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노동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8. 외국인 노동자
    “그들의 삶 통해 황금만능주의 꼬집어”
    우리 내부의 타자에 대한 관심 증폭
  •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 “아내의 대화 상대인 이 외국인 친구, 사트비르 싱이라는 이름의 인도인이 집으로 찾아온다는 얘기를 미리 전해 들었음에도 막상 문을 열고 이 친구가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당황스러웠다.’(김연수의 단편 ‘모두에게 복된 새해’)

      동인문학상(2003년) 수상작가 김연수가 올해 초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낯선 외국인과의 대면에서 시작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부인을 둔 보통 한국 남자 ‘나’를 만난 인도인은 서툰 한국어로 횡설수설하면서 한국인들의 편견과 무지를 힐난한다. ‘저는 매일 터번을 쓰지 못하겠어요. 한국 사람들 안 좋아합니다. 공장에서 한 시간 버스 타야 합니다. 버스에서 술 취한 사람들, 알 카에다 말합니다. 버스에서 개새끼들 있습니다. 그치?’





    • ▲ 한국이주노동자 건강협회로부터 무료 진료를 받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2000년대 한국 소설의 새 주인공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조선일보 DB사진



    • 국내 거주 외국인이 72만 명을 돌파했다고 최근 행자부가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외국인이 등장하는 한국소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이주 노동자문제가 한국 소설에서 새로운 테마로 불거지고 있다. 김재영의 소설집 ‘코끼리’(2005년)는 이주노동자들을 한국 사회의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조명한 리얼리즘의 정신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수록작 ‘코끼리’는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13세짜리 소년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한때 돼지 축사로 사용했던 낡은 베니아판 문 다섯 개가 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나’의 이웃들은 파키스탄 청년, 방글라데시 아줌마, 러시아 아가씨, 미얀마 아저씨 등이다. 박범신의 ‘나마스테’(2005년)를 비롯해 이혜경의 ‘물 한모금’, 김혜정의 ‘등에’, 홍양순의 ‘동거인’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다.

      문학평론가 문흥술(서울여대 국문과교수)은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과거 70년대 한국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에 나왔던 난장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요즘 한국소설에서 서양인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 대신, 주로 아시아인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통해 황금만능주의와 정신적 가치의 상실 등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 내부의 타자’에 대한 관심의 증폭은 한국사에 실재했던 외국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소설도 탄생시켰다. 김경욱이 최근 펴낸 장편 ‘천년의 왕국’은 조선 인조~효종 때 귀화했던 네덜란드인 박연(朴淵·벨테브레)의 내면 풍경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이 소설은 박연을 1인칭 화자로 등장시켜 서양인의 눈으로 당시 조선을 묘사하고, 이방인의 내면을 스스로 털어놓게 했다. ‘문명은 죽음에 대한 겸손을 가르친다. 개별화된 죽음 앞에서 문명 세계의 인간은 두려움과 경외를 느낀다. 그러나 야만인들에게 모든 죽음은 해 질 무렵 땅거미에 녹아드는 사물처럼 뭉뚱그려진 죽음일 뿐이다…죽음의 개별성이 거세된 주검은 신의 형상을 본뜬 피조물로서의 위엄을 잃고 피비린내 나는 승리를 증명하는 한낱 전리품으로 전락한다.’

      “우리말에 서툰 외국인의 어눌한 말투를 의도적으로 소설 문체 속에서 살리려고 했다”고 한 작가는 “박연은 오늘날로 치면 외국인 이주노동자 혹은 이중국적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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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양물감 2007-08-1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이야기네요. 제 직업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거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