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사회성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관계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들어서 무려 세 사람의 지인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문상을 함부로 갈수도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 지인은 문상을 오지 않아 섭섭했다고 되려 분개해서 난감했다. 그 지인도 현시국을 모르는 바가 아닐테니 화를 내고도 자신이 못 마땅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화가 나는데 안 나는 척 하는 것도 본래 캐릭터도 아니고. 화가 난다니 문상을 안 간쪽에 잘못이 있는 것 같긴하다. 그나마 그 지인이 상을 당한 때는 코로나 상황이 지금 같지마는 않은 때였다.


그런데 최근 나 역시 슬픔을 당하고도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에게도 아직 우리 다롱이의 상을 전하지 못했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지인은 몰라도 다른 지인 둘은 다롱이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느끼는 슬픔도 슬픔이려니와 어느 집 반려견이 죽은 것이 사람을 잃은 슬픔에 비할까 싶어 연락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물론 어느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소식을 전할 때가 있긴 하겠지만.


그들은 그렇다 쳐도 다른 지인들에게도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건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어제 겨우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한 한 지인에게 처음으로 소식을 알렸다. 그것 역시도 단지 어느 집 반려견의 죽음에 지나지 않는 걸까? 전하면서도 괜히 쑥스럽고 미안해 하면서 전했다. 그 지인 역시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있으니 지금 내 마음이 어떨지는 너무나 잘 알 것임에도. 그래서 더더욱. 엄마는 말했다. 낳지만 않았다 뿐이지 가족 하나가 있다가 없어진 것과 똑같다고. 어떻게 이렇게 정 하나만 오롯이 남겨놓고 죽을 수가 있냐고 한숨을 지었다.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좋다가도 미울 때가 있는데 얘는 미운 것이 하나도 없지 않았냐며.  


그건 나도 동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롱이의 죽음을 쉬 전할 수 없는 건 뭐 때문일까. 차라리 진짜 가족이 죽었다면 전하는 소식이 조금은 더 나았을까? 왜 어느 집 반려견이 죽은 건 이토록이나 제대로 위로 받지도 못하고 숨어서 슬픔을 삭혀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이렇게 서재에 들어와 글을 끄적여 보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보고 있지만 그도 참 부질없다 싶기도 하다. 물론 다롱이의 부고 소식에 조문하듯 댓글로 위로해 주는 분들이 몇계셨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나와 댓글을 한 두 번이라도 나눠 본 사람이라면 그래도 위로의 말 한마디 정도는 남겨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온라인이라고 사람의 손 안 가고 마음 안 가는 것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건지. 난 내가 모르면 몰랐을까 서재 안에서 누가 슬픈 일을 당하면 위로의 댓글을 달려고 노력했다. 내 자랑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나름 오래 서로 댓글 나눴던 사람들 조차도 어느 때부턴가 관계를 끊고 이렇게 못 본 척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좋아요만 눌러 준 알라디너들이 있었다. 근데 참 그렇다. 남 좋은 일에도 좋아요고, 슬픈 일에도 좋아요고, 나쁜 일에도 좋아요다. 이걸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들이 좋아요를 누를 땐 같은 애도의 마음으로 눌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 성의가 없어 보인다. 나 역시 관종이라 좋아요를 싫어하진 않지만 차라리 좋아요 누르지 말고 위로의 말 한마디 남겨주는 게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냥 이분들은 나와는 그다지 친분이 없어서이거나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지 않는 알라딘 시스템의 무능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바엔 차라리 예전에 '공감'이라고 했던 것이 훨씬 낫지 않나? 그러면 대충 에둘러질텐데 무슨 얼어 죽을 좋아요인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엔 격하게 공감할 사람도 있고, 마음이 편치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해 주시라. 그리고 한 번쯤 생각해 봐 주시라. 그런 사람은 자신이 정작 슬플 때 위로 받지 않아도 되는지. 그래도 좋은지.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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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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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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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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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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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2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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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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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19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요‘ 보다 ‘공감해요‘가 그런저런 면에서 더 포괄적이라 나은듯해요! 코로나에 다롱이 일까지 겹쳐 많은 생각이 드셨겠어요. 그런 날들이 있죠.🥲 k님 토닥토닥~♡

stella.K 2021-08-23 20:31   좋아요 3 | URL
알라딘이 언제고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가 뭔지 원. 고맙습니다.^^

희선 2021-08-20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보다 공감이 더 나아요 서재에서 목록보기로 보면 공감이라 나와요 그건 바꾸지 않았네요 슬픈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를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말(댓글)을 못할 때도 있네요 stella.K 님 아는 분은 지금 같은 때 식구를 떠나보내서 마음이 안 좋을 듯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지 마라 하기도 하니... 함께 슬퍼하기도 함께 기뻐하기도 어려운 때가 됐네요

지금도 다롱이 생각 많이 나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1-08-23 20:35   좋아요 3 | URL
언제나 따뜻한 말씀으로 위로해 주셔서 고마워요.
네. 지금도 많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시간가면 곧 괜찮아질 겁니다.^^

moonnight 2021-08-20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롱이가 떠났군요. 한동안 서재에 들어오지 못 해서 몰랐네요. 얼마나 슬프시겠어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조의를 표합니다. 다롱이 지금 편안한 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있을 겁니다. 토닥토닥.

stella.K 2021-08-23 20:42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정말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꿈꾸는 것 같습니다. 슬퍼죽겠는데 일상은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있는 건지...
그래도 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속에 슬픔도 희석되는 거겠죠.
위로의 말씀 남겨주셔서 참말로 고맙습니다.
다롱이 정말 잘 있겠죠?ㅠㅠ

moonnight 2021-08-25 08:20   좋아요 2 | URL
네 그럼요. stella. K님과 어머니께 그리 사랑받았는걸요ㅠㅠ 다롱이는 정말 정말 잘 있을 거에요. 걱정마셔요. 토닥토닥.

페크pek0501 2021-08-20 15: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반려견도 가족이라고 하잖아요. 그 슬픔이 어찌 가족이 떠난 것과 같지 않겠어요.
저는 충분히 그 슬픔을 이해합니다.
이렇게나마 속마음을 털어 놓으시고 슬픔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좋은 일엔 축하를, 나쁜 일엔 위로를 해 준다면 서로에게 따뜻한 서재가 되지 않겠어요.

좋아요, 대신 공감, 이 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나쁜 소식에 좋아요를 눌러도 되는지 고민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