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도 높고, 장르가 코미디인데다 그 유명한 <캐롤>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등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이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나와 봤다. 근데 내가 뭘 놓친 걸까? 뭔가 꽤 괜찮은 게 나와줄 줄 알았는데 끝이 좀 흐지부지다.
한때는 잘 나가는 건축가였는데 지금은 문제적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고만 친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이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러면서도 옛날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초라함에 우울해 한다. 이런 인물을 케이트 블란쳇은 현실감있게 잘 표현했다. 약간의 유머를 살려.
근데 가족 여행으로 남극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갈 상황이 벌어진다. FBI의 의심을 받고, 가장 믿고 의지할만한 남편은 남극행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상담을 받아 보라고 그러고. 화가 난 버나뎃은 그 즉시로 집을 탈출해 증발해 버리는데 알고 봤더니 혼자 남극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새 일을 발견하고 또 가족과도 재회한다.
뭐 코미디니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한데, 받으란 상담은 안 받고 낮선 곳에서 새 일을 발견하고 좋아라한다는 게 웬지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남극까지 와서 또 사고치고 문제적 인간으로 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어야지 새 일을 발견했다고 과연 그 사람이 바뀌는 걸까? 물론 또 지나치게 사람을 문제적 인간으로 몰아가는 정신 의학적 태도도 맘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빨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 같아 석연치가 않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있더라. 버나뎃의 스마트폰이다. 그런 어플이 있는 걸까? 버나뎃이 말을하면 그걸 자동으로 받아 써 준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육필도 아니고 키보드로 쓰는데도 어깨와 손목이 아파 이러다 팔을 못 쓰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마이크로 엣지는 글을 읽어주는 기능이 있어 읽는 수고를 많이 덜어준다. 얼마나 좋던지. 쓰는 기능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을텐데.ㅠ
노트북아, 내 글을 받아 써 주오.
약간의 중성적 매력이 있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났다. 그녀는 스크린을 장악할 줄 아는 흔치 않은 배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