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를 전에 봤는지 안 받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반쯤 지나서야 생각이 났다. 봤구나.
2010년도 작인데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단지 아쉬운 건, 뮤지컬 작품이었던만큼 아예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어쩌자고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상황만 연출했는지 모르겠다. 재작년 뮤지컬 영화 <영웅>을 생각하면 그때 이 작품을 그렇게 만들었다면 앞선 영화라는 찬사도 받았을 텐데. 우리나라가 뮤지컬 영화를 잘 만들지는 않지 않는가. 물론 이 작품만으로도 성공적이긴 했지만.
임수정도 연기를 잘 했지만, 키는 멀대같이 크면서 다소 소심하고 귀여우면서도 진지한 내면을 가진 공유의 연기가 볼만했다. 게다가 김종욱 역까지 1인2역을 맡았다. 물론 김종욱은 모든 자매들이 선망할만한 멋진 캐릭터다. 그러고 보면 공유는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연기에 임했던 것 같다. 물론 거기엔 뮤지컬 작품도 봤겠지.
문득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연애를 못할 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게 뭐 용기의 문제만 있겠는가. 사랑 앞에서 체증을 보이는 뭔가의 이유가 있겠지. 지우가 마지막 호도과자는 먹지 않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랑을 해야한다.
이 책에 그런 말이 있다.
"침 발라 돈을 세는 일이 전부인 세속적인 우리가 사랑할 때 말고 언제 생판 모르는 남의 입술에 침을 발라보는 낭만주의자가 되겠는가. 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사랑할 때 빼고 언제 남의 형편을 먼저 고려해주는 소설 속 로맨틱한 주인공이 되겠는가. 사랑에 눈이 멀 때 말고 언제 화합 망상에흠뻑 빠져들 수 있겠는가. 쿨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세상에서 사랑에 미칠 때가 아니면 언제 뜨거운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38p)"라고 하지 않는가.그러므로 우린 사랑해야 한다.
하긴 내가 말은 이렇게 한다만 사실 내가 가장 취약한 장르는 로맨스물인 것도 사실이다. 작년에 그 유명하다던 드라마 <연인>도 1횐가 2회 보고 접었다. 이유는 뭐 지우가 마지막 호도 과자를 안 먹는 이유와 비슷하겠지. 솔직히 감흥이 없다. 닭살이라도 돋으면 차라리 낫겠다. 돋을 닭살도 없다. 근데 이 영화는 부담없이 봤다. 그렇다고 없던 사랑의 엔돌핀이 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 지금 잘 나가는 배우 이제훈을 비롯한 몇몇 배우의 초년 시절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해 갔는지 더듬어 볼 수 있는 건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