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공주의 남자> 종영 일주일 전이다.
어제는 경혜공주의 부마인 정종 역의 이민우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드라마는 대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정종을 충실히 잘 살렸다고 한다.
그러니 어제 본 정종의 능지처참은 사실이었고, 이는 역대 부마들을 봤을 때 상당히 드문 최후였다고 한다.
사실 처음엔 정종이 찌질이로 나와 미덥지 않았는데, 경혜공주를 아끼는 마음과 친구 김승유와의 우정과 신의를 지키는 모습이 잘 그려져 배우도 배우지만,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했다.
어제는 김승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참형을 알리지 않고, 홀로 남을 경혜공주를 뒤로하고 그동안의 필름을 쫙 돌리는데 울컥했다. 이건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사형으로 죽어간 <모래시계>의 그 유명한 장면, "나 떨고 있니?" 보다 훨씬 좋은 장면인 것 같다. 하긴 모래시계가 벌써 몇년된 작품인데...
경혜공주는 순천의 노비가 됐다는 말도 있고, 세조가 평생 먹을 양식과 노비를 붙여줘 간간히 보살펴 줬다는 말이 세조실록에 나와있다고 하는데 글쎄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세조의 만행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어서 작가의 노련함과 대본의 힘에 무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김승유의 어린 조카를 너무 건강하게만 그려서 불만이다.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나 눈 앞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날 처참하게 죽었는데 그 이후에도 희희낙낙이 가능한가 말이다. 좀 더 신중하게 그리던가 아니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죽던 날 같이 드라마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 훨 나을 뻔했다.
그런데 김승유는 역사적 인물인가? 가공된 인물인가?
이제 남은 것은, 김승유와 심면 대결과 세령과 김승유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 것이냐겠지?
몇 주 전부터 이 드라마가 하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처절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 되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우울해질 것 같다. 드라마 중독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걸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