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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수 결혼하다 - Peggy Sue Got Marri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캐서린 터너 |
언제 나온 영화인지가 분명치가 않다. 일단, 감독이 영화 <대부>의 프란시스 코폴라라는 것만으로도 이 충분히 보게 만든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놀라운 건, 감독이 <대부>에서 워낙에 강한 마초로 각인된 인상 때문에, 어떻게 이렇게 달달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약간은 믿기지 않는다.
이 영화엔 우리가 알만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보다시피 니콜라스 케이지를 비롯해 짐 캐리, 헬렌 헌트, 캐서린 터너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저런 젊은 모습이었다면 글쎄, 못해도 20년 전 필름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들이 영화에서 나오는 건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10대 말과 40대 초반을 연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실제 나이는 어림잡아 30대 초중반은 되지 않았을까?
영화는 시간여행을 배경으로 한다. 결혼생활에 염증이난 페기 수(캐서린 터너)가 남편 찰리(니콜라스 케이지)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 고등학교 동창 파티에 갔다가 실신하고, 그 와중에 페기가 시간여행을 하게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그동안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품속에서, 자신은 가까운 미래에서 왔다며 유행했던 문화상품을 과거로 끌고 들어와 대단한 것인 양 호들갑 떠는 게 구태의연 해 보인다. 이 영화도 그런 감이 없지는 않은데, 예를들면 페기 수가 속옷 가게에 들어가 팬티 스타킹이 있냐고 묻자 주인은 없다고 했다.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만들어지기 이전이란 걸 암시한다. 그래서 그녀는 팬티 스타킹을 만들어 대박을 노리고 있다. 그런 것들이 구태의연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다마 다행인 건 그건 아주 잠깐 살짝 보여주고 지나가는 정도. 영화가 관객을 자연스럽게 끌어 들여야지 강제로 설득하면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프란시스 코폴라는 알았을까? 아무튼 다행이다 싶었다.
만일 나도 시간여행을 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 역시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고 보면 모든 영화들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면 약속이나 한듯 20대로 되돌려 놓는다. 물론 이 영화는 그보다 조금 앞서 있기는 한다. 그래도 아무리 분장술이 발달을 했다고 해도 이미 나이들은 배우를 10대로 복원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잘 봐줘도 20대 말 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건 아무래도 젊음이 만발한 시절이라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인간의 노화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인지도 모르고.
영화가 달달하긴 하지만 나름 던져주는 메시지도 있다. 이를테면, 결혼도 때로는 추억을 먹고 자라야 한다는 교훈쯤 될까? 많은 사람이 결혼은 외로움 끝, 행복 시작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그래놓고 실제로는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의 주인공 페기와 찰리도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행복에의 부푼 꿈으로 시작했다 서로의 증오와 혐오만을 간직한 채 막을 내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왕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된 페기.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찰리만을 사랑하다 결혼한 게 억울했을까? 같은 학교의 괴짜 문학소년과 바람을 피운다. 그래도 역시 운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역시 결론은 찰리를 사랑해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것 끝을 맺고 있으니. 이렇게나 저렇게나 결론은 한 가지다.
결혼한 많은 부부가 다음 생에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냐는 질문은 이미 우문이 된지 오래다. 당장 다음 생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생에서 한 배우자와 몇 십년씩 산다는 것도 너무 자루할 것도 같다. 그래도 그렇게 배우자와 사는 걸 보면 사랑 때문이라기 보단 습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왜 이혼을 하게되는 것일까? 이유야 많겠지만, 그것이 배우자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어 하는 것이라면, 또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이혼을 막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상대를 사랑하게된 순간. 사랑해서 하게된 여러 가지 일들 또는 함께 나눈 물건들 등을 떠올리고 그것을 함께 이야기 해 보는 것이다. 즉 이 영화는 결국 이혼하기 전 잊고 있었던 사랑를 떠올려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가 확인이 되면 역전은 가능할 수 있다. 페기가 어떻게 과거에서 찰리를 선택하고, 현재에서는 이혼을 그만 두게 되는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라.
이 영화에서 볼만한 건, 스틸 컷에서 보는 것처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열린 피티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얼마나 느끼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가다. 정말 가관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그게 또 보면 그럴듯 해서 오히려 인상적으로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복고풍의 의상이나 소품들도 볼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