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테레사 카푸토 지음, 이봄 옮김 / 연금술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그런 사람이 있긴 있는가 보다. 영혼을 보는 사람. 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을 영매나 무당으로 지칭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왜 그런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느냐는 것이다.
오래 전,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의 외할머니가 그러셨다. 옛날엔 귀신을 보는 일은 흔했다고.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끼리 하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물론 나의 할머니는 무당은 아니었다. 보통은 천당이나 지옥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귀신이 된다고도 하는데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가 보다 했다. 밤에 그들이 나타나면 대야에 퍼놓은 물이 핏빛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했다.
할머니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오싹하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왜 요즘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냐고  여쭈었더니 요즘엔 너무 시끄럽고 탁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이긴 하지만 아주 안 믿기엔 뭔가 억울할 것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가 뭐가 아쉬워 한낮에 손녀에게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은 할머니의 그 말을 어느 정도 뒷받침 해 주기도 한다. 영혼을 보거나 느끼는 일은 영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인도 조금만 기울이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구나 싶다.
하지만 책 내용은 그동안 죽음이나 영혼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에서 그다지 많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구체적이고, 디테일하다고나 할까? 작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는 느낌이 들어  솔직히 좀 지루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은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깨닫길 바라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책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이 어떤 면에선 신빙성이 다서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영계는 물질계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에 관한 설명은 나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의 문장을 보라.(당신은 영계에서 또는 당신이 죽으면)

당신은 자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이 삶에서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잘 이해했고 수행했는지에 따라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한 것에 대해 벌을 받지는 않는다. 자기자신에 대해 기분 나쁘게 만드는 잔혹한 벌과 심판은 우리가 물질세계에서 서로에게 가한 것들이다. 천국에서 당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때 흔히 생각하듯 신은 지옥을 불과 유황 모습이 아니라고 나는 들었다. 신과 당신의 안내자들은 자애롭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갖고 있다. 그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영혼이 내게 보여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평균적인 흠이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영원한 지옥살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164p)

 나는 이 말이 영 미덥지가 않고 작가가 어떠한 논리나 해석없이 멋대로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어서도 벌을 받지 않는다면 지옥은 저쪽 세상의 것이 아닌 이 세상의 것이며, 서로가 복수하느라 아무 것도 못할 것이다. 또한 용서는 신의 것이고, 영적 세계의 것이지 인간은 도무지 아무 것도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는가?
무엇보다도 절규하듯, 지옥이나 가버리란 말은 영영 쓸모가 없는 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의 악한 자의 책임과 처벌은 누가하고, 그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천국과 지옥의 개념은 유사이래 있어왔던 말인데 그것을 과연 저자의 저 말 한 마디로 뒤엎을 수 있다고 보는가?   
이는 마치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과 흡사해 보이기도 하다. 폐지론자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폐지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범죄율이 떨어지지 않고 더 잔악해질 것이다. 어떠한 잔인한 방법으로 죄를 저지른다해도 법정 최고형은 종신형일 뿐이니까. 작가의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 보다 더 심각하다. 설혹 사형제도의 존속된다해도 죽어도 지옥은 안 갈테니 살아 있는 동안 어떤 끔찍한 범죄를 지를지 모를 일이다.
그뿐인가? 저자는 동물들과도 채널링인지 리딩을 한다고도 썼다. 내가 알기론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들었고 설혹 있다고 쳐도 지금까지 영매가 그런 일까지 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쨌든 그런 내용을 접하자 독서 의욕이 확 떨어졌다. 안 그래도 지루했었는데 .
난 감히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사람들한테 권할 수는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영적인 세계를 다 경험하고 쓴 책은 아닐 거라고 본다. 읽는다면 그냥 참고 정도만 하고, 이 분야에 대한 권위있는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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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릴때 죽ㄱ어 관에 들어가고도 깨어난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 본적은 있습니다만, 증명의 연대가 없으면 공감이 잘 안되긴 하죠.우리는 흔히 이런 오류에 빠지기도 하잖아요.주장의 과장에 대하여... 이때까지 이 지구상에 태어 났던(원시인까지 포함한다면) 사람들의 전부가 죽음의 사실은 절대적이지만 죽고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입증한 바는 없었거든요. 죽음이란 지극히 공통적이지만 또한 지극히 개인적이거든요. 요즘 혼의 비정상이란 말이 회자되는 바람에 ㅎㅎㅎ

stella.K 2015-11-19 15:2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하긴, 그래서 의사들 사망선고 빨리하지 말라는 얘기는 들었어요.
임사체험에 관한 이야기는 전 심심찮게 들어요.
정말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무작정 믿는 것도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한 평점이 대체로 높은 게
섞연치가 않아요.ㅠ

yureka01 2015-11-1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기야 저는 온라인으 평점은 그닥 신뢰하지는 않았습니다. 출판사나 서점의 마케팅에 따른 판매량의 왜곡이 없는 시대가 아니라서 말이죠. 그래서 출판사의 리뷰를 쓸때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더군요. 팔은 밖으로 굽지는 않는 이치는 다 비슷한건가 싶더라구요..^^..리뷰 잘봤어요 ^^..

stella.K 2015-11-19 17:5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해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음하하하하하~
제가 원래 직언을 하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제 무덤 제가 파기도 하지만.ㅠ
사실 나쁘다고 말하기 쉽지는 않죠.
애둘러 말하거나 완곡어법을 쓰게 되죠.
오늘은 저 인용구 말이 빡이 돌아서...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뭔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나는데요.. ㅎㅎㅎ

stella.K 2015-11-19 17: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철 노래가 생각나던데...ㅋㅋ

cyrus 2015-11-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웰다잉’ 같은 책이 많이 나오니까 영계와 관련된 책을 죽음을 주제로 한 인문서적으로 둔갑해서 나오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11-19 17:56   좋아요 0 | URL
지금은 모든 건 인문으로 통하긴 하지.
이 책은 인문학 책 같진 않고 그냥 에세이 같긴 해.
근데 좀 빡이쳐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