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영화를 보는 일은 거의 없는데, 우연히 TV 리모컨 운전을 하다 이 영화가 얻어 걸렸다. 내가 이 영화를 봤던가 안 봤던가 헷갈렸다. 이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그전부터도 있지 않았나? 곰곰 생각해 봤더니 역시 안 봤다. 또 어쩌면 예고편만 딥따 보고 봤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엇, 그것도 아닌데. 언젠가 오진태 역의 박정민이 똥 싸는 장면 본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언젠가 앞부분만 보고 뒷부분은 안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전체적인 내용은 어디선가 본듯한 별 세 개 이상은 줄 수 없는 신파이긴 하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는 탁월한 영화가 아닌가 한다. 박정민 배우의 자폐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이 배우는 그 연기를 위해 자폐를 얼마나 연구한 걸까? 가히 천재다 싶다. 또한 발군의 피아노 연기도 좋았고. 직접 연주를 했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 그렇게 그 어려운 피아노 곡을 한 곡도 아니고 여러 곡을 연주할 수 있는지 이 배우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예전에 모 일간지 문화부 기자가 책에서 음악을 표현할 땐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작품을 다루고, 영화나 드라마에선 잘 아는 곡을 다루라고 했는데 그 말은 확실히 유효한 것 같다. 영화에서 한지민이 '젓가락 행진곡'을 혼자 치던데 난 이 곡이 연주하기에 따라서 그렇게 멋진 곡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병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앞으로도 별로 좋아할 생각이 없는데, 지난 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며 좀 달리 보이긴 했다. 이 영화는 2018년작인데, 그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지금 보니 꽤 괜찮은 배우였구나란 생각이 든다. 왜 몰랐지? 윤여정은 한 번도 젊어 보인 적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비하면 이 영화에선 차라리 젊게 나오는구나 싶다. 지금은 주름이 더 자글자글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녀는 당당해서 보기 좋다. 나의 노년도 저래야 할 텐데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생각만...
요즘 노명우의 책을 읽고 있다.
오래 전 중고샵에서 사 놓고 안 읽고 있다 조금 조금씩 읽고 있는데 글빨이 장난 아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난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돌아가신 양친의 자서전은 대신 써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아우른다. 과연 어떻게 자료를 다 모으고 이토록이나 담담하게 쓸 수 있는 건지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자서전을 쓴다면 이 정도 실력은 갖춰야 하는가 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