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영화를 보는 일이 여간해서 없는데 오늘은 영화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하는데 어떻게 이걸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를 지금까지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볼 때마다 오드리 헵번은 정말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이나 머리 모양은 지금봐도 꽤 세련됐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오늘은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보면서 든 생각은 영화가 정말 계산적으로 잘 짜여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장면을 나누고 영화는 쇼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떤 감독도 그렇게 할 생각을 안하겠지만 당시로는 나름 파격은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보면 조지 페파드가 작가로 나오면서 어느 돈 많은 여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던데 작가가 후원금을 받는다는 건 생각 못해 봤는데 문예 발전을 위해 그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영화에선 명목은 후원금이지만 그에 대한 댓가로 마음에도 없는 애인 노릇을 해야한다는 건 좀 거시기 하지만.

 

2. <하얀거탑>과 <밀회>를 연출한 안판석 PD가 새로운 드라마를 TV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왠지 짜증이 난다. 뭐 드라마 연출자마다 자기 패턴이 있기 마련인데 안판석 역시 자기 패턴은 분명해 보인다. 상류층의 욕망과 위선, 오프 더 레코드를 의도적으로 보여준다는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란 드라마는 시작부터가 이상하게도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전작과 달리 드라마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느리게 풀어 간다는 느낌도 드는데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것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상류층의 부모가 자식의 불 같은 사랑에(물론 이럴 경우 단골 메뉴로 상대는 가난한 서민 출신이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은 말하자면 '그들도 당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들의 위선은 위선대로 보여주려고 하는가 본데 전체적으로 드는 생각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랑은 순수한 영혼끼리의 교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잣집 도령을 자처한 이준이 어설픈 사랑을 연기하는데 꼭 부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어도 자연스러운 것 또한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요는 그동안 매스컴에서 직간접적으로 보여준 부자들과 그들 2세의 이미지가 워낙 고정된 것이 있어 이런 새로운 캐릭터가 눈에 거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준의 연기가 좀 답답하다. 사랑해서 애까지 만들어 놓고 설설기는 게 누가 봐도 연기하는 티가 팍팍난다. 특히 대사빨 역시 죽이던데, 태어나고 보니까 우리집이라고 했던가? 뭐 그런 순수한 영혼이 내뱉을만한 대사를 날리던데 듣고 있으면 난 '태어날 때부터 진골이었어'란 말과 무엇이 다를까 싶었다. 

 

지금까지 4회를 했고, 어제는 보다가 아예 잠이 들어버렸다. 이 정도면 됐다 싶다. 솔직히 1, 2회 때 시청자를 사로잡는 뭔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연출가와 배우 그 다음에 보여질 이야기가 기가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안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안 보는 드라마가 지성이 나오는 <킬미 힐미>고, 현빈이 좋지만 일찌감치 작파해버린 <지킬과 하이드와 나>다. 스토리가 하도 거지 같아 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지 않는다는 건 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난 이제 배우가 좋으면 무조건 보는 때는 지난 것 같다. 또 그런데 비해 오지호나 정유미 같은 탤런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들이 나오는 <하녀들>이란 드라마는 눈에 불을 키고 본다. 왜? 스토리가 탄탄하고 좋아서.

 

이제 제발 어떤 배우가 좀 인기가 있다 싶으면 발정난 개마냥 카메라 앞에서 똥폼 잡게 만드는 연출가의 그 작위적인 연출은 좀 지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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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여전히 오드리 햅번이 제일 미인인 거같습니다. 불변임... 거의 완벽함....

stella.K 2015-03-04 17:50   좋아요 0 | URL
제가 초기 이곳에서 서재활동을 할 때 서재 이미지를
오드리 헵번으로 했던 거 모르죠?ㅋㅋ

yamoo 2015-03-06 17:07   좋아요 0 | URL
저는 잉그리드 버그만..ㅎㅎ 불변임... 거의 완벽함...

stella.K 2015-03-06 18: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두 여인이 당대 최고 아니겠습니까? 쌍두마차.
저도 오드리 못지 않게 버그만을 좋아하죠.
다음은 리즈 테일러. 뭐 그런 순 아니겠습니까?^^

cyrus 2015-03-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유일한 드라마는 매주 8시 30분에 시작하는 ‘당신만이 내 사랑’이에요. 요즘 ‘압구정 백야’가 미디어에 많이 부각 되다보니 ‘당신만이 내 사랑’의 막장 설정도 별 거 아니더라고요. 역시 막장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욕해도 끝까지 보게 되어 있어요.. ㅎㅎㅎ

stella.K 2015-03-04 17:59   좋아요 0 | URL
그 드라미 매일하는 일일 연속극 아닌가?
암튼 난 일일극은 안 봐.
매일 본방사수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미니시리즈도 이건 좀 땡긴다 싶은 것만 보지.
지성이나 현빈이 좋아하는 배운데 요즘 하는 드라마는 안 본다.
뭔가 손해인 것 같은데 내가 손해지 방송국이 손해는 아닌데
왠지 방송국 손해라고 비난하고 싶은 심보는 또 뭔지...ㅎㅎ

붉은돼지 2015-03-04 19:13   좋아요 0 | URL
역시 드라마는 일일드라마죠.
저녁이 있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봐요~~
저도 요즘은 당신만이...보고 있습니다

stella.K 2015-03-05 11: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부자리 깔고 편안하게 보는
미니시리즈가 좋더라구요.
더 좋은 건 그 이후 불 끄고 보는 영화가 좋구요.
그런데 요즘엔 그것도 좀 힘들더군요. 잘 때가 많아서.
주말을 이용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ㅋㅋ

transient-guest 2015-03-05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햅번의 리즈시절을 보면 지금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죠. 예전에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냐로 나왔던 기억, 그리고 나타샤 왈츠라는 그 음악을 국민학교 쉬는시간이 시작되는 음악으로 처음 접한 기억이 납니다.

stella.K 2015-03-05 11:26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전쟁과 평화에 나왔던 오드리 헵번 저도 기억해요.
그거 딱 한번 밖에 못 봤는데 ocn이나 cgv 같은데서 왜 안 해주나 모르겠어요.ㅠ

transient-guest 2015-03-06 06:39   좋아요 0 | URL
옛날에 해외영화는 극장/비디오보다 토요명화, 명화극장, 그리고 주말의 명화로만 보던 시절에는 단골프로들 중 하나였는데요.ㅎㅎ 이렇게 말하면 저도 연식이 좀 되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