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여기에 글을 남긴다. 나의 소식을 궁금해 할 알라딘 지인들이 있을지 몰라서...ㅋ

한 번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나의 소식을 궁금해할 사람이 뭐 그리 있을까마는, 그래도 여긴 내 공간이기도 하니 자축하는 의미로라도, 아니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로라도 그냥 기록으로 남긴다.

 

사람들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떤 것을 먼저 알기를 원할까?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은 나쁜 소식 먼저 전하고, 좋은 소식을 전할까 한다.

 

나쁜 소식은, 우리 오빠가 3개월째 췌장암으로 투병중이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하늘이 노랬다. 오빠가 불쌍하고, 엄마가 불쌍하고, 동생이 불쌍해서 참 많이 울었다. 오빠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그다지 않하고, 함부로 몸을 굴리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몹쓸병이 왔을까 불쌍했고, 엄마는 늘그막에 아들 병수발들게 생겼으니 불쌍했고, 동생은 이제 홀로 가장 노릇을하게 생겼으니 불쌍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암은 누구나 생길 수 있는 병이다. 평생 안 생기면 좋겠지만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 암을 알지 못한 세월을 살았을 때, '우리는 그런 거 안 걸릴 거야'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고, 땐론 '이렇게 안 걸려도 되는 걸까?'를 오가기도 했었다. 그렇다 딱 걸렸다. 피해가지 않았고, 어찌보면 올 것이 온 것이기도 하다. 내가 안 걸렸다고 여전히 다행이란 생각은 이제 없다.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아프고, 힘이 드니까. 어떤 땐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엄마에겐 해당 사항이 아닐 것이다. 나라도 건강해서 엄마의 힘이 되어 같이 환자를 돌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라고 혼자 위로해 본다.

 

분명 암은 힘든 병인 것마는 사실이다. 더구나 췌장암은 의사가 그러는데 가장 고약한 놈이라고 했다. 그런 병에 걸린 오빠는 또 어떠랴. 하지만 어떤 놈의 암은 낫겠는가. 고통과 아픔을 통과하는 건 똑같다. 본인이 포기만 하지 않으면 살 수는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동안 암에 관한 책을 검색해 보고, 몇 권은 구입해서 보는 중이다. 그중 내가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이 책이었다. 나는 암에 관한 책이 그렇게나 많은 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이책은 나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주었다. 무엇보다 저자 본인이 암에 걸리고 이런 책을 쓰기까지 거의 박사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암과 투병하지 말고, 치병하라고 권한다. 즉 암과 동고동락하면서 잘 지내라고 한다. 그 말이 과연 맞다 싶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암은 존재한다. 단지 건강한 세포가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일뿐이다. 그러니 혹시 후에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암에 걸리 게 되거든(물론 그게 누구라도 바라지는 않지만)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암이 뭔지 알아가는 작업부터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불치의 병은 없다. 불치의 인간(습관)만 있을 뿐이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의학이 많이 발달이 돼서 예전에 비하면 치료 환경이나 예후도 많이 좋아졌다. 비근한 예로, 22년 전 나의 아버지도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발병 한 달 반만에 돌아가셨지만, 오빠는 지금 3개월을 넘어 가고 있다.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고. 물론 아직도 정복은 안 되서 죽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만큼 사는 경우도 많으니 그냥 반반이라고 해 둘란다. 병원에서도 오빠가 비교적 나이가 젊으니 희망을 걸어본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오빠가 지난 수요일 재차 입원을 했다. 통증 때문인데 알고 봤더니 장기가 꼬여 있어서란다. 처음엔 오빠의 입원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무너졌지만, 그건 우리의 입장에서 안타까워 그런 것이고, 오빠는 집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몸이 편해서 좋다고 했다. 환자 본인이 편하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 아닌가. 덕분에 엄마와 내가 요며칠 휴가였다. 오빠는 내일 퇴원 예정이다.

 

                                 

 

좋은 소식은, 내가 쓴 뮤지컬 '손양원'이 우리나라 공연의 메카 대학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작년 한 해 나에게 화두는 단연 손양원 목사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 이런 분이 있을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책을 바탕으로, 비록 못 쓰는 대본이라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써서 그동안은 교회며, 각 기관에서 세미로 공연을 해 왔었다. 그런 것을 이번에는 아예 대학로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잘 몰랐는데 우리 단장이 나 보다 더 손양원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일 벌리기 좋아하는 성격에 그동안 그렇게 세미로 하는 건 성에 안 찼나 보다.

 

나도 대학로 공연을 꿈꾸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대학로 나갈려면 무엇보다 대본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도 없이 일을 벌이는 통에 오리지널 대본 그대로를 가지고 나간다. 그래도 청출어람(?)이라고 대본은 그래도 연출이나 음악이나 포퍼먼스는 정말 괜찮아 다행이고, 오히려 작가인 내가 더 기대하는 마음이다. 

 

처음엔 단장에게 대본을 고쳐 쓸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화를 많이 냈지만,  한편 이것이 또 하나님이 그동안 오빠 때문에 힘들어 했던 나를 위로하시는 방편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무조건 화만 내는 것도 좋은 건 아니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돌리고 보니 단장에게 미안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내가 완벽하게 준비될 때 쓰시지 않으셨던 것 같다(천성이 게을러 완벽을 추구하리만치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부족함에도 있는 그대로 들어 사용하셨다. 거기엔 그저 순종만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단장에겐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점이 있다. 그래서 일은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나 모일런지 모르겠다. 그동안 해 본 바에 의하면 실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가서 보면 좋겠는데...

 

팜플릿에 쓸 사진은 끝까지 안 넣으려고 했다. 그러다 넣자고 하는 바람에, 오래 전 알라딘의 매너리스트님이 알라딘 오프 모임 때 사진기를 들고 와서 모인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주신 적이 있다. 나도 그때 한 방 찍었는데 워낙 오래된 사진이라 될까 싶었는데 그냥 그걸 넣기로 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떤 뮤지컬이 될지, 반응은 어떨지. 설렌다. 

 

그동안은 오빠 일로 다소 우울하고 위축됐는데, 오빠 일은 오빠 일이고, 내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은 또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빠 때문에 내 할 일을 하지 못하면 그도 올바른 삶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에 10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워낙에 게을러 꾸준히 열정적으로 해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한지가 20년이다. 살다보니 대학로도 나가고, 이젠 나도 어디가서 작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시너지를 받아 그동안 밀어 두었던 차기작을 곧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그것만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3-04-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로에서 하구나.. 멋지네요, 포스터! 오랫동안 소중할 것 같아요. 가까운데살면 많이 보고싶은게 연극이랑 뮤지컬인데, 미치게도 제일 먼데 살아서 어쩔수없이 못보고 살아요.

좋은 에너지만 가득가득!! 응원드려요!

stella.K 2013-04-29 15:01   좋아요 0 | URL
멋있죠? 저도 맘에 들어요. 고마워요.
혹시 아이님 사시는 미치도록 먼 곳에서 하게되면 꼭 보러 오셔야 해요.ㅎㅎ

숲노래 2013-04-29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작품 즐겁게 쓰셔서
또 멋지게 무대에 선보여 주셔요~
따스한 햇볕 듬뿍 받으시고요~

stella.K 2013-04-29 15:02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함께살기님도 행복하세요.^^

페크pek0501 2013-04-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군요. 무척 반갑습니다.^^
오라버니께서 꼭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뮤지컬 대본을 쓰셨군요. 뮤지컬 작가님이시네요.
대학로 공연이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갑게 글을 읽었습니다. 자주 뵙기를... ^()^

stella.K 2013-04-29 15:04   좋아요 0 | URL
늘 언제나 반가워 하시는 페크님.
고맙습니다. 네. 잘 하겠습니다.^^

cyrus 2013-04-2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누님이 간절히 고대하던 뮤지컬 대본이 무대에 오르게 되네요. 멋있어요!! 대학로라면 매번 한달에 서울 가면 꼭 들리곤 하는데 이번 달에 서울에 가게 된다면 꼭 보러가고 싶네요. ^_^

stella.K 2013-04-30 11:47   좋아요 0 | URL
오, 시루스!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나도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어. ㅎㅎ
고마워. 그래. 서울 올 일 있으면 꼭 한 번 보고 가라.
티켓 있으면 보내 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
그래도 싸게 볼 수 있는 방법 있기는 한데...긁적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