

 

나도 이 책에서 은혜 받은 것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 어딘가에 왜 책을 못 내는가 뭐 그런 체크 리스트 항목을 보면 늘 마음에만 있으면서 정작 쓰지 않는 거. 뭐 이런 건 확실히 찔림을 받으면서, 난 너무 오랫동안 내 꿈을 방치했구나. 내 꿈에 회개와 용서를 구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주요 타깃이 직장인들에게 맞추어져 있어 나와는 좀 안 맞는 면이 있긴 하다. 단지 동기를 부여하는 거라든지, 책을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어서 그런 점에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저자가 너무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부담스럽다. 마치 모든 직장인들이 사표를 내던지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모든 것은 책 쓰기로 통할 것처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가히 톱이고 교주란 생각이 든다. 마치 책을 내면 하루아침에 대박인생이 되는 것처럼. 실제로 책을 써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의 예를 줄줄 읊는다. 특히 자신은 책 쓰기 기네스 기록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자랑도 한다. 그렇게 유명인사가 되었으니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많겠지.

 

그런데 나는 두 가지 점에서 이 책을 좋아할 수가 없다. 뭐 자기 사랑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저자는 성공에 대한 개념이 매우 한정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마흔도 채 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대박인생'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 요인인 것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돈을 많이 벌게되면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기회도 많으며, 좋은 환경과 조건이 주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몰아가고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 봤을까?

 

게다가 책 쓰기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책을 못 쓰는 사람은 열등한 것처럼 암묵적으로라도 표현한 대목들이 너무 많다. 이거 원 책 못 쓰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억울하면 출세하랬다고 정말 저자가 운영하는 글 쓰기 코칭 어쩌고 하는 곳에 당장 등록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또 그 조건이 약간은 살벌하다. 지금까지는 온갖 감언이설로 책 쓰기의 좋은 점을 마구 선전해 놓고, 자신이 운영하는 곳엘 들어 오려면 몇 가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예를들면 그런 거다. 새벽에 출근 건 두 시간씩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친구 안 만나고, 술 안 마시고, 오로지 책 쓰기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들이다. 하긴 뭐 책을 쓰고 싶으면 그 정도는 기본으로 깔아 줘야하는 건 사실이긴 하다. 그리고 술 마시는 시간에 글을 쓴다면 얼마나 건전한가? 그런데 뭔가 계속 석연치가 않다.

 

그게 또 생각해 보면 꼭 저자 잘못만도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누군가가 이것이 좋다고 말하면 정말 그것이 좋은가? 귀 얇은 국민성의 탓은 아닐까? 그런데 그것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 근본적인 건 사회 안전망은 아닐까? 이게 너무 약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다.   

 

책 좀 안 쓰면 어떠냐? 돈 좀 못 벌면 어떠냐? 그런 것으로 성공의 잣대를 삼아야 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 글도 자꾸 써 보니까 알겠더라. 다듬어지고, 더 잘 쓰고 싶고, 인정 받고 싶고. 그런데 사람마다 재능이 다 다르지 않는가?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아무 걱정없이 일하는 행복이 더 먼저 아닌가? 왜 그것을 인정하고 더 잘하라고 하지 않고, 직장은 언제 짤릴지 모르니 글 써서 돈 벌라고, 성공하라고 하면 그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 

 

그래. 또 그렇게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두 시간씩 써서 책을 냈다고 치자. 회사에서 그거 알아 주는가? 그건 책이 나와서 대박 베스트셀러를 내면 모를까 잠 줄여가며 책 쓰다 근무시간에 졸면 당장 눈 밖에 난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잠 못 자고 몸 혹사해서 암에라도 걸리면 누가 책임질 건가? 우리나라는 현재도 충분히 노력하고, 잘하고, 피곤한데 더 잘하고, 더 노력하고 그것도 모자라 뭔가를 더 해야하는 강박이 있다. 이제 그런 나를 놔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책 쓰는 것 하나를 나무라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다. 이게 좋으면 이거 따라하고, 저게 좋으면 저것 따라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사회가 싫어하는 말이다. 또한 책은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을 내더라도 독자와 작가가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책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을 많이 써 본 사람이 좋은 책을 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또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책을 많이 내도 그 밥에 그 나물 소리 듣는 작가가 있다. 독자는 똑똑하다. 이름만 듣고 무조건 지갑을 여는 독자는 이제 없다고 봐야한다.

 

글쎄, 나는 책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책은 그 작가의 쌓아온 지식과 사고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쓰기 위한 스킬만을 전수하고 철학이 없는 책은 참고서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본다. 그냥 참고해서는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안 써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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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16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하면 된다˝고 확신하는 어조가 많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아요.

stella.K 2016-02-17 13:01   좋아요 0 | URL
이런 분야의 저술가들 열심히 사는 건 뭐라 할 수 없겠지만
뭔가로 몰아가는 건 좀 그래. 적어도 내 성격과는 맞지 않아.
뭔가를 해야 한다면 안 할 수도 있거든.
물론 너무 안 하면 도태되겠지.ㅠ

오거서 2016-02-1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군요. 불안을 유발시켜 주장을 강하게 어필 하려 한다면 참 불편하죠~ ^^

stella.K 2016-02-17 13:04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 중에도 좀 묵직한 것도 더러는 있던데
이 책은 진짜 좀 그렇더군요.
제가 글 쓰기에 관심이 없다면 결코 선택 안했을 텐데 말입니다.ㅠ

2016-02-16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2-17 13:27   좋아요 0 | URL
그러니 그런 책을 읽은 저는 어떻겠습니까?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6-02-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독서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지만(안 하는 것보단 좋다고 생각함.)
글쓰기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가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가 글을 잘 써서 책을 내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큰일이지요.
정치는 누가 하나요? 기업은 누가 키우나요? 국가 대표선수는 누가 하나요? 가수는 누가 하나요?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기술이 뛰어난 운동선수나 발레리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점, 각기 다른 재능을 타고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지요.

책을 내는 사람만 많고 그것에 비해 읽어 주는 사람은 적고 그렇게 되길 저자가 바라는 건 아닐테지요?

글쓰기가 유익한 일임엔 틀림없지만 모든 국민이 글을 잘 쓸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다 잘 쓰면 다른 능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고 글만 쓰려고 할까 봐 걱정임.)ㅋㅋ
과장해서 써 봤습니다.


stella.K 2016-02-18 12: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개그맨 박영진이 자기 코너 말미에 항상 외치잖아요.
소는 누가 키우냐고.
전 박영진이 꽤 똑똑한 개그맨이라고 생각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