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Q84>1권을 조금씩 읽고 있다. 뭐 사람의 혼을 쑥 빼놓을만큼 재미있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상당히 매혹적인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나는 아오마메 부분 보단 덴코 부분이 더 마음에 드는데,  그건 아무래도 작가와 편집자가 등장해서 인 것 같다. 게다가 이 둘이 세상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가? 둘이 손발이 맞아서 작정하고 하려는게 아니다. 악명 높은 고마쓰 편집자가 덴고를 자꾸 유혹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같이 빠져들려고 하고 있다.  

아무튼 작가와 편집자가 나온다는 게, 난 또 이런 류의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오래 전에 읽은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니 하루키와 너무 일찍 결별을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상실의 시대>를 읽고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그 이후 다시는 하루키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건 또 얼마만의 해후란 말인가? 모르긴 해도 10년이 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이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가차없이 그 작가에 대한 미련 같은 건 두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난 그 세월동안 전혀 하루키를 아예 잊고 실았던 것은 아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하루키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잠시 하루키와 화해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하루키와 노르웨이숲을 걷다>란 책은 나의 그런 욕구를 확실하게 채워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잠시 주위를 환기시켜줬을지언정.  

그래도 그 옛날, 그의 단편들은 얼마나 인상적이고 좋았던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의 단편은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다. 이 책은 현재 절판으로 나오지만 중고샵엔 몇권이 나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상실의 시대>에서 실망한 건(물론 다수의 사람들은 감동도 받았겠지만) 이해 못할 정도로 섹스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것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읽다보면 인간이 이렇게 허무하고 한심한 존잰가?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1Q84>도 보면 아오마메가 뭔지 알 수 없는 섹스에 집착하는 인물로 나온다. 뭐 그 부분이 나오면 역시 마음이 편한 건 아니지만 <상실의 시대>에서 받은 혐오 정도는 아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인지? 아무튼 내가 지금 이 정도라면 다시 한 번 <상실의 시대>를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시 읽으면 그 옛날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놓치고 지나갔던 것을 다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의 대표작이 아닌가? 

<1Q84>를 읽으면서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하루키가 우리나라에 붐을 일으켰던 건 90년대 초중반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근 20년 동안 변함없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원래 한 작가의 패턴을 알면 그때부터 꾸준히는 가도 베스트셀러가 된다던지 평단과 세상에 주목을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1Q84>는 제대로 한방 터뜨려 준 작품이 아닌가? 작가가 너무 세게 터뜨려줘도 다음 차기작이 위태로운 법인데 하루키도 과연 그럴 것인지 아니면 예외가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확실히 하루키는 대단한 필력의 작가라는 것이다. 

하루키는 확실히 연구대상이다. 관심가는 책들이 있어 여기 옮겨 본다. 

이 두 책은 <1Q84> 관련 연구서인데 나중에 완독하고 혹시라도 이 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아이콘을 다루는데 있어서 하루키가 빠져서는 안되겠지. 하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 속에서 하루키를 인용하기를 서슴치 않는다. 조금 과장에서, 마치 그것이 자신의 글을 고상하게 돋보이게 하는 양. 그뿐인가? 하루키가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당시 작가지망생을 위시해서 젊은 작가들은 그의 문체를 흉내 내지못해 안달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일본 작가지만 일본 작가스럽지 않은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도 그것 때문에 한동안 하루키를 좋아하다가 등을 돌린 것이고. 그리고 하루키 자신도 자신이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스런 글쓰기를 거부한다고도 했던 것 같다. 

 

언제 또 하루키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 이런 책을 썼을까? 하긴, 하루키가 만나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북의 김정일이라도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은 지금 건강이 몹시 안 좋아 하루키 같은 사람은 관심도 없다.ㅋ 

 

 

과연 그럴까? 배 아파서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하루키를 연구할 때 좋을 것 같다. 

 

 

 

정말 <1Q84>를 읽으면 하루키가 얼마나 음악을 다양하게 많이 알고 있는가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모든 것도 좋지만 그래도 하루키를 알려면 그의 대표작 정도는 제대로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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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 작품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엔날에 친구가 강추해서 한 권을 억지로 읽었는데, 그게 <어둠이 저편>이었습니다..그 이후로는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습니다...인기 작가라서 책은 열심히 모았지만 모으고 난 이후 읽을 것 같지 않아 제일 처음 처분한 책이기도 하지요..한 20여권 모았습니다만..이제는 신간이 나오고, 그 책이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ㅋㅋ

근데, 1Q84가 많이 팔리긴 팔리나 봅니다. 오늘 서점에 가 보니, 3권까지 나온 소설 코너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stella.K 2010-08-23 13:17   좋아요 0 | URL
캬~! 아깝다. 제가 야무님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제가 그 처분을 도와드렸을텐데요.ㅋ
솔직히 하루키는 내돈 들여서 사긴 좀 뭐하고
누가 읽으라고 줬으면 덥석 받았을 겁니다.
하긴, 일큐팔사는 돈 주고 샀네요.ㅜ

blanca 2010-08-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제가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느낀 감상과 완전 똑같아요. 정말 걸핏하면--;; 그래서 하루키에게 편견이 생겼드랬어요. 그래도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게 지금 환갑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또 세계적으로 통하다니. 한편 그가 정말 부럽기도 해요. 요새 서점 가보면 사람들이 다 1Q84 들고 계산하러 가더라구요. 저는 그가 타고난 작가고 그냥 놀러 다니면서 사는 아주 운 좋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참 치열하게 살더라구요. 스텔라님이 1Q84 다 읽고 총평해 주세요^^

stella.K 2010-08-23 13:15   좋아요 0 | URL
ㅎㅎ 총평은 어렵지 않은데요, 이걸 언제 완독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한권이 사전 두께와 맘먹으니 말입니다.
블랑카님도 하루키에 대해선 저와 비슷한 느낌이신가 본데
한번 조심스럽게 읽어 보시죠. 빌려서라도...^^

바이런 2010-08-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이 완전 공감되네요. 저도 그 난리난리였던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는, '대체 하루키가 왜 좋은건데?' 라는 의문을 달고 다녔었었죠. 그 이후로 저 역시 쳐다도 안봤는데(아니 세상에 읽어야만하는 다른 좋은 작가들이 좀 많아야죠;) 요즘 다시 바람부는거보고 '그래도 뭔가 있나보다' 싶긴 해요. 1Q84는 정말 한번쯤은 읽어줘야 되는걸까요. 이 페이퍼를 보니 또 슬금슬금 뽐뿌가 올라오네요^^;

stella.K 2010-08-23 10:47   좋아요 0 | URL
하긴 저도 안 읽겠다고 했다가 뽐뿌질에 그만 이 지경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찾는 거 보면 뭐가 있긴 있겠죠?^^

루체오페르 2010-08-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와 이별한진 한참 됬는데, 사실 만난것 자체가 짧지만^^;
최근 '달리기~'를 통해 잠깐 다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1Q84 3권이 끝인건가요? 4권이 또 있는건지, 총 몇권인지;

stella.K 2010-08-23 13:04   좋아요 0 | URL
현재로는 3권인데요, 4권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계절, 1년 12달 꽉 채울려면 1월에서 3월이 비거든요.ㅎ

마녀고양이 2010-08-2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쿄, 누가 머라하셔도 저는 하루키를 좋아합니다!!!
소설도 나름 좋아하고, 에세이 쪽은 광팬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일본 소설은 다들 일회용 섹스가 그리 쉽게 나오는거 같아요.
하루키의 개인사는 그렇지 않은데, 소설에서는 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을 극단으로 몰고 갈 때 남는건, 식욕과 색욕? ㅋ

stella.K 2010-08-23 15: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고님! 내가 이래서 마고님을 좋아한다니까.ㅋㅋ
사실 일큐팔사도 마지막까지 버티다 마고님 리뷰에서 무너진 거라구요.ㅜ
저도 마고님 땜에 하루키를 다시 좋아해 볼까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는...
에세이 함 읽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