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 불금이 기다려지는 건 여느 사람의 그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금하지 말란 법있나? 과거 토요일도 쎄 빠지게 일해야 하는 시절엔 일요일 보다 토요일이 더 좋은 것처럼 지금은 토요일도 휴일이 되다보니 금요일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건 꼭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 실력을 볼 수 있어서만도 아니다. 예전에 시즌1 때는 뭐 이런 프로가 있나 해서 <미생>과 함께 이어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생>이나 그에 버금가는 드라마를 하는 것도 아니라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 솜씨에도 불구하고 띄엄띄엄 보게 된다. 그거야 본방이 아니어도 삼방, 사방까지도 하니까.
또 그렇게 된데는 난 역시 예능 보단 드라마를, 드라마 보다는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역시 비슷한 시간대 괜찮은 드라마를 하게 되면 그걸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보는 드라마는 K2에서 하는 <스파이>란 드라마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건 돌고 도는 걸까? 과거 이념의 시대엔 이런 드라마가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 나 어렸을 때 이미 고인이 된 이낙훈이란 탤런트가 반장을 맡았던 <추적>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kbs도 제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비슷한 반공 드라마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80년대 중반 무렵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다시 등장한 것이다. 옛날엔 그야말로 반공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거라면 지금은 본격 첩보 액션 드라마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시작할 때 시그널 음악도 좋고, 배우의 연기력도 좋고 특히 사랑과 모성을 적당히 버무려 놓은 스토리 라인도 좋고 아무튼 제법이란 생각이 들어 오늘 밤도 기다려진다.
또한 JTBC에서 하는 <하녀들>이란 드라마는 정말 스토리가 좋다 싶다. 언제고 방송 드라마가 하녀라는 하층민을 소재로 삼은 적이 있던가? 옛날에 하층민 그것도 여자는 그것도 노비는 더더더군다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드라마 소재로 삼았다는 게 신선해 보인다. 특히 하인들이 양반을 골려먹는 장면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통쾌함마저 든다. 정말 하층민이라고 순순히 당하기만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또 어찌보면 이 드라마는 예전에 TV 시리즈 보았던 <뿌리>를 연상케도 한다. 억압받는 흑인이나 우리나라 노비들이나 무엇이 다를까 싶은 것이다.
배우의 연기도 좋긴 한데 배우 박철민의 연기 변신은 실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한 그저 억지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의 능청스런 조연에 머물다 이번엔 양반으로 거듭나서 선인과 악인을 왔다갔다 하는 좋게 말해 냉철한 이미지의 소유자로 그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종영했을 드라마였다. 하지만 촬영장이 불이나는 바람에 겨우 1회를 하고 한동안 하지못하다가 다시 방송하는 드라마다. 예기치 않은 불운을 겪은 드라마인만큼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둬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