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 <독고준>을 읽었다.
232p를 읽다가, 독고준이 '서해문화'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새얼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계간지라고. 거길 읽자 바람구두님이 생각이 났다. 자의든, 타의든 그분이 알라딘을 떠난 것이 내내 스산한 바람이 일듯, 아쉽다. 지난 번, 물만두님 돌아가셨을 때 잠시 나타나셔서 고인의 서재에 예를 표하고 가셨던데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알은 척 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나는 그분을 무슨 장군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 알라딘 서재 초기 때 오프 모임에 나가 딱 한 번 뵌적이 있는데,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니어서 후기에 그렇게 썼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분은 살가운데가 있어서 나 뿐만이 아니라 알라딘 서재인들 모두가 좋아했었다. 어느 때는 자신이 무슨 행사에 찍사(사진 기자)로 가게 됐는데, 서재인들에게 휴대폰 문자 한 통을 구걸하길래 나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돌아 온 문자 역시 어깨에 으쓱 힘이 들어가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늦게 아들 보시고 사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한지 궁금하다.
<독고준>의 저자 고종석은 '서해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해문화>는 인천에 있는 새얼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계간지인데 이번 가을호가 통권 32호다.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모토대로 <서해문화>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고 출발한 잡지다. 초기에는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의 쟁점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요사이엔 그 비중이 다소 줄었다. 가을호 계간지들 가운데 <서해문화>를 특히 꼼꼼히 읽는 것은 이 잡지가 다른 의제들이 다른 계간지들의 경우와 비교해 현실과 더 밀착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32p)
이 책의 특징은 등장하는 사람이며 책들이 다 실명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종석은 왜 '황해문화'를 '서해문화'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새얼문화재단을 언급한 것을 보면 분명 황해문화가 맞는데. 중간에 명칭을 개명한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방의 현대문화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어서 나름 아껴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고종석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 중 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독고준을 이해하려면 최인훈의 <회색인>과 <서유기>를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게 만든다. 이걸 사서 읽으면 내 밀린 독서는 어쩌라구...
하지만 이 책이 고마운 건, 게으름과 무지로 인해 너무 오래된 문인인 최인훈을 (적어도 20세기의 작가가 아니던가? 물론 이름 정도는 안다) 책으로나마 독대해 볼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