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나에게 있어 올해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지난 여름 본의 아니게 마태우스님과 사소한 의견차로 토라져버리고 서로 말도 안하고 있었을 때 이 책이 나온 걸 알았다. 그때 난 어떤 책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애써 외면했었다. 속으로,'사람 약올리는 방법도 여러가지군.'하며 말이다. 이 상태가 얼마나 갈까 기약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은 모름지기 싸움도 잘 해야하지만 풀어지기도 잘 해야한다. 난 그다지 한번 싸우면 잘 못 푸는 스타일인데, 마태님은 풀어주시는 것도 잘한다. 본인도 그러기 싶지 않을텐데, 그때 무엇인가를 개기로 나에 관한 이야기를 페이퍼에 덜컥 올려놔 주셨다. 그때의 쑥스러움이란...그때 나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정식 화해를 요청했고, 그것을 받아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정표로 이 책을 보내주시면 저를 용서해 주시는 뜻으로 알겠다고 했다.

그러자 두말도 않고 마태님은 즉시 이 책을 보내주셨다. 그만의 말싸인과 함께. 이로써 나는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즉 마태님은 싸움의 고수이시겠지만, 난 책을 얻는데 고수라고나 할까? 

 <대통령과 기생충>을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이 책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달랐다. 그리고 이 책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라.  의학적인 주제 가지고 이만큼 재미있게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이 몇권이나 되나? 의학이라면 왠지 어렵고 방대하고 무거울 것 같은데 이만큼 친숙하게 쓰기란 게 쉬운 일일까?

아주 오래 전 문국진 박사의 <지상아>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국내의 법의학 분야를 알기 쉽게 써서 대중화에 나름대로 성공한 책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쇼킹하기도 했고 흥미진진한 면도 있었지만 웃기지는 않았다. 법의학에 관한 책이 어떻게 웃길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렵기로는 법의학 못지 않은 의학 분야가 마태님의 손에 재탄생할 때는 정말 웃긴다. 특히 대머리에 관한 부분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대머리가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마태님 특유의 설득은 정말 그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잘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부록처럼 만들어 놓은 오지선다형의 문제들. 책이 지니고 있는 권위주의(?)를 과감하게 탈피한 유쾌한 기획이란 생각이든다.

하지만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도 지니셨는지를 또한 느낄 수가 있다. 그런 면면은 저자의 블로그를 드나들었던 사람들이라면 다 알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한데, 특히 책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정말 감동하게 된다. 특히 남자도 아기를 낳아보아야 한다며, 아프게 낳은 자식일수록 사랑으로 키운다는 다소는 여성의 출산의 고통을 당연시 하는 억지스런 말에 일침을 가하는 부분이란 감동하다 못해 통쾌하기까지 하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고통을 아는가?

그밖에 의료보험에 대한 생각 또한 함께 생각해 봐야할 부분으로, 현재 우리 가족은 아직 아픈 사람이나 다쳐서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만 하면 자연 의료보험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의사들이 의료보험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좀 의외란 생각이 든다. 또한 잘못된 의학 상식이 권력과 맞물리는 현 행태를 저자는 간과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모든 면면들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낄낄거리고 웃도 저자에 감동하게 만들었다. 특히 책을 닫으면서 자신의 책이 나오면 누구보다 사재기에 앞장 서 주시는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할 때도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참 겸손하시고 소박하신 분이란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끝으로 마태님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인용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읽으시는구나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이만한 책을 쓰시는 거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건, 올해가 다가기 전에 백세주로 화해주를 마셔야 할텐데, 2005년도도 내일 하루 남은 상황에서 그건 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해를 넘겨야 하는 걸까? 그래도 못 이룬 화해주는 유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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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2-3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책의 저자 알아요. -_-)/ ㅋㅋㅋㅋ

하늘바람 2005-12-3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참 재미있겠네요. ^^

stella.K 2005-12-3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밌어요. 꼭 보세요.^^

2005-12-3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1-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있는 마태님, 뭘 그리 쑥스러워 하십니까? 님답지 않으십니다. 저는 진실이 아니면 하지 않는데요!!^^

파란여우 2006-01-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아는 분의 책이구랴^^

stella.K 2006-01-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