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러시아가 도스토예프스키 전기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그것도 8부작 TV 시리즈로. 무려 방연연도가 2012년이다. 우연히 올레 TV를 뒤지는데 이게 딱 걸렸다. 우리가 외국 배우를 안다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일본 배우 정도나 집중적으로 알지 러시아 배우의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예브게니 미로노프란 배우가 도스토예프스키 역을 맡았다. 이 배우는 <더 레볼루션>, <스페이스 워커> 등에 나왔다고 한다.  

 

이 배우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싱크로율은 거의 90% 정도? 참고로 이 배우는 1966년생이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실제 도스토예프시키의 전기는 또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른 이의 전기 영화가 그렇듯 나름 충실하게 만들었다고 믿어야겠지? 지금 우리나라엔 도스토예프스키의 평전은 절판된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도스토예프스키를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극히 단편적이다. 뭐 사형 직진에 집행정지를 받은 거나, 간질이 있다는 것과 노름꾼이란 정도가 전부 아닐까? 그런데 영화는 여성 편력도 좀 있고, 신앙이 깊은 줄 알았는데 그건 표피적이고 명성에 비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걸 영화는 나름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도박만하지 않았어도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름빚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의 빛나는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때 글쎄, 작가는 등 따숩고 배 부르면 안 되는 직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리즈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9점인데 물론 다 믿을 건 아니지만 처음 점수가 낮아 보기를 좀 망설였는데 그래도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원래 전기 영화에 대한 평점은 대체로 짠 편인데 그 정도라면 양호하다고 봐야겠지. 참고로 내 개인 점수는 3.5다. 어쨌든 이 시리즈를 보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부쩍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영화라기 보단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지금까지 프로듀싱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갈라쇼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캐츠>, <올리버> 등등의 작품들.

 

한마디로 그는 기념비적 인물임엔 틀림없다. 지난 2008년도에 영국 여왕 부부를 모시고 이런 공연을 한 것이다.

 

성격상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걸 좋아하지 갈라쇼는 별로라고 생각해서 조금 보다가 말려고 했다. 그런데 거의 세 시간하는 작품을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보면서 새삼 놀라운 건 등장하는 배우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거였다. 인종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살찌고 늙은 노배우들 정말로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무대가 벅찰 법도한데 무대에 워낙 잘 적응이 되어서인지 지치지도 않고 자연스럽다. 그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굉장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젊은 사람에게 노인 역을 맡길 망정 노배우를 뮤지컬에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뮤지컬 1세대들이 있다. 전수경이나 남경주, 최정원 등. 그들은 어느 새 중년이 되었고 앞으로 10년 안에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지만 난 이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도 무대를 지켜줬으면 한다. 암튼 늙었든 살이 쪘든, 어떤 인종이든 다양하게 인물을 쓰는 그들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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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3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키 선생의 가장 큰 반전은 엄청 다정다감한 남편에 아이들을 넘 ㅎ 사랑했다는거!러시아 저시절 남자들은 술-도박-폭력이런 나쁜 버릇을 일삼았는데,,,,나보코프 외삼촌이 도키선생 시베리아 유형지에 있을때 감찰관으로 가서 심문 한적 있는데 그렇게 예의 바르고 교양이 넘쳤던 젊은이였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한국은 거의 아이돌들에게 점령 당해버려서 ,,,,

stella.K 2021-03-24 16:5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좀 더 들어나야 하는데
뭐 감독이 없는 말 지어내지는 않았겠지만 너무 그런 측면을
배제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그래도 러시아의 풍광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뭐 그런 부분들은
나름 충실하게 그렸더군요. 괜찮았습니다.

맞아요. 아이돌에 의해 점령 당해버렸죠.
그 아이돌이 뮤지컬에서 잘 자라준다면 봐줄만도 한데
이거했다 저거했다 철새처럼 떠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옥주현은 뮤지컬 2세대로 잘 자라고 있잖아요.ㅋ

cyrus 2021-03-2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성우 대부분은 오래 활동한 분들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목소리가 박영남 씨인데, 이분 연세가 칠순 넘었을 거예요. 지금도 활동하고 계세요. 젊은 축에 속하는 성우들도 있긴 한데, 이분들의 연세가 40~50대에요... ㅎㅎㅎ 요즘에는 성우 대신에 연예인이 더빙을 맡는데, 이런 상황을 좋다고 볼 수 없어요.

stella.K 2021-03-24 16:59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양지운이나 배한성도 그 또래쯤 됐을텐데 말야.
난 옛날 시절이 그라워.
주말의 명화 시절엔 다 더빙이었잖아.
지금은 연예인 아니면 자막이니 성우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지.ㅠ

레삭매냐 2021-03-30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 샘 탄신 200주년이라 왠지
도끼샘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물론 언제나 도끼샘의 책들은 주변
에서 대기 중입니다.

stella.K 2021-03-31 19:51   좋아요 1 | URL
두께가 좀 부담스럽긴 하죠?
남의 나라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영화에선 당대 베스트셀러처럼 묘사되더라구요.
아마도 그 시대엔 tv나 볼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철학적 주제를 좋아하는 것도 있을 것도 같고.ㅋ