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선선하다. 정말 가을을 얘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면 여름이 섭섭하다고 하지 않을까.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늦여름이다. 적어도 9월 첫주 정도까지는. 난 그렇게 우겨 볼란다.
어떻게 8월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읽기만 하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특히 상금이 꽤 되는 독후감 대회가 오늘이 마감인데 그것도 결국 패스하고 말았다. 가끔은 책은 너무 좋은데 리뷰를 못 쓰겠는 책이 있다. 출전하려고 읽은 책이 딱 그런 책이다. 그래도 나중에라도 짧게 써야지.
지난 주 금요일엔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해도 나도 맞아야 하나 떨떠름 했는데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보면서 맞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막상 백신을 맞으러 가 보니 의료진들의 수고가 말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벌써 6개월 이상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긴 한 팀이 계속 이러고 있는 걸까? 몇팀으로 나눠서 당번제로 하지 않을까? 나를 문진했던 담당자에게 넌지시 물어 볼껄 그랬다. 당시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당연히 몇 개월째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록 1차긴 하지만 맞고 보니 국민으로서 할 도리를 다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젠 누구를 만나도 좀 안심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오늘 보도를 보니 젊은 사람들은 건강한 탓에 면역반응을 겪을 수 있고 때문에 2차에서 노쇼가 대량으로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공익을 생각해서 많이들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
올 8월은 아무래도 조금은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다롱이를 보내고 3주차다. 다롱이를 보낸 첫 주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는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사람 같지 않은가 덤덤해지는 마음이 오히려 다롱이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나도 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그동안 미루었던 일상 기도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원래 기도를 그다지 충실하게 하는 편은 아닌데다 여름은 더워 못하고 게다가 올여름은 다롱이가 떠나지 않았던가.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도 되고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니 다시 해 보는건데 웬걸 어제 시도했다 혼쭐 나는 줄 알았다. 시작부터 눈물이 줄줄 나 앞으로 당분간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다롱이가 아직 살아있을 때 난 녀석을 위해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물론 살려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다롱이의 하루만을 위해 기도했을 뿐이다. 잘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잘 잘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외엔 무엇을 더 기도할 수 있을까. 내가 다롱이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게 될 줄은 몰랐고 거기에 그토록이나 많은 눈물이 필요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마당에 또 울어야 한단 말인가.
결국 또 어디서 숨었던 눈물이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날씨까지도 도와주시고. 나의 몸과 마음은 아직 안정을 되찾을 마음이 없는가 보다. 잠도 아주 못 자는 건 아니지만 잘 자는 것도 아니고. 딱히 뭘 해야겠다는 의욕도 없다. 그런데 참 웃기지. 벌써 1년째 앓고 있는 나의 족저근막염이 다롱이의 죽음 직후부터 서서히 낫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찬바람이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 보면 녀석이 세상 떠나 가면서 위에 계신 분께 간청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8월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