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대세는 아무래도 '해를 품은 달' 같다. 이것을 줄여서 '해품달'이라지.
그런데 이 드라마 좀 구라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잉과응보? 사필귀정? 뭐 그런 건가?
그런데 이 드라마 사랑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도대체 연우가 뭐 길래 사람 하나 죽은 걸 가지고 이토록 잊지 못해 날린가. 물론 그냥 사랑인가? 아무리 가상 드라마라고 해도 왕실의 사랑이다. 그 왕실이란 아우라만 가지고도 봐 줄만도 할 것이다. 또 그뿐인가? 왕족의 사랑이기도 하고, 귀족의 사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 외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도대체 연우가 뭐길래 죽은지 8년이 지났는데도 산 사람은 그 아이를 잊지 못해 하는 것인가. 망각은 확실히 인간에게 복이다. 죽은 지 8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꼭 사랑해서만도 아니다. 그건 어쩌면 고통이고, 저주인지도 모른다. 슬프다가도 그 슬픔을 잊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언제까지 슬퍼할 것이고 그 슬픔에서 나오지 않을 참인가. 더 웃기는 것은, 연우의 아버지도 어느틈엔가 죽었는데 연우의 엄마도 오빠도 아버지는 입에도 올리지 않고 오로지 연우만을 잊지 못해 슬퍼한다. 말이 되는가?
그런데 웃기는 건 그것이 지고지순한 사랑과 연결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자꾸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사람을 사랑해 달라고 종용을 하는 것도 같다. 화각함을 가져오라는 훤이나 그걸 붙들고 우는 것이 하나도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그는 몸만 컸을 뿐이지 그의 정신은 연우가 죽은 싯점으로부터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망령을 찾아 헤메도는 양영대군이나, 하다못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잊지 못해 공주자가와의 합방조차 못하는 의빈까지(물론 이 경우 공주가 너무 어려 아직 합방을 못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것조차도 알고 보면 핑계요 합리화일뿐 속내는 그러하다) 그렇다면 아무리 약간의 구라적 신화의 탈까지 뒤짚어 쓴 연우의 아우라가 과연 축복을 주는 존재일까? 저주의 존재일까?
그것은 또 차치하고라도 과연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우린 선뜻 사랑할 수 있을까? 첫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을 감상적으로 보고 멋있다고 할 사람은 여자나 남자나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와 반대로 너무 이미 한 사랑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다니는 사람도 싫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월이가 된 연우가 양영을 종이 파는 가게에서 만나 옛 사랑은 잊어버리고 새 사랑을 만나라는 것도 그닥 좋은 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자기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귀신 신나락 까먹는다는 말 이런 경우에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확실히 연우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대단한 신력의 소유자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더불어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이것에 동의하든 안 하든 가장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드라마는 사랑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쟁이든, 추리로든, 코미디든 사랑이 아닌 것에 더 많은 포석을 깔아두고 사랑은 오히려 감질나도록 조금씩 보여줬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랑, 사랑하니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질린다. 지금까지 10회. 못해도 3분의 1은 지나온 싯점 같기는 한데 이것을 끝까지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나에겐 벌써 해품달이 아니라 거품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