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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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씨는 그 명성에 비해 나에겐 오히려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난 지금껏 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아주 오래 전 그의 작품을 읽은 것도 같고, 안 읽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가는 나의 관심 밖이였던 것이다.

내가 그를 관심 밖에 뒀던 건, 그가 한창 필봉을 휘둘렀을 때 나는 한국문학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그의 문학적 위치가 참여문학의 최선봉에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 시절 작가들이 참여문학을 하지 않으면 달리 무슨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난 문학하면 참여문학 밖엔 할게 없었던 이 나라의 문학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문학을 몰랐고, 배부른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문학이 너무 개인주의화 됐고, 너무 말랑말랑해졌다. 그래서 솔직히 재미가 없어졌다. 요즘에 주목받는 작가들은, 아예 문학이 엄숙해질 필요가 있냐고 하며 스스로 탈엄숙주의를 선언하고 나오고 있으니,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그런 문학을 읽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참여문학을 독파해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니 읽고난 후 무슨 말을 써야할지 리뷰 쓰기가 좀 막막해졌다. 읽을 땐 너무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한가지 방법으로만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 않고 여러가지의 것을 혼합해서 풀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우선 주인공 바리는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이 아닌, 실제로 알고 있는 탈북의 어떤 사람을 그린 것 같이 생생하다. 게다가 바리공주의 구전설화를 완벽히 재탄생시켜 놓았다. 그리고 환상적인 요소까지 리얼하게 살리고 있어, 아, 이런 작가도 있었구나! 읽는내내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게다가 작가는 참여문학의 대부(代父)답게 여전히 북한 문제와 미국의 9.11 사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바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노련하게 병치시켜 놓았다. 게다가 이슬람의 내세관까지 녹여놓았으니 과연 대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과연 문학은 어때야 하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개기가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탈이데올로기화 되고, 개인주의화된 그리고 가벼움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오늘 날의 문학에 찬성할 수가 없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역시 문학은 인생을 얘기해야 하고, 공동체적 삶을 얘기해야 하며,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작가의 인생관이 녹아져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물론 나 개인적으론 작가의 다소 샤먼적인 색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의 의식의 뿌리를 파헤칠려고 했다는 문학적 성과는 높이 사고 싶다. 또한 작가가 이전에 연극작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서일까? 작품에서 다분히 연극적 이미지가 베어있어 조만간 누군가에 의해 이 작품은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운이 좋아서일까? 가제본으로 읽으면서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연극대본을 넘기는 것 같은 기분도 한몫 더 했으리라. 지금은 읽은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잔상이 쉬 지워지지 않는다. 바리데기. 과연 추천할만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작가의 건필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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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연극적 요소를 찾아내셨나 보군요. 황석영은 이야기꾼이지요. 이 책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다음에 읽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stella.K 2007-07-08 18:39   좋아요 0 | URL
그럴리야 없겠지만, 아무도 작업을 안 하면 나라도 하고 싶어요. 물론 머리 빠지는 일이지만...ㅎㅎ

mira95 2007-07-0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도 기대중인데..빨리 읽고 싶어요. 황석영은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가지요..

stella.K 2007-07-08 18: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기회있는데로 <심청>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황석영의 <심청>은 어떨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쿠자누스 2007-08-2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우연케 어느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9/11을 소설로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하려다가 공연히 실망만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만 둔 적이 있었는데요, 이 책에 무얼 썼을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