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동인문학상 7차심사 독회

"정치성 절묘하게 녹여놨네" "리모컨 누르듯이 읽는 재미"
새후보작 4편 올려… 모두 8편으로
"역사추리물은 왜 제외되나" 이문열 심사위원 이의제기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2005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8일 독회를 열고 ▲윤후명 장편 ‘삼국유사 읽는 호텔’(랜덤하우스중앙) ▲김경욱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문학과지성사) ▲권지예 소설집 ‘꽃게무덤’(문학동네) ▲전성태 소설집 ‘국경을 넘는 일’(창비) 넷을 새 후보작으로 올렸다. 이문열 위원은 김탁환 장편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을 예로 들면서 역사추리소설을 외면하는 문단 풍토에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시도했다.

심사위원들은 ‘삼국유사…’에 대해 “문체가 간결하고 정갈하면서도 구식 문학으로서 매혹이 있다”(유종호)고 말했다. “문장이 시적이며 편안했다. 삼국유사를 많이 인용했으나 모두 괜찮았다”(박완서), “소설의 정치성(政治性)을 계산해서 체제비판을 적절히 녹여냈다”(이청준)는 평에, “한발 빼는 듯한 멋진 솜씨”(김화영)를 높이 산 평도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장국영이 죽었다고?’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상징물인 리모컨처럼 다음 채널로 건너뛸 수도 있고 언제든 처음 채널로 순식간에 돌아올 수도 있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징표를 갖고 있다”(김화영) “우연하고 엉뚱한 일들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인간들의 끈덕진 집념을 날카롭게 포착했을 뿐 아니라 아무 페이지를 들추어도 재미있는 잠언이 많았다”(정과리)는 평이다.

‘꽃게무덤’은 “모티브가 다양하고 구성능력과 감각적 묘사가 뛰어났으며 삶의 어려움을 겪어낸 지각이 잘 드러나 있었다”(유종호) “구성면에서 정보를 거꾸로 배치하는 묘미를 보여주는가 하면, 60년대 사소주의가 나중에 시민의식으로 발전하듯이 초기 작품에 보였던 페미니즘이 나중에 본격적인 문학 마당에 뛰어드는 성과를 얻고 있다”(이청준)는 평을 얻었다.

‘국경을 넘는 일’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작품으로 매우 인상 깊게 읽어보았다”(이문열) “여러 단편들 중에서 ‘존재의 숲’ 같은 작품은 정말 매력적이었다”(김화영)는 평과 함께, “이문구적 세계를 좀더 비관적 방법으로 접근해서 현대화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정과리)는 평을 들었다.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는 중 이문열 위원은 ‘열녀문의 비밀’ 같은 “수준 높은 역사추리소설이 심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에 정색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 문단이 이런 소설을 무시하고 있는데, 통속의 혐의를 받기 때문인지, 역사물을 패러디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인지(그래서 창조성이 없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이 수준 미달이라고 보는 것인지 다른 심사위원들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탁환은 거의 움베르토 에코 수준으로 한국 문화를 읽어내는 정보·교양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심사위원들은 “재래적 역사관을 뒤집는 새로운 통찰을 보여줄 때, 그리고 시(詩)가 들어 있을 때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견을 내놓았다.

이제 올 동인문학상 후보작은 ▲은희경 장편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 ▲조경란 소설집 ‘국자이야기’(문학동네) ▲김연경 소설집 ‘내 아내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이성아 소설집 ‘절정’(이룸)을 포함, 모두 8개 작품(소설집 포함)이 됐다.

심사위원들은 다음 독회에서 ▲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문학동네) ▲정미경 장편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현대문학) ▲최윤 소설집 ‘첫만남’(문학과지성사) ▲김연수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창비)를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후명, 김경욱, 전성태, 권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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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1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했수 ^^

stella.K 2005-10-1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마워요.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