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 The Way We W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가 유난히 감미롭고 낭만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로버트 레드포드.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그다지 평점이 높지가 않다. 평단에서는 두 개 반이다. 아쉽다. 난 3개는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건 순전히 저 로버트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출생연도는 1973년.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The Way We Were 를 80년대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73년도라니...?  

언젠가 본듯한데 어제 다시 봤다. 사실 옛날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두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인내심을 요하게 만들거나 충분히 옛 추억의 감상에 빠지게 만들거나. 이 영화는 다분히 후자쪽에 속하며 여성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결혼의 조건에 있어서 아니 배우자의 선택 요건에 있어서 서로 같은 성향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를 생각했다. 

영화 스토리는 간단하다. 케이티와 허벨은 대학 때 만나 서로  다른 점 때문에 끌려 사랑하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결국 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부언하자면 케이티는 다혈질에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허벨은 보수적이며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바로 이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끌리고 사랑을하며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가를 나름 섬세하게 그렸다. 게다가 미국의 당시의 정치 사회상을 적절히 배합시켰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살아야 탈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거기엔 상대의 스펙이 나의 그것과 얼마나 잘 어울리냐는 거지 성향은 잘 포함시키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미국이니까 가능한 건 아닐까?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는 안정주의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이혼하면 손해보는 것이 많으니까 선택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결혼이든 이혼이든 과정을 사는 것인데 왜 이혼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결혼하기도 쉽지 않고 이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생각을 또 좀 달리해 보자.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들의 헤어짐이 아쉬웠다. 더구나 케이티가 아이를 낳은 직후에 헤어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아이까지 낳았으면 당연히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배우자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단지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헤어짐의 절대적 사유가 될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미국이라서 그런가? 영화라서 그럴까? 이들의 헤어짐도 꽤 낭만적여 보인다. 서로에 대해 실망하기 전에 이대로 더 살 부비며 살다가는 서로 안 맞는 것만 더 확인할 테니까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이 아직 남아있을 때 헤어지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하고 헤어질 땐 서로의 밑바닥 치부까지 다 보고 갈 때까지 갔다가 마지막 선택하는 게 이혼이 아니던가?  

전자의 경우 낭만적인 동시에 꽤 합리적여 보인다. 서로 미워지기 전에 헤어진다. 얼마나 쿨하고 멋있는 생각인가? 하지만 거기에 허는 없을까? 이를테면 서로의 안 좋은 모습까지 받아주고 용납해 줄 자신이 없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이별을 선택하는 '용기 없음'또는 '회피'는 아닐까? 후자의 경우 인간이 갈 때까지 가고 볼꼴 안 볼꼴까지 다 봤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불행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결국 바닥을 쳐야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의 좋은 면만을 보려한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합리적이고 낭만적인 대신 외로울 것이다. 후자는 견디고 일어 났으니 더 깊어지지 않을까? 

모르겠다. 뭐든 선택의 문제일 텐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적당한 선에서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영화처럼.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못내 아쉽다. 그것이 바브라 스트라이센드와 로버트 레드포드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면 영화 전편에 흐르는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한국적 사고방식에선 좀체로 이해할 수 없서서일까?  아니면 이도저조 아니라면 영화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무튼 그들의 헤어짐이 안타까운 건 사람은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그대로인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은 서로일 때 깎이고 다듬어진다. 저들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정말 못 생겼다. 그러나 매력적이다. 
그녀의 당당함이 매력이고, 못 생긴 것이 매력이다.  

80년대 초 그녀가 부른 'woman in love'를 귀에 달고 살았었다. 지금은 뭐하며 지낼까? 많이 늙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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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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